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한국예탁결제원 사장에 윤석열 대통령 대선 캠프 출신 인사 내정설이 돌면서 금융권에 번진 관치 논란이 증권가로 옮겨가는 양상입니다. .
관료 관행 끊고 캠프 인사 낙하산 논란
7일 업계에 따르면 예탁원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는 이순호 금융연구원 은행보험연구2실장을 최종 후보로 유력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실장은 미국 일리노이대 어바냐샴페인 캠퍼스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고 2006년부터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에 재임 중입니다. 윤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경제 분야 싱크탱크 구성원이었으며, 지난해 제20대 대통령인수위원회 경제1분과에서 비상임 자문위원으로 활동했습니다. 이 실장은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과는 서울대 경제학과 동창입니다.
예탁원 사장은 우리은행 출신인 김경동 전 사장이 2013년 퇴임한 이후 유재훈·이병래 전 사장과 이명호 현 사장 등 금융관료 출신이 맡아왔는데요. 그래서 이번에도 관료 출신 인사가 후임으로 결정될 것이란 예상이 나왔는데 아니어서 뜻밖이라는 반응입니다. 선임 절차가 진행 중인 가운데 관료 출신이 아닌 이 실장이 신임 사장이 될지를 두고 관심이 쏠립니다. 이 실장이 확정되면 예탁결제원 사장에 비관료 출신이 선임된 건 10년 만인 셈입니다.
임원추천위원회가 서류·면접 심사 주주총회에 후보자를 추천하면 주주총회의 승인을 통해 금융위원장이 예탁결제원 사장을 최종 임명합니다. 사장 후보자 심사기준은 정부 및 국내외 증권·금융기관과의 대외업무 추진능력(25점), 업무수행에 필요한 지식과 경험(20점),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조직관리능력(20점), 비전제시 및 전략적 리더십(20점), 최고경영자로서의 자질과 덕목(15점) 등 도합 100점 점수제로 이뤄져 있습니다.
예탁원은 1월30일 신임 사장 공개모집 접수를 마감했으며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임추위는 이달 중순쯤으로 예정된 주주총회에 최종 후보자를 추천하고, 금융위원회의 승인이 나면 이르면 이달 말 취임할 예정입니다.
예탁원 관계자는 대선 캠프 출신 인사 내정설과 관련해 "현재 절차가 진행 중이며 관련 내용을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예탁원 노조 "강경대응"
낙하산 인사 선임이 가시화할 경우 내부 반발은 거세질 전망입니다. 제해문 예탁원 노조위원장은 "현재 전후상황을 파악하고 있으며, (정부) 내정자가 있다면 강경하게 대응할 생각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관료 출신이 아닌 이 실장이 그간 관례를 깨고 신임 사장에 선임 된다면 금융지주에 이어 증권 업계에서도 낙하산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앞서 NH농협금융지주회장에는 윤 대통령의 대선캠프 좌장 출신으로 당시 당선인 특별고문으로 활동한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지난해 12월 낙점됐습니다. 지난주에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경제관료 출신인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에 내정되는 등 낙하산과 관치가 뒤섞이며 현 정부의 인사 관련 잡음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낙하산과 관치 인사로 정부가 인사권을 좌지우지하며 문재인 정부의 캠코더 인사(대선 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출신)를 비판한 것과 무색하게 내로남불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한국예탁결제원 전경. (사진=뉴시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