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유근윤·허지은 기자] "스마트폰 하나만 갖고 나가면 아무것도 필요 없어요. 운동 나갈 때도 지갑 없이 이거 하나 들고 나가요. 시장에서도 페이앱으로 결제가 되니까요."
지난 29일 싱가포르 힐뷰 지역의 한 카페에서 만난 최정선씨는 싱가포르를 '현금 없는 사회'라 불렀습니다. 지난 2016년 싱가포르로 이주한 최씨는 "싱가포르 비자를 발급받는 창구에서부터 '싱가포르에서 어떻게 결제할 것인가'에 현금은 선택지에 없었다. 카드나 페이앱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 '현금 쓸 일이 없는 것인가'라고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싱가포르에서 '전자페이' 없이는 일상생활을 누리기 어렵습니다. 디지털 금융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의 접근성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까요. 우리나라 역시 디지털 취약층의 소외 현상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지난 29일 싱가포르 현지에서 만난 교민 최정선씨. 이날 핸드폰 하나만 들고나온 최씨는 싱가포르에서 '현금 없는 사회'를 여실히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사진=유근윤 기자)
싱가포르 현지인들도 디지털화 정책 초기에는 혼란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싱가포르국립대학교에서 정치학을 전공하는 아누슈카 널카르(Anushka Nerurkar)는 "싱가포르에서 '현금 없는 사회'를 선언하자 초기에는 혼란이 있었고 과도기가 있었던 걸로 안다.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빠르게 전환됐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고령층을 위한 디지털 교육 책자를 발급하고,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방식으로 점진적으로 유인책을 구사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싱가포르에서 만난 한 택시 운전기사(50)는 "몇 년 전까지는 현금도 같이 받았는데, 요새는 주변 택시들도 거의 다 E-Pay(전자결제)로만 요금을 받는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노인들도 전자결제를 어렵지 않게 쓰고 있는데, 동네 커뮤니티 센터에서 디지털 교육 프로그램이 잘 되어 있어서 어디를 가나 배울 수 있고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싱가포르경영대학(Singapore Institute of Management)을 다니고 있는 김나연(23)씨는 "이번에 대학 등록금을 페이나우(Pay Now)로 내면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고 안내했다"며 전자결제를 이용할 시 할인 혜택들을 제공해 싱가포르가 전자 금융 활성화 환경을 조성하고 있음을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싱가포르 정부는 고령층이 모바일 금융을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 전담 기구를 설치하고 바우처 발급, 페이앱 결제 시 할인 등 혜택의 폭을 넓혀 디지털 금융 환경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싱가포르의 정보통신미디어개발청(IMDA)과 SG Digital Office는 고령층을 대상으로 전자결제, 온라인 쇼핑 등 디지털 체험 프로그램 'Seniors Go Digital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SG Learning Journeys 프로그램 참가자의 95% 이상이 체험 프로그램에 만족했다고 하는데, 이 프로그램을 통해 고령자는 커뮤니티 클럽·센터 및 공공 도서관에서 일대일로 교육을 받을 수 있습니다. <(11)편에서 계속>
싱가포르=유근윤·허지은 기자 9ny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