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보연 기자] 정부가 최근 고물가·고금리 여파로 유동성 위기에 처한 벤처·스타트업들의 자금 지원을 위해 10조5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추가로 지원합니다. 또한 은행의 벤처펀드 출자 한도를 2배 확대하고, 벤처기업의 경영권 안정을 위해 복수의결권을 도입하는 등 성장동력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금융위원회와 중소벤처기업부는 20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혁신 벤처·스타트업 자금지원 및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지난 1월 창업·벤처기업 육성을 위해 29조70000억원을 신규 투자하겠다는 내용의 지원 대책을 발표한 지 석 달 만에 나온 추가 대책입니다.
올해 1분기 국내 벤처 투자액과 펀드 결성액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60.3%, 78.6% 줄어드는 등 벤처투자 여건이 위축된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정책금융 융자 2조2000억원, 정책펀드3조6000억원, 연구개발(R&D) 투자 4조7000억원 등 총 10조5000억 규모의 예산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먼저 자금 조달이 어려운 초기 성장단계(창업 기간 1~3년) 기업을 대상으로 6조1000억원을 지원하는데요. 후속 투자를 받지 못해 추가적인 성장자금이 필요한 중기 성장단계(창업 기간 3~7년) 기업에겐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기술보증기금, 신용보증기금의 보증 규모를 확대하는 등 1조9000억원을 지원합니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이 세컨더리 펀드 조성 규모를 기존 5000억원에서 1조5000억원으로 3배 늘려 만기 도래 펀드에 대한 재투자 방식으로 후속 투자도 촉진합니다.
창업 기간이 7년 이상의 후기 스타트업에는 3000억원 규모의 글로벌 진출 지원 펀드를 신규 조성해 해외 정책금융기관과 공동 출자펀드를 만들고 다른 기업과 인수합병으로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도록 1000억원 규모의 인수금융을 지원합니다.
민간의 벤처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관련 규제도 완화하기로 했습니다. 올해 은행업 감독규정을 개정해 은행의 벤처펀드에 대한 출자 한도를 자기자본의 0.5%에서 1%로 2배 상향하기로 했습니다. 통상 국내 은행의 자기자본 규모가 20조원인 점을 고려하며 8대 시중은행에서 최대 1조6000억원 출자가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이와 함께 기업형 벤처캐피탈이 국내 창업기업의 해외 자회사를 대상으로 투자할 경우 국내 기업에 대한 투자로 간주하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인수합병 및 세컨더리 펀드에 대한 신주 투자 의무를 폐지하기로 했습니다.
벤처기업의 경영권 보장을 위한 제도도 개선하기로 했습니다. 벤처기업이 지분 희석 우려 없이 대규모 투자 유치를 통해 성장할 수 있도록 비상장 벤처기업에 대한 주당 10주 한도의 제한적인 복수의결권을 도입합니다.
또 다양한 외부 전문가를 활용할 수 있도록 스톡옵션 부여 대상을 일부 전문자격증 보유자에서 관련 분야 경력자·학위 보유자로까지 확대하고, 오는 2027년 일몰을 앞둔 벤처기업법의 일몰 제도를 폐지해 상시 지원이 가능하도록 합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번 대책은 벤처투자자와 벤처기업의 의견을 고려해 현재 벤처투자의 데스밸리를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지금 벤처 업계의 어려움은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이번 위기를 슬기롭게 넘긴다면 우리 벤처기업에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혁신 벤처·스타트업 자금지원 및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김보연 기자 boye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