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하늬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의 하도급법 위반 조사를 앞두고 임직원 PC를 대규모로 교체해 증거를 없애려고 했던
HD현대중공업(329180) 임직원 3명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하도급법상 조사방해 행위를 과태료 대상으로만 정한 법 체계에 따른 부득이한 결론이라는 설명입니다.
서울중앙지법. (사진=뉴시스)
공정위 조사대비 PC교체한 현대중공업 직원들 1심 '무죄'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박병곤 판사는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기소된 현대중공업 상무 A씨 등 임직원 3명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피고인들은 하도급법 위반 관련 공정거래위원회의 2018~2019년 직권조사에 대비해 회사 임직원들이 사용하는 PC, 하드디스크를 교체하거나 가상 데스크탑에 저장된 자료 등을 삭제하도록 지시·실행한 혐의를 받았습니다.
직원 PC 102대, 하드디스크 273대를 교체하는 방법으로 관련 증거들을 대규모로 인멸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겁니다.
공정위는 2019년 12월 현대중공업이 하도급 업체에 선박·해양플랜트 제조작업을 위탁하면서 계약서를 늦게 발급하고 하도급 대금을 삭감하는 등 갑질 행위를 했다며 과징금 208억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이후 공정위는 2018년 10월 현장조사 직전 PC와 하드디스크를 교체해 조사를 방해한 행위에 대해서도 현대중공업 법인에 1억원, 소속 직원에게 2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습니다.
이에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등이 관련 자료를 조직적으로 은닉·파기했음에도 과징금과 과태료 처분만 있었다며 검찰에 증거인멸 등 혐의로 고발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 (사진=뉴시스)
하도급법상 공정위 조사방해 행위 '과태료' 법체계
하지만 법원은 모두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공정위가 조사 대상을 검찰에 고발하는 경우는 흔치 않고, 피고인들의 행위와 공정위의 고발 사이에는 1년이 넘는 시간 차가 존재한다는 겁니다. 또 당시 현대중공업의 주된 관심사는 검찰 수사가 아닌 공정위 조사에 대비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습니다.
박병곤 판사는 "피고인들은 검찰 수사보다 훨씬 중요할 공정위 조사를 방해해 크게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증거인멸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상 조사방해 행위를 과태료 부과 대상으로만 정하고 있는 법체계에 따른 부득이한 결론"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하도급법과 파견법 위반의 경우 공정거래법 위반과 달리 자료 은닉·폐기 등 조사방해 행위에 대해 과태료만 부과할 뿐 형사처벌 규정은 없습니다.
한편 HD현대중공업 측은 선고 후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며 향후 유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임직원 교육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