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위한 행정적 절차가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다른 금융공기관들도 긴장하고 있습니다. 과거 1차 공공기관 이전 당시 산업은행과 함께 '동북아 경제중심 조성에 필수적인 기관'이라는 이유로 공공기관 이전을 면제받았던 IBK기업은행(
기업은행(024110))이나 수출입은행 등도 서울 잔류를 고집할 명분이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금융공기관 유치 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 중인 상황입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가균형발전위원회(균발위)는 지난달 27일 산업은행 이전 공공기관 지정안을 심의·의결한 데 이어 국토교통부는 이달 3일 이 지정안에 따라 산업은행을 이전 공공기관으로 지정·고시할 예정입니다.
산업은행이 현재 진행중인 '산업은행 정책금융 역량강화 컨설팅'결과를 바탕으로 이전계획안을 다시 금융위원회에 제출하면 산업은행 본점 이전을 위한 행정절차는 마무리되는 셈입니다. 다만 이전계획안을 작성하기 위해서는 산업은행의 이전 규모와 부서 등을 두고 노조와의 합의가 필수적인데요. 이 과정에서 산은 노사간의 마찰이 재차 불거질 가능성이 큽니다. 이외에도 '본사 위치를 서울에 둔다'는 한국산업은행법 개정을 완료해야 본점을 이전할 수 있습니다.
정부, 상반기 공공기관 이전방안 발표
특히 정부는 올해 상반기 2차 공공기관 이전방안 발표를 앞두고 있습니다. 360여개의 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할 방침으로 전해졌는데요. 2차 발표를 앞두고 각 지방자치단체들 간 공공기관을 유치하려는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한국은행 본점 유치를 공약으로 내걸고 추진 중이며 금융감독원 유치까지 희망하고 있습니다. 전라남도는 농협중앙회와 수협중앙회를, 전라북도는 농협중앙회 등의 유치를 원하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IBK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예금보험공사 등을 비롯한 금융공기업부터 한국지역난방송사, 한국공항공사까지 다양한 공공기관이 2차 이전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를 바라보는 금융공기업들은 '좌불안석' 입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05년 1차 공공기관 이전 논의 당시 산업은행, IBK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등은 '동북아 경제 중심 조성에 필수적인 기관으로 수도권 안에 소재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지정하며 공공기관 대상에서 제외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산업은행 이전을 위한 행정 절차가 완료돼 가면서 나머지 서울 소재 금융공기관도 서울 잔류를 고집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합니다.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은 해당기관이 아니라 정부를 비롯한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산업은행처럼 노조가 적극적으로 나서거나 입장을 밝히는 것조차 부담스러워하는 눈치 입니다.
금융공기관, 서울 잔류 명분 위태
그래픽=뉴스토마토
한 금융공기관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부산에 내려가는게 확실시 되면 다른 공기업도 서울에 머무를 명분이 없어질 것"이라면서 "현재 부산 등 지방에 내려가있는 금융공기업들도 각자 사정이 있는데도 정부가 내려가라니 내려간건데, 다른 곳이라고 정부 지시를 피해갈 수 있겠냐"고 말했습니다.
다른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내려가면 다른 곳도 이전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산업은행의 진행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학계에서도 금융 공기업의 지방 이전에 대해 반대 견해가 나오고 있습니다. 1차 공공기관 이전 이후 실효성 검증이 우선되어야 함에도 이러한 절차 없이 금융공기관의 지방 이전을 강제하는 것은 오히려 한국의 국제금융경쟁력을 끌어내리는 일이 될것이라며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금융경쟁력 후퇴" 우려 여전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금융공기관은 모여 있어야만 경쟁력이 올라갈수 있다"면서 "뉴욕과 싱가포르 처럼 금융기관들이 한 곳에 모여 있어야 협업하고 정보교환을 하며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는데 집권할때마다 지역 표를 받기 위해 금융공기관을 지방으로 옮기는 것은 포퓰리즘"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어 "만약 외국인투자자들이 한국을 방문하면 금융공기관을 만나기 위해 전국을 돌아야하는 우스운 광경이 연출될 것"이라면서 "일반 공기관과 다르게 금융공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하게 되면, 30위에 불과한 한국의 국제금융 경쟁력이 더욱 추락하게 될까 우려스럽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산은 노조는 부산 이전 절차 과정이 타당한지 따지기 위해 감사원 국민감사 청구에 이어 서울남부지방법원에 동남권 전보발령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상태입니다. 이들은 산업은행의 부산이전 과정이 절차적으로 하자가 있으며 궁극적으로 금융산업 발전에 저해된다며 회사와 갈등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열린 산업은행 이전 토론회에는 이동걸 전 산업은행 회장까지 나서서 "산업은행을 정치적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해서는 안된다"면서 산업은행 부산이전에 반대하는 직원들에 힘을 보탰습니다.
지난 3월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금융위) 앞에서 열린 ‘위법, 졸속 산업은행 이전방안 날치기 제출 원천 무효화’ 촉구 기자회견에서 전국금융산업노조 한국산업은행지부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