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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다음 해 수능에서는 재수생 수가 늘어난다?
입력 : 2022-12-12 오후 6:34:30
교육계에는 월드컵이 열린 이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의 경우 재수생 수가 늘어난다는 속설이 있다. 수험생들이 월드컵 기간 동안 그 열기로 인해 공부에 집중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물론 올해는 카타르의 여름 날씨가 너무 더워 겨울에 월드컵이 진행되면서 수험생들도 마음 놓고 수능 이후에 월드컵을 즐길 수 있었다.
 
종로학원이 해당 속설을 분석한 결과 실제 1994년 미국 월드컵 이후 7번의 월드컵에서 5차례나 그 다음 해에 재수생 수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994년 미국 월드컵 다음 해에 치러진 수능에서는 재수생이 직전 연도 30만3789명에서 31만3828명으로 1만39명 증가했고, 1998년 프랑스 월드컵이 치러진 이듬해에는 전년도 24만5513명에서 26만4377명으로 1만8864명 늘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이 치러진 다음 해에는 이전 연도 19만3833명에서 19만8025명으로 4192명 증가했고,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이 치러진 이듬해에도 전년도 14만5592명에서 14만9133명으로 3541명 늘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이 치러진 다음 해 역시 직전 연도 14만6813명에서 15만4710명으로 재수생이 7897명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2006년 독일 월드컵 이듬해에는 재수생이 전년도보다 줄었지만 이는 2008학년도부터 수능이 등급제로 전면 개편된 데 따른 것이라고 종로학원은 설명했다. 성적표에 표준점수·백분위 없이 오직 등급만 적히는 방식이었다. 이는 난이도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단 1년 만에 폐기됐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다음 해인 2012학년도 수능에서는 재수생이 직전 연도 17만346명에서 16만7214명으로 줄어들었지만 당해의 경우 교육과정 개편으로 문과생 수능 시험에 미적분이 포함돼 수험생 부담 증가로 인한 특이한 현상이라고 봤다.
 
그렇다면 정말 수험생들이 월드컵으로 인해 공부에 집중하지 못해서 그 다음 해에 재수를 하게 됐을까? 그렇지는 않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월드컵 이듬해에 재수생이 늘어난 이유는 수능 난이도에 있다. 최근 4차례 월드컵과 같은 해 수능에서 수험생 체감 난이도가 갑자기 쉬워졌거나 어려워진 것으로 분석됐다.
 
2006년 독일 월드컵이 치러진 해의 수능에서는 영어 표준점수 최고점이 직전 연도 142점에서 134점으로, 만점자 비율도 0.29%에서 1.02%로 급격하게 쉬워졌다. 특히 수학 나형에서는 표준점수 최고점이 전년도 152점에서 140점으로 낮아지면서 만점자 또한 0.33%에서 1.76%로 크게 늘었다.
 
표준점수는 수험생의 원점수가 평균 성적과 얼마나 차이 나는지 보여주는 점수다. 통상 시험이 어려워 평균이 떨어지면 표준점수 최고점은 상승하고, 시험이 쉬워서 평균이 올라가면 표준점수 최고점은 하락한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이 치러진 2015학년도 수능에서는 수학 가형과 나형이 모두 전년 대비 매우 쉬웠다. 수학 가형 표준점수 최고점은 138점에서 125점으로, 수학 나형 표준점수 최고점은 143점에서 131점으로 내려가 2005학년도 이후 역대 최고의 수학 '물수능'이라는 평을 받았다. 영어 또한 만점자 비율이 0.39%에서 3.37%로 급등하기도 했다.
 
반면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이 치러진 2011학년도 수능의 경우 국어·수학·영어 모두 직전 연도에 비해 크게 어려워진 '불수능'이었다.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이 전년도 134점에서 140점으로, 수학 가형은 142점에서 153점으로, 수학 나형은 142점에서 147점으로, 영어 역시 140점에서 142점으로 올라 모두 어렵게 출제됐다.
 
2018년 프랑스 월드컵이 치러진 2019학년도 수능에서는 국어가 '불수능'이었다고 평가받는다.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이 150점을 돌파하면서 2005학년도 이래 가장 어려웠다. 영어 또한 절대평가제로 전환돼 1등급 비율이 직전 연도 10.0%에서 5.3%까지 떨어질 정도로 어렵게 출제됐다.
 
2023학년도 수능에서 재수생의 비율은 31.1%로 1997년 수능 33.9% 이후 26년 만에 최고 수준이었다. 올해는 수능 이후에 월드컵이 치러진 만큼 내년에 이러한 '월드컵 징크스'를 비켜갈지, 아니면 이번에도 어김없이 재수생 수가 늘어나 다시 한 번 최고 수준을 기록할지 살펴보는 것도 내년 수능의 관심 포인트가 될 수 있겠다.
 
종로학원 분석 결과 1994년 미국 월드컵 이후 7번의 월드컵에서 5차례나 그 다음 해에 재수생 수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2022 카타르 월드컵' H조 조별리그 대한민국과 포르투갈의 경기가 열리는 2일 저녁 시민들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응원하고 있는 모습.(사진 = 뉴시스)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
 
장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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