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차주에게 최대 100만원을 빌려주는 소액생계비 대출 첫날, 서울 중구 중앙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서 첫번째 상담을 받았던 김모씨는 이 돈 50만원이 없었으면 죽었을지도 모른다면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여러 사채업자들에게 쫓겨 찜질방을 전전하고 있다는 그에게 얼마전 금융위원회 내구제대출 피해 상담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소액생계비대출 제도는 하루 더 살아갈 힘이 되어 준 한 줄기의 희망이었다고 합니다.
그를 도망자 신세로 전략시킨 건 이른바 휴대폰깡으로 불리는 내구제 대출이었다는데요, 부모님의 병원비를 내기 위해 당장 300만원이 필요했지만 제도권 안에서 돈을 빌릴 수 없어 애가 닳았던 찰나 그를 유혹한 건 불법 사금융자의 이른바 휴대폰깡. 휴대폰 1대를 개통해 본인에게 넘기면 300만원을 바로 빌려주겠다는 말에 넘어간 겁니다.
결국 그에게 남은 건 원금보다 훨씬 많은 빚이었습니다. 불법사채업자는 그의 명의로 몰래 휴대폰 8대를 개통하고 잠수를 탔습니다. 휴대폰 기기 값 1200만원은 고스란히 명의를 빌려준 김모씨가 떠안아야하는 빚이 되었고, 이를 갚기 위해 그는 또 다른 불법 사금융 덫에 빠졌습니다.
내가 나를 구제한다는 의미의 내구제대출, 즉 불법사금융이 성행하고 있습니다. 많은 불법 대부업체들이 SNS 등 비대면으로 대출 상담, 알선 등 합법적 업체로 보이다시피 광고하면서 자연스레 취약계층에게 접근하고 있습니다만,
속지 마세요, 절대 내구제대출로는 본인을 구제할 수 없습니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불법사금융 관련 피해 상담 및 신고 건수는 지난 2017년 5937건에서 2022년 9238건으로 최근 5년 사이 50%이상 늘어났습니다. 이 가운데 64건에 불과했던 SNS 등을 이용한 불법 대부 광고는 219건으로 3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는데요,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불법업자들은 젊은 취약차주들을 중심으로 온라인 광고로 접근하고 있는겁니다.
은행권의 돈잔치 등의 지적이 일면서 은행권의 대출금리가 내려가고는 있지만, 대출금리 압박에 내려간 금리보다 건전성 관리와 불안한 대내외 경제 상황과 맞물린 탓에 1금융권의 대출문턱은 더 높아졌습니다. 대부업체와 저축은행들도 대출 빗장을 걸어 잠갔습니다. 기준금리의 급격한 상승으로 인해 자금 조달 비용이 높아진 데 비해 법정 최고금리는 20%에 묶여있어서 역마진이 날 수도 있어섭니다.
취재 과정에서 이야기를 나눈 한 정치인은 "오죽하면…진짜 오죽 돈 빌릴 데가 없으면 불법 사금융으로 그렇게 많은 이들이 몰리겠냐"면서 "일단 급한대로 빌리고 보는거지, 살아야하니까 서민들이 도저히 돈 빌릴 데가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하더라고요,
한 교수는 "지금 경기가 어려워서 온라인에서 불법사채업자들의 광고가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넘어갈 이들이 많을 수 밖에 없고, 당장 휴대폰으로 누가 돈 빌려준다고 전화가 오면 제도권 밖으로 나갈(불법 사채를 쓸) 사람들이 많은데…참 문제"라고 짚어주더라고요,
아울러 30만원을 빌리지 못해 불법 사채시장으로 내몰린 후 사채업자에게 알몸 사진을 보내고 나서야 생활자금을 빌렸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법정최고금리를 상향해야한다는 의견에도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