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최근 미국 등 각국의 금리 인상이 막바지 이르렀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채권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미국의 1월 물가와 고용 지표가 시장 전망치를 웃돌면서 추가 금리 인상 기조를 보이는 것이 변수이나 시장은 인상 중단에 대한 기대감으로 선반영을 마친 모양새입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 관점에서 1,2분기를 미 채권 투자에 적절한 시점으로 판단했습니다.
22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올 들어 이달 21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이 매수한 미국 채권은 11억9900만달러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5억9300만달러보다 약 2배 넘게 늘어난 수준입니다. 특히 2월 들어 20여일 만에 미국 채권 매수 규모가 5억달러나 급증했습니다. 최근 강달러 현상이 다시 나타나면서 환차익도 기대해볼 수 있죠. 채권 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여 금리가 내리면 이미 발행된 채권 가격은 비싸집니다. 금리가 높을 때 채권을 낮은 가격에 매수한 투자자는 매매 차익을 얻을 수 있지요.
금리 인상 끝난다…"지금이 적기"
증권가에서는 올해 상반기 세계 경제 경기침체 우려와 주요국 인플레이션 둔화로 전 세계적으로 금리 인상 기조는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금리 상승 가능성이 잔존하고, 정책 금리 상단에 대한 전망도 엇갈리지만 결국 금리 하락을 향해 가는 흐름은 바뀌지 않을 것이란 관측입니다.
전문가들은 경제 반등이라는 기대감으로 금리가 상승했으나, 현재는 선반영에 대한 되돌림이 조정되는 시점으로 봤습니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경제지표가 좋게 나왔지만 지표 호조에 대한 지속성은 낮다"면서 "물가는 고점을 통과해 둔화 시점에 진입했고, 하반기 금리 하락이 예상되는 만큼 살짝 금리가 튄(오른) 지금이 매수 적기"라고 말했습니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중장기 채권 투자 전략에서는 채권금리 상승 시 장기국채 매수가 유효해 보인다"면서 "단기적 채권전략에서는 장기 국채금리 급락에 따른 금리 매력 저하로 A+급이상 우량 회사채 투자를 추천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단기적 트레이딩 관점에서 해외 채권 투자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강수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채권투자의 경우 추가적인 금리가 급등할 요인이 잔존하지 않아 지금쯤 들어가도 괜찮은 시기라고 보고 있다"면서 "다만 해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고려했을 때 불확실한 부분이 남아 있고 디스플레이션 둔화 속도 등을 고려해 현시점에서는 보수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ETF 통한 채권 간접투자도 '쑥'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한 채권 간접투자도 늘고 있습니다. 연초부터 20일까지 서학개미들은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 ETF인 아이셰어즈 아이복스 USD 투자 등급 회사채 ETF(ISHARES IBOXX USD INVESTMENT GRADE CORPORATE BOND ETF)에 1억19만698달러 어치 사들였습니다. 서학개미 순매수 상위 4위에 올랐는데요. 이 상품은 미국 중장기 투자등급회사채에 분산 투자하는 ETF입니다. 투자등급은 BBB- 이상의 신용등급을 받은 기업을 의미합니다. 만기는 8.29년으로 긴 편인데요, 만기가 길수록 금리 하락 시 더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습니다.
아이셰어즈 IBOXX USD 하이일드 회사채(HYG)도 같은 기간 5652만3840달러어치 사들였는데요. 이 상품은 미국 투기 등급 채권인 하이일드 채권에 투자하는 고위험·고수익 상품입니다. 채무 불이행(디폴트) 위험이 높은 채권인 대신 높은 이자를 지급합니다.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글로벌 기업들의 현금 보유 비중이 높아지면서 부도 위험이 줄어들고, 주식보다는 위험도가 낮은 것도 투자자에게는 매력이 될 수 있겠죠.
반면 서학개미의 미국 주식 비중은 줄어들고 있는데요. 지난해엔 120억5368만달러러를 사들여 전년 207억9181만 달러에 비해 42%가 감소했습니다. 지난해에는 미국 등 세계 주요국 증시가 약세를 보였고 미 달러와 대비 원화 가치 하락 영향으로 서학개미들이 큰 손실을 보기도 했죠. 대신 미국 고강도 긴축 정책으로 미국 증시 약세장이 지속되면서 채권 저가 매수세가 유입된 것으로 보입니다. 대개 유동성이 감소하면 주식보다는 채권의 거래가 활발 이뤄집니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투자자들은 국내 금리가 올라온 상황이라 원화채권 비중을 줄이고 해외 자산에 대한 비중을 늘리는 전략으로 가고 있고, 중장기적으로 방향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연말로 갈수록 달러에 대한 부분이 약해질 수있어 일부 주식 비중을 신흥국 채권으로 돌리는 전략으로 가져가는 것이 좋다"고 말했습니다.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뉴시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