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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어진 한미 금리차에도 힘 실리는 금리 동결론
경기 침체 가능성↑·물가·환율 안정세
입력 : 2023-04-03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보연 기자] 22년만에 최대폭을 기록하고 있는 한미 기준금리차에도 불구하고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론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기대인플레이션이 3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고, 정부가 전기와 가스 요금 인상을 보류하면서 한은의 통화정책 운영에 여유가 생기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2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한은이 오는 11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두 달 연속 3.50%인 금리를 동결하고 물가와 경기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라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금융 불안을 우려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을 밟은 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됩니다.
 
"금리 인상시 물가 자극 우려"
 
지난 금통위에서 한은은 물가와 금융안정을 고려해 향후 통화 정책 방향을 결정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현재 한은의 금리 동결 가능성 배경으로 물가 경로가 한은의 예상대로 흘러가고 있는 점과 미국 SVB, 크레디트스위스(CS)의 연쇄 파산 이후 불안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금리 인상을 이어갈 경우 부동산 PF에 투자한 국내 저축은행, 캐피탈사 등 비은행 금융기관의 부실 우려를 키우며 가계 대출 차주의 부채 부담이 높아져 부실율이 올라갈 수 있다는 점 등이 꼽히고 있습니다. 
 
앞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향후 물가 경로에 대해 "3월 이후로는 4.50% 이하로 가지 않을까 기대하고 연말에는 3% 초반으로 갈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지난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80%로 10개월 만에 4%대로 떨어졌습니다. 지난 달 29일 한은의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의 향후 1년간 물가 전망을 나타내는 3월 기대인플레이션은 3.9%로 3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습니다. 물가 상승세가 둔화하고 있는 영향인데요, 아울러 마스크 전면 해제로 일상 회복 기대감이 더해지면서 소비자심리지수(CCSI) 역시 92.00으로 지난해 6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습니다. 
 
금리를 인상할 경우 겨우 안정세에 접어든 물가를 다시 지극할 수 있고 가계 대출 차주의 부채 부담이 높아진단 점도 걱정거리입니다. 한은은 금융안정상황 보고서를 통해 4년만에 가계 대출 차주의 평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40%를 넘어섰다고 발표했는데요, 금리 인상으로 인해 가만히 있어도 매달 갚아야하는 돈이 늘면서 전체 차주 7명 가운데 1명은 원리금 상환에만 소득의 70% 이상을 쏟아붓고 있다는 통계입니다. 
 
한미 금리차 부담 크지 않아
 
한미 금리차에 대한 부담도 예전처럼 크지 않다는 분석도 한은의 동결 결정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금리 인상 기조 종료 기대감에 원·달러 환율도 1300원 수준에서 움직이는 등 안정세를 찾고 있습니다. 지난달 31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01.9원에 거래를 종료하는 등 원화 약세 심화가 이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같이 환율이 떨어지면 한미 금리차에 따른 외국인 자금 유출과 수입 물가 부담, 물가상승률 인상 등 부담 요인을 다소 줄일 수 있습니다.
 
한·미 금리 격차 (그래픽=뉴시스)
 
현재 한국과 미국 간 기준금리차는 1.5%p로 이미 22년 만에 최대폭으로 벌어졌고 한은이 이달 금리를 동결하고 연준이 다음 달 FOMC에서 한 차례 더 금리를 올릴 경우 금리차가 1.75%p로 확대되는데요. 현재의 시장 흐름으로 봤을 때 문제가 될 수준은 아니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반면 여러 경제 지표가 경기 침체를 가리키고 있다는 점은 금리 동결이 불가피한 이유입니다. 우리나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수출 부진 등에 이미 지난해 4분기 마이너스(-0.4%)로 돌아섰고, 올해 1분기까지 역성장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반도체 수출 급감으로 지난 1월 경상 수지는 45억2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하면서 관련 통계를 작성한(1980년) 이후 최대 적자를 보였습니다. 2월 수출금액지수도 7% 가까이 하락하며 5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습니다. 이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80%에서 1.60%로 낮추기도 했는데요, 한은도 올해 경제성장률을 1.6%로 지난해 11월 전망(1.7%)보다 0.1%p 하향한 바 있습니다. 
 
지난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한은 금통위원들 상당수도 추가 금리 인상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 금통위원은 "주요국의 추가적 긴축에 따른 내외금리차 확대가 원·달러 환율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향후 물가와 성장 추이, 금융시장 상황 등을 지켜보면서 추가 긴축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같은 추이를 바탕으로 전문가들도 오는 11일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조영무 LG 경영연구원은 "미국의 SVB 파산 등으로 불안정한 시장 상태가 지속되고 있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소 낮아지고 있지만 기대만큼 떨어지지 않은 데다 경기 침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금리가 동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용 경색 우려에 연준도 연내에 많아야 한 번 정도 베이비스텝을 밟고 멈출 것으로 보이는데 이 정도 금리차는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져나갈 걱정을 할 수준은 아니다"라며 "다행히 우리 물가도 잡히고 있어 동결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뉴시스)
 
김보연 기자 boyeon@etomato.com
 
김보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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