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하늬 기자] 90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의 필로폰을 국내로 밀반입한 일당의 수법은 마약을 각설탕과 수족관용 돌, 시리얼 등과 혼합한 겁니다. 또 체스판 바닥에 숨기거나 가정용 실내 사이클 프레임을 잘라낸 뒤 내부에 마약을 숨겨 용접하는 식으로 국내애 몰래 반입하기도 했습니다.
12일 인천지방검찰청에 따르면 마약밀수 조직은 2021년 12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13차례 걸쳐 인천국제공항과 부산항을 통해 필로폰 27.5㎏과 MDMA(일명 엑스터시) 800정을 미국에서 몰래 반입했습니다.
검찰이 적발한 일당은 미국에서 마약을 밀수입해 국내에 유통시킨 마약조직의 핵심 조직원 6명(구속)과 이들의 도피를 도운 4명(불구속)입니다. 미국에 거주중인 해외총책과 관리책 2명도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범죄인인도 청구했습니다.
마약밀수 조직이 밀수입한 필로폰은 90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분량으로, 시가 900억원 상당입니다. 이는 작년 1~11월 미국에서 국내로 밀수입됐다가 적발된 전체 필로폰 38.7㎏의 70%에 해당하는 큰 규모입니다.
90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의 필로폰을 국내로 밀반입한 일당의 수법은 마약을 각설탕과 수족관용 돌, 시리얼 등과 혼합했다. 또 체스판 바닥에 숨기거나 가정용 실내 사이클 프레임을 잘라낸 뒤 내부에 마약을 숨겨 용접하는 식으로 국내애 몰래 반입했다. (사진=인천지방검찰청)
가정용 사이클·각설탕·수족관 등에 숨겨
이들은 세관의 엑스레이 검색을 피하기 위해 교묘한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H자 모양의 나무 거치대 중앙을 필로폰이 담긴 비닐봉지로 감싼 뒤 쇠사슬을 다시 감거나 마약을 각설탕, 수족관용 돌, 시리얼 등과 혼합했습니다. 또는 체스판 바닥과 가정용 실내 사이클 프레임 등에 숨겨 밀수입을 시도했습니다.
이 조직은 전국 각지의 부동산 공실 정보와 각종 개인정보를 수집해 마약을 은닉한 화물의 수취지와 수취인 정보로 사용하고, 수사기관 추적을 피해 2인1조로 움직였습니다. 하지만 2021년 12월 필로폰 9.2㎏이 인천본부세관에서 적발되며 꼬리가 밟혔습니다.
지금까지 검찰은 말단 수령책을 검거하더라도 철저한 조직 관리 때문에 관리책과 해외총책을 특정하기 어려워 그 실체를 확인하지 못한 경우가 대다수였습니다. 이번 사건에서도 수령책이 검거되더라도 총책·국내 관리책 신원을 털어놓지 못하게 사전 작업을 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이들은 범행 전 수령책들에게 재판 비용과 향후 대가를 약속했고 검찰에 붙잡힌 수령책을 수시로 접견해 회유했다고 합니다. 수령책의 부모와 함께 재판을 방청하는 등 지속해서 압박하기도 했습니다.
90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의 필로폰을 국내로 밀반입한 일당의 수법은 마약을 각설탕과 수족관용 돌, 시리얼 등과 혼합했다. 또 체스판 바닥에 숨기거나 가정용 실내 사이클 프레임을 잘라낸 뒤 내부에 마약을 숨겨 용접하는 식으로 국내애 몰래 반입했다. (사진=뉴스토마토)
국제 마약조직 실체 규명한 최초 사례
하지만 추적에 나선 검찰은 통신·계좌 추적, 구치소 접견 기록 분석, 재판비용 출처 확인 등으로 조직원을 하나씩 특정했습니다. 이에 한인 총책을 정점으로 해 재미한인, 국내 폭력단체 조직원 등이 순차로 가담한 단일 조직임을 밝혀낸 겁니다.
총책, 관리책, 수령책이 미국과 한국에 각 거점을 두고, 역할분담 하에 양국을 오가며 지속적으로 범행을 계획·실행한 국제 마약조직의 실체를 규명한 최초의 사례가 된 셈입니다.
검찰 관계자는 “처음으로 미국 내 한인이 중심이 된 국제 조직의 실체를 확인하게 된 것"이라며 “미국이 마약 유통의 경유지로 사용되는 점과 최근 한인들 간 마약 거래가 늘어나는 점을 우려한 미 수사당국이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수사상황 공유를 하게됐다”고 말했습니다.
인천=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