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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감 키우는 행동주의 펀드 약일까 독일까
3월 주총 앞두고 적극 나서
입력 : 2023-02-22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최근 에스엠(041510)(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행동주의 펀드의 존재감이 커졌는데요. 다음달 주주총회를 앞두고 행동주의 사모펀드는 적극적인 의견 개진에 나서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국부 유출이나 기업 사냥, 먹튀 논란 등에서 자유롭지 못했는데 근래에는 주주환원 확대와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긍정적인 면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일각에선 단기 차익을 노리고 주식의 가치만을 높이는 경우도 있어 기업의 장기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공존합니다.
 
행동주의 펀드 주주 행동 사례 늘어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M의 주가는 연초 대비 40% 가량 올랐습니다. 7만원대에서 움직이던 주가는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하면서 지난 16일에는 13만1900원까지 뛰었습니다.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얼라인)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가 발단이 된 것인데요. 지난해부터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개인회사인 라이크기획에 일감 몰아주기 등의 형태로 부당한 이익을 준 점을 지적했죠.  
 
결국 SM은 지난해 9월 라이크기획과 계약 종료 검토 계획을 밝혔고, 같은 해 12월 31일부로 프로듀싱 계약이 조기 종료가 됐습니다. 또 지난해 얼라인파트너스가 SM에 공개 요구한 사외이사 비율 문제 역시 현행 25%에서 과반수인 57%로 확대하는 등의 경영 구조 개선안을 발표했어요. SM 대주주인 이수만 회장을 견제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얼라인은 이번 주총에서 추천 기타비상무이사 자리를 통해 이사회 진입에 나설 방침입니다.
 
 
얼라인은 SM뿐만 아니라 7개 금융지주에 주주환원 정책 수립을 요청한 상태입니다. JB금융지주를 상대로는 주주제안에 나섰죠. 주총 시즌을 감안하더라도 행동주의 펀드들은 최근 1~2년 사이에 한국 기업 경영 활동에 개입하고 나름의 성과도 거두고 있어요. 트러스톤자산운용은 BYC(001460) 대주주 일가의 내부거래 등을 문제 삼아 이사회 회의록 열람에 대한 법원 허가를 얻었고, 태광산업의 흥국생명 유상증자 참여를 무산시켰습니다. 현재 주총을 앞두고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태광산업에 독립적인 감사위원 (사외이사) 선임과 배당 성향 상향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안다자산운용·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는 KT&G(033780)에 KGC인삼공사의 분리상장을 요구한 상태입니다. 
 
행동주의 펀드가 등장하면서 기업가치 제고와 배당 확대에 대한 기대감으로 기업 주가도 치솟았습니다. SM과 더불어 얼라인이 개입한 JB금융지주(175330), 우리금융지주(316140), DGB금융지주(139130), KB금융(105560)지주, 신한지주(055550), 하나금융지주(086790), BNK금융지주(138930) 등도 올들어 주가가 10~20% 올랐습니다. BYC(001460)태광산업(003240)은 연초 대비 각각 21.4, 27.1% 상승했어요. KCGI가 지배구조를 지적한 오스템임플란트(048260) 역시 올해 주가가 30% 이상 올랐습니다. 반면 KT&G(033780)는 행동주의 펀드들의 주주 제안에 선을 그으면서 지난해 하반기 급등했던 주가가 10% 가까이 떨어졌습니다. 

"기업 가치 증대" 대 "경영권 침해" 
 
전문가들은 ESG((환경·사회적 책무·거버넌스)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행동주의 펀드의 움직임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합니다. 정부에서 ESG 공시 강화 등 책임 투자를 위한 제도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고, 기업 역시 ESG가 기업가치 미치는 영향이 점차 증대되면서 공을 들이고 있는데요. 실제로 행동주의 펀드의 요구로 기업이 구조조정 되거나 지배구조가 긍정적으로 개선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대주주 견제를 통해 독단적 행동을 막고 주주권익을 확대할 수도 있죠.
 
이상훈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은 "현 단계에서 행동주의 펀드처럼 시장에서 여러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면서 "지배주주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켜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기반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모든 일에는 명과 암이 있듯 행동주의 펀드가 마냥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행동주의 펀드의 궁극적인 목적은 결국 펀드 투자자들의 수익 보전인 만큼 단기간에 주식의 가치를 높이려 하다 보면 기업의 장기 성장과 동떨어지는 결정을 할 수도 있습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사회적 명분을 내세우지만 실질적으로는 자기 이익 극대화에 나설 수 있다"면서 "아직 우리나라는 (행동주의 펀드로 인한) 부작용이 발생하는 단계는 아니고, 지배구조에 대한 개선 여지가 있는 만큼 부작용보다는 사회적 기능이 강조돼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습니다.
 
최근에는 지배구조가 복잡한 대기업보다 경영권 방어가 취약한 중소·중견 기업이 행동주의 펀드의 타깃이 되고 있는 점도 간과할 수는 없습니다. '먹튀 투기 세력'으로 불렸던 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들과 달리 기업가치 제고 측면에서 국내 토종 펀드들에 대한 반응은 아직까지 긍정적인데요. 향후 행보를 주시하고 공격에 대비할 수 있는 경영권 방어 수단이나 필요한 제도적 보완은 갖춰야겠죠.
 
고윤기 변호사는 "대주주를 견제하고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주주권익을 증진하는 토종 행동주의 펀드의 움직임이 지속된다면 기업들 역시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다만 수익이 있어야 행동주의 펀드가 돌아가기 때문에 외국계 행동주의와 다르다고 무조건 믿을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SM엔터테인먼트 로고. (사진=SM)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홍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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