크게 크게 작게 작게
페이스북 트윗터
(영상)증권사가 눈치보며 못한 말, 독립리서치들이 한다
리서치알음 "따상·물적분할, 주가지수 왜곡한다" 지적
입력 : 2022-07-19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우연수 기자] 그간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독립리서치들이 소신 담긴 기업 분석 보고서와 시장에 대한 다양성있는 인사이트를 제공하면서 최근 주목받고 있다. 기업 분석 보고서는 증권사 소속의 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들이 발간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증권사 내 다른 부서의 이해관계와 얽매이지 않는 주주 중심, 개인투자자 중심의 독립적 시각의 보고서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이같은 독립리서치들이 생겨났다. 
 
하락장 속 증권사들의 '매수 일색' 보고서가 이어지면서, 독립리서치들이 기존 증권사가 커버하지 못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 주가가 비싸다'는 분석도 마다하지 않는 소신 리포트에 공매도, 기업공개(IPO) 과정에서의 기업 고평가 문제 등 자본시장 내 이슈에서 '사이다' 발언까지 내놓으면서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독립리서치 1호 리서치알음은 코스닥 지수가 총 시장가치 증가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를 지적해 반향을 일으켰다. 그간 대어급의 기업공개(IPO)가 시장 내 전체 시총만 키우고 지수 상승은 제한하고 있다는 점이 업계 내에선 이미 문제시되고 있던 만큼 시장에서의 반응도 컸다. 보고서는 '따상(첫날 최대 상승폭 160%)'과 물적분할이라는 독특한 제도가 기업들의 손쉬운 자금 조달에만 악용되고, 올바른 주가지수 산정에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미 업계에서는 기업들이 높은 몸값을 제시하며 IPO로 자금을 조달하고 물적분할이나 증자를 통해 쉽게 자금을 조달한다는 점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었지만, 이 점을 보고서로 지적한 건 리서치알음이 처음이다. 심지어 증권사 보고서들은 LG화학이 LG에너지솔루션을 분사하던 2년 전만 해도 물적분할 후 상장이 모회사 주주에게 장기적으로 손해가 아니라는 입장을 일관되게 내기도 했다. 현재 물적분할 후 재상장은 정치권에서도 주주 보호 정책을 적극 마련하고 있는 사안이다.
 
리서치알음은 작년에도 '묻지마 공모주 투자'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를 날리며 카카오뱅크와 크래프톤 등의 고평가가 우려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행한 바 있다. IPO 시장을 떠들썩하게 했던 카카오뱅크와 크래프톤은 현재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기존 증권사 리서치센터라면 특정 기업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는 것이 이례적인 일로 여겨진다. 실제로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증권사 33곳 중 31곳이 투자의견 '매도'를 단 한건도 내지 않았다. 기존 증권사들은 리처시센터가 기관투자자 영업을 위한 백업 오피스다 보니 IPO, 투자은행(IB), 신용공여 등 기관 영업에 지장이 생길 수 있을 특정 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또 다른 독립리서치 퀀트K는 지난 14일 '공매도 한시적 폐지 촉구-이러다 개미 다 죽는다!'란 제목의 보고서를 발간해 주목을 받았다. 최근 증시 하락에 개인투자자들을 중심으로 공매도 한시적 중단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 리서치센터가 공매도의 부정적 영향력을 분석해 발간한 사례 역시 이례적이다. 보고서는 "증시 전체 거래금액 대비 공매도 거래대금의 높은 상승률은 곧 호재에는 둔감하게 반응하고 악재에는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실한 증시 환경을 만들게 되며 이러한 환경은 전세계의 헤지 펀드들과 공매도 세력들의 좋은 먹잇감"이라고 설명하며 "공매도의 역기능만 극대화돼있는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공정'이 확보될 때가지 공매도는 한시적으로나마 폐지돼야 마땅하다"고 주장한다.
 
퀀트K는 작년 9월9일 리퍼블릭케이에서 오픈한 독립리서치로, 모회사 에프앤가이드가 보유한 방대한 데이터에 독자적으로 연구개발한 K로직을 적용해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커버하지 못하는 중소형주까지 목표주가와 상승 여력 등을 제시하고 있다.
 
중립적 위치의 '사이다' 보고서뿐 아니라 스몰캡에서의 독립리서치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 스몰캡은 기관투자자 영업을 우선시하는 증권사에서는 굳이 다룰 유인이 크지 않지만, 개인 주주 입장에선 정보 접근성이 낮은 중소형주 보고서 니즈가 크다.
 
올해 기업분석보고서 업무를 개시한 한국IR협의회는 이르면 이달 중 코넥스(KONEX) 종목 보고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한국거래소가 기업분석보고서 업무를 올해부터 IR협의회로 모두 이관하면서다. 코넥스 기업분석고보고서는 작년까지 거래소에서 반기별로 30~40개씩 몰아서 올린 게 다였는데, 앞으로는 시의성을 갖춘 코넥스 보고서가 정기적으로 나온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특히 기업 분석 보고서가 나온 코넥스 기업들의 거래량이 유의미하게 증가했다는 분석이 있는 만큼 중소형주에 대한 기업 분석 보고서는 역할이 크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리포트 작성은 증권사와 애널리스트가 그 기업에 대해 보증을 한다는 의미라 변동성이 큰 중소형 업체에 대해 쓰긴 부담스런 측면이 있다"며 "증권사들은 기관투자자 대상으로 대형사 리포트를 많이 내는 추세로, 중소형주에 관심을 쏟기 쉽지 않은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
 
우연수 기자


- 경제전문 멀티미디어 뉴스통신 뉴스토마토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