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금리가 하락하면서 조건부자본증권(신종자본증권)의 인기가 오르고 있습니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또 올렸는데도 시중금리 하락세엔 변함이 없어요. 앞으로 금리가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돼 채권을 찾는 수요가 많습니다.
지난해 금리 상승기엔 고금리 단기채가 인기였다면 올해는 금리가 정점을 지날 것이란 전망에 따라 장기채의 투자 매력이 더 높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신종자본증권은 30년만기로 발행돼 장기간 투자하기에 적합하죠. 특히 신용도가 높은 금융회사들이 발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수익성과 안정성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채권이기도 하고요. 덕분에 작년말부터 신종자본증권을 찾는 수요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신종자본증권은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돼 금융사들이 편리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수단입니다. 국내 금융사들은 위험자산 대비 자기자본비율(BIS)을 8% 이상 유지해야 합니다. 대출 등으로 빌려주거나 투자한 자금 규모가 어마어마할 텐데, 그에 비례해서 자본금을 조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죠. 그래서 채권이지만 신종자본증권은 자본으로 인정해 주는 겁니다.
복잡한 문제는 은행과 금융당국의 사정이고, 투자자 입장에서는 그로 인해 투자기회를 얻을 수 있으니 좋은 일입니다. 신종자본증권이 변제순위에서 밀리는 ‘후순위’ 채권이긴 하지만 한국에서 은행이 망해 채권을 상환하지 못할 가능성은 극히 낮거든요.
다만 요즘 발행되는 신종자본증권은 채권을 발행한 금융회사가 부실화될 위험이 있다거나 그에 준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회사의 이익잉여금으로 귀속되거나 주식으로 전환한다는 조건을 달고 발행됩니다. 채권자도 부담을 함께 지는 구조이죠. 물론 그런 조건이 달려 있다고 해도 여전히 위험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됩니다.
또, 신종자본증권이 대부분 30년만기로 발행되지만 실제로는 5년 시점에 중도상환하는 콜옵션 조건이 붙어 있죠.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는 경우는 극히 드물기 때문에 실질적으론 5년만기 채권으로 여겨집니다.
(사진=뉴시스)
그렇다면 요즘 나오는 신종자본증권의 발행조건은 어떨까요? 지난달 30일까지 판매된 신한금융지주의 신종자본증권은 최종 발행금리가 연 5.14%였습니다. 마지막 남은 5%대 금융지주 채권으로 입소문을 탔죠.
오는 3일 발행 예정인 KB금융지주 신종자본증권은 연 4.90%로 결정됐어요. 사실상 연 5%짜리 신종자본증권 시대는 막을 내린 것 같습니다. 적어도 올해 안에는 다시 보긴 어렵겠죠? 우량 장기채에 관심이 많은 투자자들에겐 아쉬운 소식입니다.
그렇다고 5% 넘는 채권에 투자할 기회가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증권사를 통해 장내 채권시장에서 매수하면 되니까요.
장내에서 거래 중인 조건부자본증권 중에서 은행이 발행한 채권만 추려보죠. 아무래도 지방은행들의 수익률이 조금 더 높게 형성돼 있습니다.
우선 경남은행의 17-11이(신종)30A-28 채권이 2일 현재 매매수익률 5.90%에 형성돼 있군요. 2013년 11월28일에 630억원 규모로 발행된 채권으로 신용등급은 AA-급이에요. 표면금리는 연 6.13%인데 현재 시세가 1만390원으로 올라 이 가격에 매수할 경우 연 5.90%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광주은행의 16-11이30갑-12의 매매수익률은 5.953%입니다. 2013년 11월12일에 발행했고, 표면금리는 6.0%입니다. 현재 채권가격은 1만189원입니다. 제주은행 조건부자본증권(상)5(신종-영구-5)는 지난해 9월에 발행된 영구채입니다. 신용등급은 앞선 두 은행 채권보다 낮은 A+급이지만 신한금융지주 계열이라서 실제 안정성은 높다고 볼 수 있어요. 표면금리는 연 5.95%, 매매수익률은 5.884%입니다.
금융지주사들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 중엔 우리금융이 지난해 10월25일 발행한 우리금융조건부(상)13(신종)의 매매수익률이 연 5.586%로 높은 편에 속해요. 표면금리는 5.97%였고, 신용등급은 AA-에요. 만기가 없는 영구채권이고요.
지난달 30일 판매된 신한금융지주의 신종자본증권은 현재 삼성증권에서 수익률이 4.710%, 매수단가 1만154원에 거래되고 있어요. 신용등급 AA-인데, 현재 수익률만 놓고 보면 채권시장에 상장돼 거래되고 있는 신종자본증권들이 조금 더 괜찮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신종자본증권에 투자하기 위해선 주식투자와 동일하게 증권사 지점에 방문해 수수료를 내고 매수할 수 있습니다. 홈트레이딩서비스(HTS), 모바일트레이딩서비스(MTS) 장내채권 매매에서 금융사들의 금리와 콜옵션을 확인한 뒤 직접 매수도 가능합니다. 증권사에서는 최소금액 제한 없이 투자할 수 있어요.
금융지주는 비교적 건성이 높지만 투자할 때 주의가 필요해요. 신종자본증권에는 발행회사가 투자자에게 원금을 갚을 수 있는 권리(콜옵션)만 있어요. 만기 전에 투자자가 먼저 원금을 달라고 요구할 권리(풋옵션)가 없죠. 또 금융기관이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되면 원금이 상각될 수 있다는 점도 주의해야 합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