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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전 미국 플로리다 주에서 9세의 제시카 런스포드가 성범죄 경력이 있는 옆집 남자 존 쿠이에게 납치된 뒤 강간당하고 살해된 사건이 일어납니다. 때는 2005년 2월24일. 범인 존 쿠이는 옆집에 들어가 자고있던 제시카를 납치합거죠. 이후 자신의 집에서 여러차례 강간한 뒤 그 장면을 녹화까지 합니다. 존 쿠이는 3일간 제시카를 옷장에 감금한 뒤 '집에 보내주겠다'고 속인뒤 쓰레기 봉투에 들어가게 한 후 산채로 생매장 합니다.
존 쿠이는 한달 가까이 지난 시점에 탐색하던 경찰이 매장된 쓰레기 봉투를 발견하면서 체포됩니다. 시신 수습과정에서는 필사적으로 봉투를 뚫으려고 한 제시카의 손가락이 발견돼 더욱 안타까움이 커졌죠. 그런데 이 사건이 일어나기 전 이미 존 쿠이는 아동 성범죄 전과 2범으로 10년형을 선고받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모범수로 2년만에 출소하게 된거죠. 제시카 아버지는 "내 이웃이 성범죄자인걸 알았다면 미리 피해서 딸이 살해당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울분을 토합니다.
이렇게 탄생한 미국의 제시카법은 현재 미국 42개 주에서 시행 중인데 12살 미만 아동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를 가중처벌하고, 학교나 공원 주변으로부터 2000피트(약 610m) 안에 거주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성폭행 사건은 한국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죠. 우리나라도 조두순, 김근식, 박병화 등 아동 성범죄자들이 사회로 복귀한다는 소식에 그들의 거주지를 두고 논란이 컸습니다. 미성년자 11명을 성폭행해 15년형을 받은 김근식이 작년 10월 출소 후 경기도 의정부에 있는 한 시설에 입소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했습니다. 이후 추가 혐의가 드러나 김씨가 재구속되니까 주민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법무부에서도 '한국형 제시카법'을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한국형 제시카법은 13세 미만 아동 대상 성범죄자나 범행 횟수가 많아 재범 우려가 큰 고위험 성범죄자가 출소하면 아동이 활동하는 학교나 유치원, 어린이집 등 500m 이내에 거주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입니다.
한국이 미국과 달리 500m이내로 정한데는 우리나라의 지역 특성을 반영한건데요. 미국은 땅이 넓지만 우리나라는 좁고 도시밀집형이라는 점을 감안했다고 합니다. 일단 이 법 도입에 대해 대부분 환영합니다. 잔혹한 성범죄자가 이웃이 되는 데 대해 불안과 공포를 느끼는게 당연하니까요. 실제 어린 자녀를 둔 부모는 이사 전 '성범죄자 알림e'를 통해 거주여부를 조회하기도 합니다.
다만 제시카법 도입이 제대로 정착하려면 실효성을 더욱 확보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서울같은 대도시처럼 땅 덩어리가 적고 사람이 많이 모여사는 곳, 즉 교육시설이 많은 곳에서는 사실상 '500m 이내 거주제한'은 아예 거주가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이렇게되면 보육시설이 밀집되지 않은 지방에 범죄자들이 몰려살 수 있는 우려도 발생합니다. 지역 사회주민들이 불안해 질수 있는 상황이 발생할 수 도 있는 겁니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무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앞으로 3년간 성폭력사범 5000명가량이 출소한다고 합니다. 3회 이상 성폭력을 저질러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성범죄자가 올해에만 54명이 나온다고 해요. 아동성범죄자들의 특징은 똑같은 수법으로 재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입니다. 제시카법이 대도시 뿐 아니라 소도시에도 소홀함이 없도록 촘촘하게 만들어지길 바랍니다.
김하늬 법조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