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고공행진을 거듭해온 강남3구 아파트가 금리 인상과 경기침체 등으로 하락세가 이어졌습니다. 이 기회를 틈타 강남과 서초 대신 상대적으로 가격 접근성은 낮고 생활 인프라가 좋은 송파구, 특히 잠실로 눈을 돌리는 수요자들이 많았는데요. 잠실도 만만치는 않습니다. 현재는 급매가 소진된 뒤 최근 잠실 대장주로 불리는 '엘리트(엘스·리센츠·트리지움)'에서는 반등 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상급지 갈아타기 수요와 오는 6월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기대감이 겹치면서 매도호가가 오르고 있는데요. 리센츠는 전용면적 84㎡형 매물이 19억5000만원부터 22억까지 나와 있고, 엘스 역시 19억8000만원에서 22억6000만원 정도에 호가가 형성돼 있습니다. '폭락한 잠실 아파트'를 기대하고 왔다면 실망하고 발을 돌릴 수밖에 없을 겁니다.
중개업소 관계자는 그래도 상급지로 갈아타기에 좋은 시기라고 합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해제돼 갭투자가 가능하면 금액이 더 올라갈 것이라고 하네요. 그래서 둔촌주공 재건축 단지(올림픽파크포레온) 당첨자들이 조금 더 보태서 가락동 헬리오시티, 신천동 파크리오를 고려하다가 결국 '엘리트'가 있는 잠실로 와 똘똘한 한 채를 찾고 있다고 해요.
현재 잠실은 단지 안에 초·중·고등학교가 있는 엘스, 리센츠가 가격을 끌고 '트레파(트리지움·레이크펠리스·파크리오)'가 따라가는 분위기입니다.
실거주 만족도는 엘스보다 리센츠가 높습니다. 상대적으로 동간 거리가 넓고 대부분 판상형 구조인데다 상가가 잘 조성돼 있어섭니다. 실거주 편의성을 높게 산 수요층이 많이 찾고, 대신 엘스는 강남 접근성과 현대자동차그룹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종합운동장 복합개발(MICE) 등 개발 호재를 염두에 둔 투자자들이 많이 찾는다고 합니다.
리센츠 단지 내에 위치한 잠신 초·중·고등학교 전경입니다. 초중고를 모두 품은 단지는 흔치 않습니다. (사진=홍연 기자)
리센츠 227동 인근에서 찍은 리센츠 단지 내부 모습. 상가와 가까워 선호도가 높습니다. (사진=홍연 기자)
단지 내에서 안정적으로 초 중·고학교를 보낼 수 있는 건 분명 큰 장점이에요. 면학 분위기도 잘 갖춰져 있고, 초·중학교는 학업 성취도도 높은 편이죠. 다만 서울 주요 학군지와 비교했을 때 고등학교가 조금 아쉽다는 이유로 강남·서초로 이사하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트리지움과 레이크팰리스 사이에 형성된 학원가가 있지만 대치동과 지리적으로 가까워 초등학교 때부터 학원 통학을 시키기도 합니다. 반대로 내신을 잘 받고 싶은 경우 단지 내 고등학교를 선호하기도 하고요.
트리지움은 단지 내 중학교가 없어 단점으로 꼽히지만 단지 관리가 잘돼 있고 잠실학원사거리가 가까워요. 여아의 경우 좋은 학군으로 꼽히는 정신여자중학교 배정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하철 9호선 삼전역과 건너편에 있는 새마을시장 이용하기도 편해요.
레이크팰리스는 단지 내 초등학교밖에 없다는 점과 2호선 잠실역과의 접근성에서 조금 떨어집니다. 그렇지만 롯데월드·석촌호수와 가까워 유아동이나 초등생들을 둔 학부모들의 만족도는 높습니다 중학교, 고등학교가 떨어져 있다 보니 사설 셔틀도 많이 이용합니다. 대형 평수가 많고 노년층 거주 비율이 높아 단지가 상대적으로 조용한 느낌이에요.
트리지움 아파트 전경. 트리지움과 레이크팰리스 사이에 학원가가 형성돼 있어요. (사진=홍연 기자)
현재는 엘리트가 잠실의 대장이지만 결국 잠실의 꽃은 잠실주공5단지입니다. 잠실역 초역세권에 있는 데다 용적률이 138%로 낮아 대지지분이 높습니다. 전용면적 76㎡형의 대지지분은 76㎡, 81㎡형은 80㎡, 82㎡형은 83㎡에 달합니다. 좋은 입지에 40평대 신축을 노릴 수 있는 곳이죠.
