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선 당시 화두에 오르지 못했던 ‘가계통신비’가 중심 화두에 섰다. 현재 6%대인 물가상승률로 밥상물가 급등이 이어지자 필수재로 인식되는 통신비에 대한 부담 완화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이다. 정부가 꺼낸 카드는 5G 중간요금제다. 고가 요금제를 쓰는 이용자 중 중간요금제 데이터에 해당하는 가입자들이 내려와서 통신비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는 것이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볼 수 있다.
10~12GB(저가 5G 요금제 기준 데이터)이상의 데이터를 쓰는 이용자들은 이다음구간인 데이터 110~150GB의 요금제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들이 중간요금제를 선택할 경우 2만원가량의 비용을 낮출 수 있다. 중간요금제로 통신비를 절감할 수 있는 경우다. 하지만 5G 사용자 가운데 한달 평균 데이터 이상을 쓰는 이용자들은 여전히 데이터는 남기면서 고가 요금제를 이용해야만 한다. 이 때문에 정책 실효성 자체가 미지수인 상황이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중간요금제 출시로 통신비 인하가 얼마나 이뤄질지 물가 상승률에 어느 정도 효과가 나타날 지에 대해선 수치화된 조사결과가 없다고 설명했다. 일부에 한해 혜택이 돌아가기에 산술적으로 계산이 불가한 것이다.
중간요금제의 본질은 고가요금제로 설계된 것을 탈피해 사용한 데이터만큼 비용을 지불한다는 것이다. 데이터 구간별로 요금제를 세분화해 고객 선택권을 확대하고, 이용자들이 통신비 인하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예컨대 10~30GB, 30~50GB, 50~70GB, 70~90GB, 90~110GB 구간으로 요금제를 추가적으로 만들어 이용자가 각자의 평균 데이터 사용량에 따른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이 필요하다. 실제 영국 O2나 쓰리 등의 통신사들이 다양한 구간의 요금제를 제공하고 있고, 미국 AT&T나 T모바일, 버라이즌 등이 다양한 요금제를 내놓고 있다.
통신사들은 사기업이고, 요금제 설계는 이들의 이익을 좌지우지하는 영업기밀로 통한다. 하지만 사기업의 이익추구와 함께 전파의 공공성도 무시할 수 없는 논리다. 통신사들은 5G 상용화 이후 분기 영업이익 1조원 시대를 열며 5G 기반으로 수익성 제고를 올렸다. 이제는 소비자의 실사용 데이터를 반영해 이득만이 아닌 전파의 공공성에도 무게를 둬야 할 시점이 아닐까.
이지은 중기IT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