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크게 작게 작게 메일
페이스북 트윗터
(시론)대학이 살아남을 길이 있을까
입력 : 2022-12-23 오전 6:00:00
우리 대학은 3중고에 시들어가고 있다. 가장 큰 고난은 등록금 동결이다. 대학의 등록금은 13년째 인상이 허락되지 않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반시장적 가격규제가 10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니 대단한 사건이다. 아마, 외국 언론에서 안다면 해외 토픽 감일 거다. 
 
등록금 동결정책은 2011년 이명박 정부 시절에 시행됐다. 당시 대선에서 내세웠던 반값 등록금 공약을 당선된 다음 까맣게 잊고 있다가 광우병 시위로 흔들리는 민심을 잡으려고 시작했다. 세칭 보수 정부에서 도입한 등록금 동결정책을 그 어느 정부가 뒤집을 수 있겠는가. 
  
두 번째 고난은 학생 수 감소다. 학령인구가 감소하면서 대학 입학생 수가 급격히 줄고 있다. 대학 입학연령(만 18세) 인구는 2000년 82만7000명에서 2021년 47만6000명으로 감소해 대학정원 47만4000명과 비슷한 수준이 됐다. 
 
지난해 4년제 대학의 입학생은 33만3896명으로 2017년(34만8272명)에 비해 1만4376명이 감소했다. 신입생 충원율도 같은 기간 95.2%에서 90.6%로 하락했다. 국공립대를 포함한 지방대학들은 신입생의 80%를 채우지 못했다.  
 
초저출산의 추세에 따라 출생아 수는 1995년 71만5000명에서 2021년 26만600명으로 급감했다. 앞으로 대학의 정원 미달은 일상사가 될 것이며, 학생을 절반도 채우지 못해 문 닫는 대학도 속출할 것이다. 
 
등록금 동결에 정원 미달이 겹쳐 대학의 등록금 수입은 계속 줄어든다. 지난해 사립대의 등록금 수업은 9조8780억원으로 2017년 10조1510억원보다 2730억원 감소했다. 등록금 수입의 감소분은 정부 지원금이 메우고 있어, 지난해 대학의 국고보조금 수입은 전체 수입의 17.2%를 기여했다. 정부 지원에 의존할수록 대학의 자율성은 위축돼 등록금 동결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 정부 정책에 반해 등록금을 인상하면 국고보조금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악순환의 연속이 아닐 수 없다.  
 
세 번째 고난은 촘촘한 규제다. 대학이 학과를 신설·폐지하거나 학과 간 정원조정을 하려면 4대 요건(건물·교지·교원·수익용 기본재산)을 충족해야 한다. 대학의 부실을 방지한다는 명분으로 만들어진 규제는 26년이나 묵을 만큼 강고하다. 정부가 우리나라 반도체 인력이 부족하다고 반도체 학과를 만들고 정원을 늘리겠다는 것은 순 허풍이다.  
 
대학에 대한 규제를 기업에 적용해 보라. 고객 수는 감소하는데 10년 이상 가격을 동결하고 신상품 개발과 출시를 금지한다면 살아남을 기업이 하나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 대학들이 망하지 않고 버틴 것은 신기하기만 하다.  
 
대학이 살아남은 비결은 외국 유학생을 유치해 등록금 결손과 학생 정원을 채워 나간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 대학 교육을 받고 있는 외국인 유학생 수는 15만명을 넘는다. 중국인 유학생 수가 약 7만명으로 전체 유학생의 절반을 차지한다. 몇 년전에 중국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로 내한 중국관광객을 규제할 때 유학생 송출을 금지했더라면 대학들이 타격 받아 국내 여론이 굴복했을 것이라는 농담이 나올 정도다. 
 
국내 주요 대학별로 등록 외국인 유학생 수는 2000명 가량이며 5000명에 육박하는 대학도 있다. 정부 규제로 발생한 등록금 수입 결손을 외국인 학생이 충당해 주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그러나 전공 수학 능력은커녕 한국어 능력도 갖추지 못한 외국인 학생이 국내 대학의 강의실에 밀려 들어오며 수업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인기과목의 경우 외국인 학생 비율이 20~30%에 달하는데, 글로벌화와 다양성이 증진돼 학생들의 시야와 사고의 폭이 넓어진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 하지만, 학업 수준이 낮아지고 학사관리가 느슨해져 학문적 수월성을 저해한다는 부정적 측면도 크다. 
 
솔직히 대학의 붕괴는 캠퍼스 밖이 아니라 강의실 안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전처럼 학생들에게 많은 분량의 과제를 부여해 학습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 높은 수준의 학업성취를 요구할 수 없다. 기본적으로 강의 내용도 알아듣지 못하는 외국인 학생들에게 과제 자체를 내주기도 어렵다. 객관식 문제로 시험을 봐도 100점 만점에 20점 내외에 머문다. 한국 학생들은 학업 준비가 안 된 외국인 학생을 경멸하면서도 점수를 깔아준다고 외국인 학생이 많은 강좌를 선택한다. 외국인 학생들은 오만하고 불친절한 한국 학생들을 혐오한다. 우리나라에서 공부하고 돌아간 외국인 학생들이 반한파가 될 것이 걱정된다. 우리 대학과 교수들이 외국인 학생을 수용할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단순히 등록금 때문에 대거 외국인 학생을 받으며 부작용이 크게 나타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교육부가 4대 요건의 규제를 완화해 대학이 학령인구 감소추세에 유연하게 대응하도록 자율성을 강화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서울시는 대학 캠퍼스 내의 용적률 규제를 완화해 초고층 건물도 지을 수 있게 한다고 한다. 등록금 규제는 건드리지 못하고 뒷북치기 헛질만 하고 있다. 이미 대학은 망가질대로 망가져 백약이 통하지 않는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명예교수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보라 기자
SNS 계정 : 메일 트윗터 페이스북


- 경제전문 멀티미디어 뉴스통신 뉴스토마토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