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보연 기자] 금융시장 충격으로 일시적으로 자금난에 처한 금융회사에 유동성을 지원하는 금융안정계정 도입이 또다시 무산됐습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금융권 전반으로 위기감이 커지고 있고, 고금리 휴유증으로 금융사의 건전성 지표가 악화하고 있지만, 다른 법안에 우선순위가 밀린 모양새입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는 전날 제1차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열고 쟁점 법안을 논의했습니다. 이날 예금자보호법 일부개정안 등 96개 법안이 논의 후보에 올랐지만, 정무위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안과 선불업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전자금융거래법 일부개정안만 소위에서 통과시켰습니다.
당초 금융당국과 여당은 올해 2월을 목표로 해당 법안을 통과시킨다는 방침이었지만 더불어민주당 측이 재원 마련 방안과 주관 기관 논의 등 신중론을 내세우면서 정부 발의와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 대표발의로 상정된 개정안은 지난달 28일 처음 논의를 시작했지만 한 차례 보류된 데 이어 이번달 소위에서는 논의조차 되지 못했습니다.
금융안정계정 도입을 골자로 하는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은 지난해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로 단기 자금 시장이 마비되자 금융사, 채권시장 등에 유동성 문제가 발생했던 것을 계기로 금융사의 부실을 사전에 차단해야한다는 필요성이 커지면서 마련됐는데요, 올해 미국 SVB 파산 이후 도입 필요성의 목소리가 더욱 높아졌습니다.
이는 금융사가 일시적인 자금난을 겪을 때 예금보험기금으로 선제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하거나 자본을 확충해주는 기금인데요, 금융사의 부실을 사전에 차단하고 위기 전염을 차단하는 취지를 갖고 있습니다. 과거 금융위기와 레고랜드 사태 당시 한시적으로 운영했던 긴급 자금 지원제도를 상시화하자는 내용입니다.
여야당의 입장은 엇갈리고 있습니다. 야당은 "백지수표를 달라는 것인데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어떻게 거버넌스를 꾸릴지와 재원 확보 방안을 마련할지 등 절차와 내용을 채우는 것이 우선이라는 입장입니다. 반면 여당은 금융 시장이 불안에 빠져있는 현 상황에선 금융안정계정 도입 자체가 시장에 안정감을 가져다 줄 것이기에 하루 빨리 통과시켜 유동성 문제에 대비해야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한편 지난 2월말 기준 국내은행의 대출 연체율은 2년6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가계와 기업 대출 연체율이 상승세를 보이면서 금융사의 건전성에는 경고등이 켜진 상황입니다.
한국은행의 '2023년 1분기 동향 및 2분기 전망을 담은 금융기관 대출행태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시중은행 대출 총괄 책임자들은 앞으로 가계의 신용위험이 지난 2003년 카드사태 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올해 2분기 중 국내은행이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이 있는 가계에 대해 전망한 신용위험지수가 42를 나타내면선데요, 이는 신용위험이 커진 지난 2003년 2~3분기 (44) 카드사태와 유사한 수준이며, 코로나19 당시인 지난 2020년 2분기(40)보다 높은 수치입니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5만원권 지폐를 검수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김보연 기자 boye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