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유럽 출장 중인 오세훈 서울시장이 세종문화회관을 재정비해 세계 최고 수준에 음향시설을 갖추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오 시장은 지난 2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를 대표하는 문화예술시설인 ‘필하모니 드 파리(Philharmonie De Paris)’를 방문했다.
필하모니 드 파리는 2015년 1월 개관한 클래식 공연장으로 최대 2400명을 수용하는 대표 공연장 피에르 불레즈 그랜드 홀을 비롯해 콘서트홀(1600석), 원형극장(250석), 교육시설, 악기박물관 등으로 구성됐다.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 수상자 장 누벨이 설계를 맡아 52m 높이 우주선 모양의 파격적인 외관 디자인은 물론 세계 최고 수준의 내부시설로 주목받고 있다.
객석이 무대를 감싸는 빈야드(Vineyard·포도밭) 형태로 공연의 몰입도를 높였고, 무대와 가장 먼 좌석까지 거리가 32m에 불과해 연주자와 관객이 가깝게 교감할 수 있다.
유럽 출장 중인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필하모니 드 파리를 방문하고 있다. (사진=서울시)
이날 필하모니 드 파리를 둘러본 오 시장은 세종문화회관을 광화문광장과 연계해 서울을 대표하는 감성 문화 플랫폼으로 전면 새단장하겠다고 밝혔다. 1978년 개관한 세종문화회관은 44년 만에 2028년 재개관을 목표로 재정비를 추진한다.
1978년 세종문화회관 개관 이후 44년 만에 대대적인 개축이 이뤄진다. 개관 50주년을 맞는 2028년 공사를 모두 마무리하고 새롭게 문을 연다는 목표다.
세종문화회관은 국내 공연예술계를 대표하는 공연장이지만, 40년이 넘는 시간이 흐르면서 시설이 노후화됐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또한 3000석이 넘는 대극장은 관객의 몰입도를 떨어뜨리고 약 10%나 사석으로 남겨져 공연 제작에 어려움이 존재했다.
재정비 과정에서 기존 대극장은 상징성을 고려해 외관 디자인은 유지하되 내부 공간은 최첨단 음향·조명시설과 디지털 영상 시스템을 갖춰 뮤지컬·오페라 공연의 몰입도를 높힌다. 공연장 규모도 객석 수를 줄이고, 객석과 무대 간 거리 또한 좁힌다.
대극장 이외 공간엔 전면 개축을 진행해 강북권 첫 클래식 전용 콘서트홀인 서울시향 전용 클래식홀을 갖춘다. 라이브 음향에 최적화해 풀(Full) 편성 오케스트라 공연을 소화할 수 있다.
세종문화회관과 인접한 광화문광장에서 공연 실황을 누구나 실시간 관람할 수 있도록 콘서트홀 외부에는 대형 외벽 영상(미디어파사드) 시스템을 구축한다.
대극장과 클래식 콘서트홀 사이에는 광화문광장과 바로 연결되는 대규모 열린공간(오픈큐브)을 만들어 스탠딩 공연이나 세미나, 설치미술 등 다양한 형태의 예술이 열린다.
서울시는 올 5월 ‘세종문화회관 리빌딩(개축) 프로젝트’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에 착수했다. 시민 공론화와 여론 수렴 과정을 거쳐 계획을 수립하고 내년부터 프로젝트를 추진할 방침이다.
오 시장은 “음악홀에 제일 중요한 것이 음향으로 세종문화회관에 필하모니 드 파리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음향을 구현하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을 생각”이라며 “문화예술 측면에서 강남과 강북이 불균형한 상황인데, 강북 시민도 문화예술을 즐기는 데 손색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오는 2028년 재개관을 목표로 추진하는 세종문화회관 재정비 조감도. (사진=서울시)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