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했던 대·중소기업 상생특별위원회가 닻을 올렸다. 특위위원 명단과 과제가 발표되면서 관련 전문가들은 상생 실현 가능성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이들은 매년 되풀이되는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똑같은 논의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실현가능한 방법을 제시하고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대·중소기업 상생 특별위원회 출범식에서 한정화 특위 위원장에게 위촉장을 수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는 13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첫 특별위원회인 대·중소기업 상생특위 출범식과 1차 회의를 진행했다. 이날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과 이석준 경제·계층분과위원장, 김기문 중기중앙회 회장, 우태희 대한상의 부회장 등과 함께 상생특위 위원장과 위원 내정자 9명이 참석했다.
상생특위 위원장에는 한정화 한양대 명예교수(전 중소기업청장)가 위촉됐다. 특위 위원으로는 김선우 과학기술정책연구원 혁신기업 연구단장, 김세종 이노비즈협회 정책연구원 원장, 김순철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 사무총장, 김창영 출판사 따뜻한손 대표,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임채운 서강대 경영대 명예교수, 최수정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서비스·혁신연구실장, 추호정 한국유통학회 회장, 한상만 성균관대 경영대 교수가 임명됐다.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양극화는 여전히 심각한 문제다. 원청업체의 부당한 납품단가 인하 등 각종 불공정거래 문제가 계속 제기되고 있다"며 "최근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볼 수 있듯이 국가 경쟁력을 제고하려면 대기업들도 중소기업과의 긴밀한 상생협력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특위는 앞으로 압축적인 활동을 통해 민간의 자율적 참여를 통한 지속가능한 상생협력 생태계 구축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며 "불합리한 제도와 관행 개선 통해 중소기업 생산성 향상과 지급여력을 제고하고 일자리 창출, 근로자 처우 개선 등 국내 산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체계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윤정부는 중소기업 정책이 현재 대내외적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중소기업 정책 패러다임을 민간주도 혁신성장 관점에서 재설계해, 새로운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확산으로 전환시킨다는 방침이다. 그러면서 지원 성격의 중소기업 수혜적 정책에서 나아가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 발굴·육성을 통한 지속가능한 상생협력 생태계를 조성하는 정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같은 상황 속 상생특위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정책대안을 마련해 제안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국민통합위는 설명했다. 상생특위는 주 1회 이상 회의를 개최해 올해 연말까지 약 100여 일간 집중적으로 운영된다. 우선 논의과제 갈등영향을 분석하고 공론화·홍보, 대안 마련·협의·조정, 최종성과물 발표, 사후평가·점검의 절차로 진행된다.
상생특위에서는 총 6가지의 과제가 논의된다. 영역을 크게 지속 가능 상생협력 생태계 구축과 제도·관행 개선으로 나눠 각각 3가지 과제를 할당했다. 지속 가능 상생협력 생태계 구축 영역에서는 △대·중소 혁신 상생 선순환 모델 △상생과 신뢰의 선순환을 위한 사회협약 제안 △온라인 플랫폼과 소상공인 상생협력 제고를, 제도·관행 개선 영역에서는 △납품대금 조정협의제도 실효성 제고·납품단가 연동제도 조기 정착 △공공조달시장에서의 제값받기 △프랜차이즈 가맹사업 공정성 강화·상생협력 증진을 논의 과제로 제시했다.
이번 상생특위위원 과제 내용을 두고 이의준 중소기업정책개발원 규제혁신센터장은 아쉽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 센터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논리나 이해관계들이 첨예하게 대치하기 때문에 정말 상생을 이끌어내려면 명확한 판단기준을 갖고 해법을 이끌어 내야 한다"면서 "상생특위 과제를 보면 기존에 이미 논의했던 것들을 되풀이할 우려가 있다. 이미 상생 관련 연구결과들은 나와있기 때문에 이것을 빨리 실천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 이상 원론적인 내용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이밖에 위원 구성과 관련해선 "윤정부에 맞는 그릇을 짜서 그 그릇에 똑똑한 젊은 기업인 등 새 인물을 넣었다면 좀 더 신선하지 않았을까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경제학자 역시 "상생특위가 만들어진 취지와 목적을 명확히하고 정확한 목표와 미션을 정해야 지금까지의 상생에서 나아갈 수 있다"며 "방향성을 잡고 구체적인 로드맵을 그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불공정거래 등이 나타날 경우 위원회에서 제도적으로 엄격하게 다뤄야 한다고 제안했다.
상생특위의 역할이 기존 동반성장위원회와 겹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가운데, 동반위는 민간과 정부의 영역을 나눠 각자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동반위 관계자는 "제도, 정책 등 정부가 풀어야 할 영역은 상생특위가 맡고, 민간영역에서의 동반 성장과 상생협력 등은 동반위가 맡아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