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보연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보험사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나 무리한 외형확장보다는 시장 안정에 힘써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이복현 원장은 26일 광화문 센터포인트빌딩 생명보험교육문화센터에서 14개 생명·손해보험회사 최고경영자들과 간담회를 가졌습니다. 이날 간담회에서 이 원장은 "지난해 금리 급등으로 보험업계가 건전성과 유동성 관리에 일시적인 어려움을 겪기도 했으나 보험회사의 협조 덕분에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며 "금융시장 및 민생 안정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달라"고 주문했습니다.
금융시장이 불안할 때마다 보험업계가 장기자금을 제공함으로써 자본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해온 만큼 무리한 외형 확장보단 시장 안정에 힘써달라는 것인데요, 올해도 일시적 유동성 부족에 따른 정상기업의 부실화가 금융산업 내 시스템 리스크를 촉발하지 않도록 회사별로 채권 매입 등 다양한 투자 방식을 통해 유동성을 공급하는 기관투자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해달라고 요청한 것입니다.
특히 부동산 등 경기 민감성 자산의 손실 위험이 커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 잠재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줄 것을 주문했습니다. 이 원장은 "PF대출 및 해외 대체투자에 대한 자체 심사와 사후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IFRS17 및 신지급여력제도의 안정적 시행을 위해 회계시스템, 산출 결과 등을 꼼꼼히 살펴봐 달라"고 했습니다.
국민 노후를 위한 다양한 연금보험 개발, 플랫폼 노동자를 위한 이륜차 보험 활성화 등에 적극적으로 협조해달라고도 했는데요, 경기가 어려워질수록 사적 안전망으로서의 보험의 역할이 중요하므로 민생 안정을 위한 보험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줄 것을 요청한 것입니다.
이 원장은 지속 가능한 경영에 대한 메시지도 남겼습니다.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비대면 채널 활성화, 기후·헬스 케어 상품 확대, 내부통제 강화 및 성과보수 체계 개선 등 보험산업이 나아갈 방향을 다각도로 고민해달라는 주문입니다.
이 원장은 선량한 보험 가입자의 피해 예방을 위한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안 조속 통과를 위한 입법 지원도 약속했습니다. 이와 아울러 해외 대체투자 모니터링 지표 개발과 고령자 및 생계형 대리운전자 등 취약계층을 위한 상품개발 환경 조성 등 보험업계의 노력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습니다.
한편, 이복현 금감원장은 보험사 CEO와 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차기 우리금융그룹의 회장 인사 절차와 관련해 "후보군 선정에 대해 롱리스트(1차 후보군)가 어떤 기준으로 작성된 것인지, 그 기준은 무엇인지, 정량적 내지는 정성적 평가를 해야 상식적일 텐데 과연 평가에 필요한 적정한 시간이 확보됐는지, 결국 일주일 만에 뭔가 결정이 나는 것이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우리금융 롱리스트에 포함되면서 관치 논란이 일고 있다는 지적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차기 회장 후보군에 대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으로 후보군을 형성하고, 어떤 기준으로 회장을 선출할지에 관한 검증 가능한 기준과 절차가 있어야 한다"는 견해를 밝힌 겁니다.
앞서 우리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을 포함한 차기 회장 1차 후보군 8명을 확정한 데 대한 지적으로 보입니다. 오는 27일 임추위는 차기 회장 2차 후보를 확정할 계획입니다.
이 원장이 지적한 관련 절차와 기준이 향후 지배구조 감독법 개선안에 포함될 가능성에 대한 질문엔 "여러 학계와 업계의 의견을 들어봐야 할 것 같다"며 "방향성과 관련해선 서로 공론화 내지는 논의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시중은행 영업시간 정상화에 대해 은행 노조 측이 반발하는 것과 관련해선 "코로나19를 이유로 줄어든 영업시간을 정상화시키는 것에 대해 노조가 다른 이유로 반대를 하는 상황을 국민 대다수가 수긍하거나
이해할 수 있을지, 상식에 부합한 지 건전한 판단을 해달라"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노조가 적법하지 않은 형태로 의사 표현하는 것에 대해선 강하게 대응할 기조를 갖고 있고, 이와 관련해 여러 번 입장을 표명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6일 보험회사 CEO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사진=뉴시스)
김보연 기자 boye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