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하늬 기자]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지난해 1월27일부터 시행됐습니다. 그로부터 1년이 조금 흐른 올해 4월. 재판부가 2건의 판결을 합니다.
법원판단 1호는 원청 대표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지만, 2호에서는 징역 1년이라는 첫 구속 실형이 나옵니다.
두 판결 모두 대기업 경영진의 책임을 엄하게 물었는데 실형의 희비가 엇갈렸습니다. 왜그랬을까요. 이는 '괘씸죄'가 작용했기 때문입니다. 과거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과태료를 부과받은 전력이 여러 번 있고 산재사망 사고로 유죄판결을 받은 '전과'를 중요하게 본 겁니다.
법조계에서는 아무리 합의를 하고 반성을 했더라도 반복적으로 사고가 발생했고 의무 위반 사업장으로 여러 차례 지적을 받았다면 형량이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라고 보고있습니다.
결국 향후 줄줄이 이어질 판결에서도 유사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하는 '재발방지'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4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 생명안전 개악 윤석열 정부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호는 '집행유예' 2호는 '구속 실형'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중대재해처벌법위반 2호 판결에서 한국제강 대표이사에게 징역 1년의 구속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도입된 이후 대표이사가 실형을 받고 법정구속된 첫 사례입니다.
이 사건은 지난해 3월 경남 함안 소재의 한국제강 공장에서 설비 보수 하청업체 소속 60대 노동자가 낡은 섬유벨트가 끊어져 크레인에서 1.2톤 무게의 방열판이 낙하해 왼쪽다리가 방열판과 바닥사이에 협착하여 실혈성 쇼크로 사망한 사고입니다.
반면 앞선 1호 판결인 고양 요양병원 증축공사 중 발생한 건에서는 원청 법인인 온유파트너스의 대표이사에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3년의 형을 선고했습니다. 이에 대해 피고인과 검찰 모두 항소하지 않아 위 판결이 확정됐습니다.
두 사건 모두 피고인들은 범행을 전부 자백하고 인정해 반성하고 있고, 피해자의 유가족과도 합의해 유족들이 피고인들에 대한 선처를 탄원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판결을 가른 기준은 '전과' 입니다.
강풍특보가 발효된 지난 4월18일 오전 제주 시내 한 공사장에서 관계자가 강한 바람에 찢어진 가림막 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괘씸죄, 즉 '전과'가 양형 기준 갈라
한국제강의 양형의 이유로 재판부는 중대재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했다는 점으로 미뤄볼때 이 사업장에는 종사자의 안전권을 위협하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겁니다. 기업의 조직문화 또는 안전관리 시스템 미비의 구조적 문제로 인한 중대재해사고 예방을 목적으로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취지를 고려할 때, 한국제강 및 그 대표이사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본 건데요.
그간 한국제강은 2011년에 안전조치의무 위반 적발로 벌금형, 2021년 안전조치의무 위반에 벌금형, 2021년 산재 사망사고로 벌금형이 확정된 상황에서 또다시 2022년에 사망사고가 발생했던 겁니다.
실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원년이었던 2022년 한 해 동안 644명이 산업재해로 사망했습니다. 시행 후 작년 말 기준 고용노동청은 총 34건을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는데 올 3월말 기준 검찰은 14건을 기소하고, 1건을 불기소 했습니다. 앞으로 12건이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종사자의 안전권 위협 …반복사고에 무거운 죄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엄중한 심판을 받을 수 있다는 시사점을 보여준 것으로 보고있습니다.
안범진 율촌 중대재해센터 변호사는 "산업재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사업장이나 사업장 감독에서 안전조 치의무 위반이 다수 적발된 사업장에 대해 동일하게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최진원 태평양 중대재해대응본부 변호사는 "향후에도 법원은 평소 사업 및 사업장의 안전보건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면 중대재해 발생 시 경영책임자를 엄하게 처벌하는 것이 중대재해처벌법 취지에 부합한다고 판결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봤습니다.
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