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수민 기자] 주거에 침입해 상대방을 강제로 추행한 경우 징역 무조건 징역형 실형으로 처벌하게 한 현행 성폭력처벌법은 위헌이라는 판단이 나왔습니다.
헌법재판소는 23일 성폭력처벌법 3조 1항에 청구된 헌법소원 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습니다.
해당 법 조항은 주거침입죄를 저지른 사람이 동시에 강간이나 강제추행죄를 범할 경우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합니다.
피해자의 심신상실,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한 주거침입 준강간·준강제추행의 경우도 마찬가집니다.
2020년 법 개정 이후 원래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던 법정형 하한선이 높아졌습니다.
판사가 법에 따라 여러 사정을 따진 뒤 형량의 최대 절반을 감경해도 3년6개월이라 집행유예 선고 기준인 징역 3년 이하에 미치지 못해 주거침입 강제추행으로 기소된 사람은 죄의 경중과 무관하게 실형을 선고받을 수밖에 없던 것입니다.
재판부는 "법정형의 하한을 일률적으로 높게 책정해 경미한 강제추행·준강제추행까지 엄하게 처벌하는 것은 책임주의에 반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집행유예는 '재범 방지'라는 특별 예방의 측면에서 운용되는 대표적인 제도인데 심판 대상 조항은 경미한 주거침입 강제추행을 범한 경우에도 이 제도를 활용할 가능성을 극도로 제약하고 있다"며 "개별 사건에서 법관 양형은 재범 예방을 위한 다양한 제도까지 두루 고려해 행위자의 책임에 걸맞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번 사건과 별개로 헌재는 '야간 주거침입 절도미수범의 준강제추행죄'의 법정형을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으로 정한 성폭력처벌법 조항은 재판관 7대2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습니다.
야간 주거침입 절도행위는 죄질과 불법성이 중대하고 비난가능성이 커 주거침입 강제추행죄의 사례와는 다르다고 판단했습니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가운데)과 재판관들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자리에 앉아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수민 기자 su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