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우연수 기자] 연 4%대 수익률을 지급하는 증권사 발행어음에 법인 자금운용책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발행어음은 은행 수시입출금 이자보다는 높고, 은행 적금과 달리 1년 이내로 돈을 맡길 수 있는 단기 금융상품이다. 최근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일시적으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법인 자금이 발행어음으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발행어음형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고는 올 들어 7조5366억원에서 11조6504억원으로 약 54.6% 증가했다. 이 중 특히 법인의 발행어음 잔고는 같은 기간 2190억원에서 5719억원으로 늘어 161.1% 급증했다. 법인 발행어음 잔고는 지난 2020년 이후 꾸준히 2000억원 초반대 수준을 유지해오다 올 들어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발행어음이란 증권사가 자체 신용을 바탕으로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의 어음이다. 가입기간 1일~1년 미만의 초단기 상품으로, 만기를 채우면 약속된 이자를 지급한다.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지정된 증권사만 발행이 가능하며 국내에서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등 4곳이 사업을 하고 있다.
발행어음은 은행 수시입출식 예금보다는 높은 이자율을 제공하면서도 큰 손실 리스크 없이 자금을 운용할 수 있는 상품이다. 단기로 뭉칫돈을 넣어둘 수 있어 개인들에게 인기가 높은 상품이지만, 그간 법인 수요는 높지 않았다. 큰 규모의 법인들은 은행으로부터 대출 우대 금리를 받으려면 낮은 이자에라도 은행에 돈을 맡기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에 법인들은 증권사보다 은행에 자금을 예치하는 것을 선호해왔다.
하지만 올해는 금리 인상으로 발행어음 이자율이 4%를 넘어서면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법인 부동자금이 발행어음으로까지 흘러들어오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국내 기준금리가 1.00%에서 2.50%까지 치솟으면서 발행어음 1년물 수익률도 4%를 넘어섰다.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KB증권이 1년물 발행어음 이자로 개인과 법인에게 각각 4.15%, 4.10%를 지급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개인과 법인 모두 4.10%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발행어음 이자율은 1.80~2.15% 수준이었으나 금리 인상에 따라 이자율이 2%p 남짓 올랐다.
CMA 계좌 중에서도 발행어음은 이자율이 좀 더 높은 편에 속한다. 같은 1년물이어도 환매조건부채권(RP)의 경우 이자율이 2.5% 내외며, 일복리로 운용되는 머니마켓랩(MMW)도 2.5% 수준이다. 올 들어 발행어음 법인 계좌 잔액이 두배 이상 뛴 것과 비교해 RP와 MMW 법인 잔액는 사실상 제자리다.
발행어음 상품을 판매하는 한 증권사 관계자는 "발행어음은 4%대 높은 이자율을 받을 수 있으면서도 거의 무위험으로 운용할 수 있는 상품 중 하나"라며 "최근 이자율이 4% 초반까지 오르면서 법인 자금운용 관계자들도 관심을 가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단, 발행어음은 예금자보호가 되는 상품이 아니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단 점에서 주의할 필요가 있다. 특히 기간 만기 전 중도 인출시 약속된 이자율의 절반 수준의 수익률만 받을 수 있으며, 중도해지 수수료도 별도 부과될 수 있다.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