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우리은행이 가계 대출 전 상품에 대해 금리 인하하는 등 모두 20조원 규모의 금융 지원을 통해 고객 혜택에 연간 2050억원을 풀기로 했습니다. 우리은행을 끝으로 시중 4대 은행 모두 통 큰 상생 금융 방안을 내놓은 겁니다.
앞서 하나은행은 서민 금융상품인 새희망홀씨대출 신규 취급 금리를 최대 1%포인트 인하하고 햇살론15 상품 관련해선 대출 취급 시점부터 1년간 대출잔액의 1%를 돌려주겠다고 했습니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도 각각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신용대출 금리를 일괄 인하해 고객의 이자를 연간 1000억원 이상 낮추는 방안과 1623억원에 달하는 상생 금융 지원방안을 마련한 바 있습니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우리은행을 끝으로 4대 시중은행을 모두 돌며 금리인하를 비롯한 상생금융안을 이끈 덕인데요, 이 원장은 올해 상반기 안으로 국민들이 대출 금리 하락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시중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연이어 내리면서 대출 문턱을 더욱 높이고 있어 인하된 대출금리 혜택은 고신용자들만 받을 수 있단 점이 큰 문제입니다.
최근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금리 인하와 더불어 건전성 관리를 강조하고 있는데요,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들은 부실 위험이 덜한 한정적인 사람(고신용자)에게만 대출을 해줌으로써 수익률보단 리스크 감소를 택했습니다.
정작 급격하게 오른 대출 이자에 허리가 휘는 중·저신용자들은 시중은행서 대출을 받기가 더욱 힘들어진겁니다. 결국 이들은 제도권 밖으로 밀려나 훨씬 더 비싼 이자를 부담하고 돈을 빌려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처해졌습니다.
실제 은행연합회가 집계한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과 인터넷 은행(케이뱅크·카카오뱅크·토스뱅크)의 월별 신용대출 평균 금리 및 신용점수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이후 평균 대출금리는 꾸준히 내려갔지만, 신용대출을 받은 고객의 평균 신용점수는 꾸준히 오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고객의 평균 신용점수는 관련 공시가 시작된 지난 7월 이후 최고 높은 수치라고 합니다.
지난달 5대 시중은행이 취급한 가계신용대출의 총평균 금리(서민금융 제외)는 5.75%로 지난해 12월(6.61%) 이후 꾸준히 감소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반면 신용대출을 받은 차주의 평균 신용점수는 918.8점(KCB)으로 지난해 12월(903.8점), 올해 1월(915.2점)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시중은행뿐 아니라 중저신용 대출 의무가 있는 인터넷 은행 3사도 같은 흐름을 보이고 있는데요, 지난달 이들이 취급한 신용대출 차주의 평균 신용점수는 902.6점으로 공시 이후 처음으로 900점을 넘겼습니다. 이는 지난해 12월 (840.6점)과 비교했을 때 60점이나 높은 수준입니다. 같은 기간 가계 신용대출의 총평균 금리(서민금융 제외)는 8.64%에서 6.58%로 떨어졌습니다.
대출 금리 압박에 은행권은 금리를 내린 대신 빗장을 걸어 잠갔습니다. 이에 돈 빌릴 데가 없는 많은 서민들은 불법 사채시장으로 내몰렸습니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불법사금융 관련 피해 상담 및 신고 건수는 지난 2017년 5937건에서 2022년 9238건으로 최근 5년 사이 50% 이상 늘어났는데요. 최근 정부가 15.9%라는 은행권에 비하면 절대 낮지 않은 금리로 50만원을 빌려주는데 예약 접수 3일 만에 2만5000명 넘는 신청자가 몰리기도 했습니다. 갈 곳이 불법 사금융 시장밖에 없는 이들이 이렇게나 많다면 지금은 일부 고신용자를 위한 대출금리 인하보다는 좀 더 많은 이들을 제도권 안에서 포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때란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