지난해 6월 최종 확정된 잠실주공5단지 정비계획안을 보면 최고 50층, 총 6815세대(공공주택 611세대 포함) 규모 대단지로 재건축할 예정입니다. 엘스와 리센츠는 올해 입주 15년차라 이곳이 새 아파트로 준공되면 신축에 입지 메리트까지 두루 갖춘 명실상부한 잠실의 대장이 되겠죠.
전용면적 76㎡형이 지난해 7월 27억5000만원에 실거래됐는데 올해 1월엔 19억8350만원으로 뚝 떨어졌어요. 저층인 걸 감안해도 낙폭이 상당했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2주택자 종합부동산세 중과 배제 등 세제 감면안을 발표한 뒤 분위기가 또 달라졌습니다. 추가 규제 완화 기대감에 집주인들이 매물을 회수하거나 호가를 올렸거든요. 최근 호가는 23억~24억대에 형성돼 있습니다.
다만 신천초 이전과 부지 문제로 사업이 지지부진한 상황이에요. 학교를 현재 위치에 두고 재건축하면 그 주변은 일조권 규정상 저층으로 지어야 해 조합 입장에선 달갑지 않죠. 착공까지 많은 관문이 남아 있는 만큼 최소 10년은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또,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해제된다고 해도 전세가가 워낙 낮아서 현금부자가 아닌 이상 갭투자가 불가능해 집값 상승폭은 제한적일 것이란 의견이 많습니다.
정문에서 바라본 잠실주공 5단지 모습. 용적률이 138%로 낮아 대지지분이 높습니다. (사진=홍연 기자)
마음이 급하고 자금이 부족한 사람은 신천동 '파크리오'로 눈을 돌릴 만합니다. 잠실동이 토지거래허가제로 묶여 실거주 목적 매수가 가능하지만 신천동은 규제를 벗어나 전세를 안고 매수가 가능하거든요.
급매물은 소진됐고 현재 전용면적 84㎡형 호가가 17억~17억5000원 정도입니다. 싸게라도 팔겠다는 매물이 많지는 않다고 합니다. 지난주에는 1단지 초고층이 18억에 거래됐다는군요. 2호선 잠실나루역과 가까운 1단지, 특히 세대수가 적은 판상형이 가격이 높습니다. 가락동 헬리오시에 비해 한참 구축인데도 입지가 좋아 가격이 비슷하게 같이 움직이는 경향을 보입니다
근처 아산병원, 올림픽공원, 한강공원, 롯데백화점을 걸어 다닐 수 있어 실거주 만족도가 높은 단지이기도 합니다. 아산병원과 가까워 의사와 병원 직원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하는군요. 진주·미성·크로바(진미크) 재건축으로 투자가치가 높아졌고, 3단지에 인접한 올림픽공원에 올림픽스포츠콤플렉스가 조성되면 더 좋아질 것이란 기대감도 크죠.
잠실초등학교 앞에서 바라본 파크리오 단지. 단지 내 잠헌초, 잠실고가 있습니다. (사진=홍연 기자)
파크리오 단지 내 중학교 신설을 요구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는 모습입니다. (사진=홍연 기자)
파크리오의 학군은 단지 안에 잠실초, 잠헌초 2곳과 남녀공학을 추진하고 있는 잠실고가 있어요. 중학교가 없는 게 단점입니다. 파크리오 주민들은 중학교 신설을 꾸준히 요구하고 있어요. 바로 앞에 재건축 공사 중인 진미크가 입주할 때쯤 이미 과밀 학급인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초과밀 학급이 될 거란 걱정이 크거든요.
금리 인상과 경기침체, 각종 규제로 매수심리가 위축됐다고 하지만 실제로 둘러보니 잠실은 잠실이더군요. 일시적 반등인지 장기적 흐름지는 좀더 지켜봐야겠지만, 발 빠른 투자자와 실수요자들은 이런 상황 속에서 기회를 노리고 있어요.
여러 호재들이 있지만 당장은 오는 6월22일 만료되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 여부에 눈길이 쏠립니다. 향후 시장이 기운을 차린다면 잠실의 변동폭은 어느 정도일까요? 수요자들의 엉덩이가 들썩일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잠실 미성·크로바 아파트 재건축 현장에 공사 차량이 출입하고 있습니다. (사진=홍연 기자)
파크리오 건녀편에서 진행되고 있는 미성, 진주 아파트 재건축 현장 앞에 가림막이 쳐진 모습입니다. (사진=홍연 기자)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