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김보연 기자] "월급 빼고 다 올랐다"는 말은 이미 일상이 된지 오래입니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폭은 2%p에 달합니다. 물가를 잡겠다고 금리를 올렸지만, 결국엔 물가도 못잡고 이자만 올랐다는 원망의 목소리가 큰 상황입니다. 주거비용과 생활자금 마련을 목적으로 빚을 낸 서민들은 이자 부담에 허덕이게 됐지만, '언 발의 오줌누기'식 서민금융 대책들만 내놓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에도 물가 상승 압력은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해 7월 전년동월대비 물가상승률은 6.3%로 정점을 찍었으나 지속적으로 낮아졌습니다. 지난에는 2월 3.7%까지 하락하며 3%대에 진입했습니다. 물가상승률이 3%대로 내려온 것은 지난해 2월 이후 14개월 만입니다.
하지만 국민들이 체감하는 물가는 여전합니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가 4.6%로 전체 물가 상승률을 웃돌고 있습니다. 전월(4.8%)과 비교하면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풀이됩니다.
지난 3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p인상을 결정하면서 한미 기준금리차는 역대 최대치인 1.75%p까지 벌어졌는데요. 한미 금리 격차가 확대되면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환율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 역시 우려 요인입니다.
고금리 속 자영업자 연체 우려 커져
그래픽=뉴스토마토
고금리에 따른 파급 효과가 '이제 시작'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영업자 대출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현재 가계대출과 개인사업자대출을 포함한 자영업자의 대출은 1019조8000억원으로 사상최대를 기록했습니다. 전체 자영업대출 가운데 56.4%는 3개 이상의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는 173만명으로 전체 자영업자 307만명 가운데 56.4%를 차지했습니다.
자영업 대출자 10명 가운데 6명은 3개 기관 이상의 대출로 자금을 끌어다 쓴 것으로 추가 대출이 불가능한 한계차주인 셈인데요. 이들의 연이자 부담액은 1년 반 사이 1000만원 가까이 불어났을 것으로 분석됩니다. 한은의 대출금리 상승에 다른 자영업자 대출자의 이자 부담 증가분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대출금리가 0.25%p 높아질 때마다 이자액은 1조9000억원, 다중채무자 1인당 평균 연이자는 76만원씩 불어납니다.
금리가 1.50%p 높아지면 이자를 454만원 더 내야한다는 계산이 나오는데, 이를 바탕으로 대출금리가 3.00%p올랐다고 가정할 경우 다중채무자의 이자는 평균 908만원, 즉 1000만원 가까이 불어나 이자 상환조차 어려운 실정입니다.
소액생계비 대출 '씁쓸한' 흥행
이런 가운데 저신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소액생계비 대출'이 흥행한 것은 씁쓸합니다. 소액생계비 대출이란 급전이 필요한 취약계층에게 최대 100만원을 신청 당일 빌려주는 대출 프로그램인데요.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출시 한달 만에 소액 생계비 대출에는 총 2만3532명, 143억3000만원의 신청이 몰렸습니다. 이 상품은 취약계층 대상 대출상품인데도 불구하고 연 15.9% 금리가 높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출시 초기부터 수요가 몰리면서 금융위원회는 국민행복기금 초과 회수금을 활용해 604억원의 대출 재원을 추가로 확보한 상태입니다. 현재 수요가 몰리는 속도를 감안하면 현재 1000억원의 재원은 오는 9월에서 10월 사이에 소진될 것으로 보여 추가 예산 배정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금융위원회가 소액생계비대출 상품을 출시한 지난 3월 27일 오후 서울 중구 서민금융지원센터에서 시민들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고금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출시된 고정금리 대출인 '특례보금자리론'도 인기를 얻고 있는데요. 이는 금리 인상기에 무리하게 빚을 낸 차주들의 이자부담을 덜 수 있도록 금융위가 내놓은 상품으로, 소득에 관계없이 최저 3%대의 고정금리로 갈아탈 수 있습니다. 특례보금자리론은 출시 3개월만에 약 30조9408억원 규모의 신청이 몰리면서 연간 공급 목표의 78%까지 달성한 상황입니다.
대출규제 정상화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윤석열정부가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 공약을 내세운만큼 DSR 규제 조정 가능성을 내비쳤지만 아직까지는 DSR 40%가 유지되면서 실수요자들의 대출을 막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DSR이란 소득 대비 갚아야할 원리금의 비율을 뜻하는 것으로 금융기관은 이를 통해 대출자의 상환능력을 평가합니다. 현재 적용되는 2단계 DSR은 총대출액이 2억원이 넘으면 연소득의 40%수준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습니다.
석병훈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는 "원래는 기준 금리가 올라가면 예금·대출 금리도 순차적으로 올라가서 소비를 줄이고 투자를 줄이면서 대출상환하고, 저축 늘리고, 물가가 잡히는 것인데 정부가 인위적으로 금리 개입에 나서지 않았냐"고 지적하면서 "금융당국이 오히려 통화정책의 메카니즘을 방해하고 있어 물가가 잡히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보라·김보연 기자 bora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