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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둔화 우려 커져" 기준금리 동결(종합)
한은 금통위, 1년반만에 기준금리 묶어
입력 : 2023-02-23 오후 5:32:38
 
[뉴스토마토 김보연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하면서 지난 2021년 8월 이후 1년 반 동안 이어온 기준금리 인상 행진을 멈췄습니다. 최근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향후 불확실성의 전개와 그간의 금리 인상 파급효과 등을 살펴보겠다는 취지입니다. 다만 이창용 한은 총재는 '안개가 자욱한 상황에서 운전을 하다가 자동차에서 잠시 내린 것'이라며 긴축이 끝나지 않았음을 시사했습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3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재 연 3.50%인 기준금리를 동결했습니다. 동결의 배경으론 경기 침체 우려가 꼽히는데요. 우리나라 경제가 지난해 4분기부터 역성장한 데다 수출·소비 등 경기 지표도 갈수록 나빠지는 만큼, 추가 금리 인상으로 실물 경제를 더 위축시키기보다 일단 그간 인상의 물가 안정 효과나 경기 타격 정도를 지켜보겠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연이은 기준금리 상승으로 인한 부작용도 함께 생각할 때라는 겁니다.
 
 
앞서 금통위는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가 예상되자 지난 2020년 3월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낮췄고, 같은 해 5월 추가로 0.25%포인트 낮춰 2달 만에 1.25%에서 0.50%로 금리를 빠르게 낮췄는데요, 이후 9번의 기준금리 동결을 거쳐 지난 2021년 8월 기준금리를 올리는 통화정책 정상화에 들어간 바 있습니다. 이후 올해 1월까지 1년 6개월 동안 0.25%포인트씩 여덟 차례, 0.50%포인트 두 차례 올려 모두 3.0%포인트를 높였습니다.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 랠리를 멈춘 것은 경기 상황이 좋지 않아서입니다.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분기 대비)은 수출 부진 등에 이미 지난해 4분기 마이너스(-0.4%)로 돌아섰고, 심지어 올해 1분기까지 역성장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데요. 지난해 12월 상품수지도 반도체 수출 급감 등의 이유로 3개월 연속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이번 달 1~20일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335억4900만달러)도 지난해 같은 달보다 2.3% 줄어 말일까지 이 추세를 이어간다면 이번 달까지 5개월 연속 감소가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수출 감소, 물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이번 달 소비자심리지수(CCSI·90.2)도 지난달(90.7)보다 0.5포인트 떨어졌습니다. 부진한 수출에 이어 성장을 이끌 민간 소비까지 움츠러들었다는 의미입니다.
 
수출과 내수 부진이 겹치면서 한은은 이날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지난해 11월 제시한 1.7%에서 1.6%로 소폭 하향 조정하기도 했습니다. 1%대 경제성장률은 2000년대 들어 코로나19로 마이너스 성장했던 지난 2020년(-0.7%),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지난 2009년(0.8%)을 제외하곤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물가 흐름이 한은의 예상권에 들어왔다는 점도 이번 결정의 배경입니다. 이전까지 금리를 인상했던 이유인 인플레이션 우려가 어느 정도 해소돼 금리 인상의 파급 효과를 지켜본다는 겁니다.
 
다만 이날 동결 결정으로 기준금리가 최종 3.50% 수준에서 정점을 찍고 멈출지는 불확실합니다. 공공요금 인상 여파로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떨어지지 않거나, 미국 간의 금리차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할 경우 한은은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올릴 수 있습니다.
 
이 총재를 제외한 6명의 금통위원 가운데 5명은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 총재는 최종 금리 수준에 대해 "한 분은 연 3.50% 수준에서 동결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이었고, 나머지 다섯 분은 당분간 최종금리를 3.75%로 가져갈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갖고 있다"며 "이번 동결을 금리 인상 기조가 끝났다는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았음 좋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날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미국과 격차는 1.25%포인트(미국 4.50~4.75%)로 유지했습니다. 이미 22년 만에 가장 큰 차이인 데다, 시장의 예상대로 미국 연준이 오는 3월과 5월 최소 두 차례의 베이비스텝을 밟으면 격차는 역대 최대 수준인 1.75%포인트까지 벌어지게 됩니다.
 
미국과 금리차가 벌어질수록 한국 경제는 외국인 자금 유출과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을 받게 되는데요, 미 연준의 통화 긴축 기조가 예상보다 길어지거나 최종 금리 수준이 높아져 실제로 자금이 뚜렷하게 빠져나가거나 다시 1300원대를 찍은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다면 기준금리가 다시 인상될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공공요금 인상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한은의 기대와 달리 오는 3월에도 4%대로 떨어지지 않을 경우 오는 4월에 있을 금통위에서 다시 한 차례 정도 추가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 전망치 기존 3.6%에서 3.5%로 0.1%포인트 낮췄습니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23일 2월 통화정책방향 총재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사진=한국은행)
 
김보연 기자 boyeon@etomato.com
 
 
김보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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