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한솔 기자] 지난달 30일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간호사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졌지만, 결국 폐기됐습니다. 2년을 공들여온 만큼 아쉬움도 크다고 합니다. 간호사로 일하는 지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간호사들의 업무는 가히 살인적입니다. 데이, 이브닝, 나이트 3교대 근무를 하면서 24시간 환자와 함께하죠.
환자 상태를 확인하는 것 뿐만 아니라 환자의 머리를 감겨주는 일까지도 했었다는 이야길 들었습니다. 코로나19가 확산했을 당시에는 감염 위험 속에서도 확진자를 온전히 맡아 케어하기도 했었습니다. 실제로 지인 중 한명은 임신 초기 코로나 병동에서 근무하다 감염 돼 아이를 유산하기도 했습니다.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가는 간호사 지인들의 사연을 들으면서 간호사법 제정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업무강도는 높지만 처우가 좋지 않기 때문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여겨졌거든요. 그런데 결국 윤석열 대통령은 간호법을 폐기하고 말았습니다.
윤 대통령은 간호업무의 탈의료기관화에 대한 우려, 국민들의 건강 불안감 초래, 유관 직업군과의 갈등 등을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각에선 간호법을 악법이라고 말하기도 하죠.
그렇지만 간호사들의 업무량을 보면 감히 간호법을 악법이라는 막말을 쏟아내진 못할 것 같습니다. 2020년 OECD 평균 간호 인력은 8명이지만 우리나라는 4.4명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대략 절반 정도의 수준밖에 되지 않죠. 이는 결국 간호사들이 맡고 있는 환자수가 높고, 업무량이 많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결국 높아진 업무 강도를 견디지 못하고 5년~7년 이내 퇴사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합니다.
간호법은 바로 이 부분을 해소시켜주는 법안이었습니다. 간호사와 전문간호사, 간호조무사의 업무 법이를 명확하게 규정해 하지 않아도 될 일을 줄여 나가는 것이죠. 또 직업적인 인식을 제고하고,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국가와 지자체의 지원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환자들에게 돌아갈 간호서비스를 더욱 양질로 바꿀 수 있는 기회였을 겁니다.
환자의 갑질에서도 자유롭지 못한 간호사를 위해 인권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내용도 간호법에 담겨있었습니다. 간호법을 통해 간호 정책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간호사들의 숙원이었지만 결국 이번에도 이는 무산됐습니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열심히 일한 간호사들이 지쳐 하나 둘 떠난 뒤에 하는 후회는 의미가 없습니다.
대한간호협회 소속 간호사들이 지난 5월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간호법 거부권 행사 규탄 총궐기대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한솔 기자 hs696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