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확산한 한 영상을 통해 본 교권의 오늘은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영상에는 충남 홍성군 한 중학교 교실의 학생이 여성 선생님이 서 있는 교단에 누워 천연덕스럽게 휴대폰을 보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영상 끝에는 또 다른 남학생이 윗옷을 벗고 수업을 듣는 모습도 나와 또 한번 충격을 줬다.
충남도교육청과 학교 측에 따르면 교단에 누운 학생은 휴대폰을 충전하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틱톡'을 보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윗옷을 벗은 학생은 운동 후 난 땀을 식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두 학생 모두 어떤 이유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선생님을 존중했다면 하기 힘든 행동이란 것은 분명했다.
1970~80년대만 해도 교사가 학생을 잔인하게 체벌하는 게 문제가 됐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상황은 역전됐다. 교사들이 학생을 체벌한 것보다는 학생이 선생님에게 욕설하거나, 성희롱을 한 사례가 오히려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실제 교사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교권 침해 사례는 증가세다. 교육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교권 침해는 △2014년 4009건 △2015년 3458건 △2016년 2616건 △2017년 2566건 △2018년 2454건 △2019년 2662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등학교는 교권 침해 사례가 줄어드는 추세지만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증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교권 침해가 이처럼 점점 심각해지면서 이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자연스레 커진다. 다만 교권 추락의 원인을 학생인권 강화로 보고 이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해결책을 찾자는 주장에 대해선 동의하기 어렵다.
이번 충남 홍성 교권 침해 사태에 대해서도 학생인권을 지나치게 존중한 결과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사건이 드러난 뒤 실제 충남도의회는 이참에 학생인권조례를 폐지·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인권조례 어디에도 선생님을 무시해도 된다는 내용은 없는데도 말이다.
이는 교권과 학생인권을 반비례하는 관계로 설정한 이분법적인 사고의 결과다. 교권과 학생인권은 한쪽을 강화하기 위해 다른 쪽이 희생해야 하는 대립 관계가 아니다. 오히려 함께 학교 현장을 이끄는 동행 관계에 가깝다. 이 때문에 학생들이 권리를 찾으면서 교권이 약화했으니 다시 학생인권을 축소하자는 것은 과거로 회귀하는, 의미 없는 도돌이표에 불과한 일이다.
교사와 학생의 관계를 생각한다면 한쪽의 권리를 강화하기 위해 애써 다른 쪽의 권리를 약화할 필요는 없다. 학생인권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현장의 혼란이 빚어졌 듯, 교권을 높이기 위해 또 다시 갈등이 생길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두 권리 모두 최대한 지키는 방향을 최우선으로 둬야 한다. 선생님이 존중받지 못하는 사회가 불행하듯 학생이 무시당하는 사회도 건강하다고 볼 수 없다. 교육할 권리와 교육받을 권리, 양쪽 모두 놓쳐선 안 될 중요한 가치이다.
김지영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