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숙명여대가 김건희 여사 석사 학위 논문 표절 의혹 본조사를 미루면서 재학생과 동문이 조사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숙명여대 재학생으로 구성된 '김건희 여사 논문 심사 촉구 재학생 TF'는 지난 1일부터 온·오프라인을 통해 김 여사 석사 학위 논문 본조사에 대한 의견을 받는 서명운동을 진행 중이다.
이날 오전 10시 기준 재학생 약 1500명이 온·오프라인으로 서명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숙명여대 재학생은 대학원생을 포함해 모두 1만2000여명에 이른다. 이밖에 동문 700여명도 온라인으로 서명했다.
김 여사는 1999년 '파울 클레(Paul Klee)의 회화의 특성에 관한 연구'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숙명여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 논문을 둘러싸고 표절 의혹이 불거지자 숙명여대는 지난 2월 예비조사위원회를 꾸려 조사를 마쳤지만, 이후 본조사의 필요성을 결정하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반년 가까이 열지 않고 있다.
국민대학교 동문 비상대책위원회와 숙명여대 민주동문회 동문들이 지난 8월 8일 오후 성북구 국민대학교 정문 앞에서 김건희 여사 박사 학위 유지 결정에 항의하는 대국민 홍보전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숙명여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예비조사는 30일 이내 완료해 위원회의 승인을 받은 뒤 30일 이내 본조사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다만 위원회를 언제까지 개최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어 숙대가 이를 빌미로 본조사를 피하는 것으로 보인다.
TF는 지난 1일 서명운동에 나서면서 "학교는 이번 사건의 본질을 정치적으로 판단하지 말고, 교육기관이자 학문의 장으로서 연구 윤리를 수호해야 한다"며 "학교에는 학문의 기본을 바로 세우고, 사회의 공정성과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게 할 의무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숙명여대 졸업생 모임인 민주동문회도 지난달 대학 측에 김 여사 석사논문 표절 여부를 검증해달라고 제보하며 "학교가 이미 조사한 예비조사 결과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개최 일정을 알려달라"고 촉구한 바 있다.
민주동문회는 앞서 김 여사 논문에 대해 자체 표절 조사를 진행한 결과 50% 안팎의 표절률이 나왔다고 밝히기도 했다. 자체 조사에는 민주동문회 소속 숙명여대 교수들이 참여했다.
숙명여대가 석사 학위 논문을 표절이라고 결론 낼 경우 김 여사의 학위는 박탈된다. 이 경우 국민대에서 받은 김 여사의 박사 논문도 자동 취소될 가능성이 크다. 석사 학위가 없으면 박사 논문 신청 자격 조건이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학교 안팎의 압박에도 숙명여대가 영부인인 김 여사의 논문을 연구부정으로 판단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 김 여사에게 박사 학위를 준 국민대 또한 앞서 김 여사 논문들에 대해 연구 부정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