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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 울리는 MB노믹스
성장 올인 드라이브 고유가 맞고 휘청
입력 : 2008-05-30 오후 7:20:00
현재까지 고환율 정책의 성적표를 준다면 F가 어울린다.
 
새 정부 초반 그려졌던 미래의 희망찬 청사진은 유례없이 끔찍한 현실로 나타났다.
 
환율을 높게 유지해야 하는 가장 큰 목적이었던 경상수지 마저 5개월 연속 적자가 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누적된 경상수지 적자액만 678000만달러다.
 
지난 해 같은 기간 동안 374000만달러 적자보다 두 배 정도 불어났다.
 
고환율 정책을 지지하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환율만 높아지면 경상수지가 흑자가 될 수 있다는 장담이 공허해졌다.
 
 
◇ 숫자에 매달린 성장 드라이브의 그늘
 
만약 강 장관이 유가급등을 예측할 수 있었다면 고환율 정책을 지지할 수 있었을까?
 
최근 유가 급등에 따른 물가부담으로 환율을 낮추고 있는 기획재정부의 모습을 보면 그 역시 유가가 이렇게 뛸 줄 예상 못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강 장관과 대치하던 위치에 있던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도 올해 초까지는 유가가 곧 안정될 것으로 전망했었다.
 
강 장관도 유가가 곧 떨어질 것이란 전망을 믿으며 3개월여 동안 고환율 정책을 유지해 왔을 것이다.
 
양재룡 한국은행 경제동계국 팀장은 유가 상승으로만 올 해 4월까지 상품수지 적자가 60억달러 늘어났다고 밝혔다.
 
지난 해 1 ~ 4월 사이에 우리나라가 원유를 수입하기 위해 지불한 돈은 170억달러, 수입한 원유를 가공해서 석유제품으로 수출하고 받은 돈은 65억달러였다.
 
그리고 유가가 급등하면서 올해 같은 기간 동안 원유를 수입하는 비용은 270억달러, 석유제품을 수출한 금액은 105억달러였다.
 
유가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거기에 정부가 고집하는 고환율이 작용하면서 상황은 악화된 것이다.
 
 
◇ 수출 증가에 대기업은 웃고
 
고환율에 원자재가격까지 오르는 악재 속에서도 놀라운 실적을 내고 있는 곳이 있다.
 
수출을 주로 하는 대기업들이다.
 
지난 1분기 대기업의 영업이익은 삼성전자 21500억원, LG전자 6055억원, 현대자동차 5291억원으로 기록적인 성장을 이뤘다.
 
이달 체감경기지표(BSI)도 대기업은 100을 기록했다.
 
경기가 하락하는 우려가 높은 상황에서 대기업의 전망BSI 101로 지난 달보다 1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중소기업들의 이달 BSI77, 전망BSI 80으로 지난 달보다 7포인트 낮게 나타난 것과는 대조적이다.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대기업이 이처럼 잘나가는 데는 중소기업이 희생한 덕분이다.
 
허상도 한은 경제통계국 과장은 대기업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중소기업에 전가할 수 있기 때문에 원자재 상승의 영향을 적게 받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중소기업 관련자에 따르면 대기업이 납품을 중단하는 것이 두려워 중소기업들이 말을 못하고 있지만 많은 대기업들이 원자재 가격 상승을 중소기업에 떠넘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의 고환율 정책에 대기업과는 달리 중소기업의 고통은 커지고 있는 것이다.
 
 
◇ 중소기업 한숨 깊어지고..
 
수출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내수 물품을 생산하는 기업도 힘이 들기는 마찬가지다.
 
이달 내수기업의 BSI 79로 나타나 수출기업의 95와는 큰 차이를 보였다.
 
내수기업의 체감 경기가 이처럼 나빠진 것은 물가 상승으로 내수소비가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름 가격이 아무리 높아져도 차를 포기하지 않던 사람들이 드디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시작했다는 말이 나올 만큼 높은 물가 상승률은 사람들의 생활패턴을 바꾸고 있다.
 
한 경제 전문가는 정부가 지나치게 높은 환율을 유지하려고 한 노력이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물가가 뛰어올랐다며 정부가 물가 급등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정부가 환율을 올려 늘린 수출만큼의 경제 성장률 상승분과 내수 침체로 인한 감소분이 비슷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결국 정부는 수출을 늘리는 목표는 달성했지만 경제성장이라는 진짜 목표와는 여전히 멀리 떨어져 있는 셈이다.
 
최근 정부는 외환시장에 개입해 1050원대까지 오르던 환율을 다시 1030원대까지 떨어뜨렸다. 정부가 성장위주의 정책보다는 어쩔 수 없이 물가에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는 의미다.
 
잘못된 예측과 무리한 성장 드라이브의 그늘이 우리나라 경제의 주름을 깊게 하고 있다.
 
뉴스토마토 김현우 기자(dreamofana@etomato.com)   
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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