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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2% 일고의 가치도 없다"…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17.5%' 제시
노조 "물가상승률 못 미치는 2% 임금인상안" 분통
입력 : 2023-06-22 오후 4:54:10
 
 
[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코로나 사태 기간 회사와 고통 분담 차원에서 임금 삭감에 동참해온 대한항공(003490) 조종사 노동조합이 사실상 4년 만에 이루어진 임금인상률로 17.5%를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사측은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거두고도 물가상승률 절반 채 안 되는 2%를 제시하면서 임금협상을 두고 양측의 진통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 조종사 노동조합은 지난 3월 사측에 17.5% 임금 인상안을, 운항승무원(기장·부기장)을 제외한 일반직과 객실승무원 등이 소속된 일반 노동조합은 지난달 10.7% 인상안을 제시했습니다.
 
이에 대한항공 사측은 지난 21일 이루어진 조종사 노조와의 제5차 임금협상에서 임금인상률 2%와 이익분배금 최대지급기준 50% 인상을 제시했습니다. 
 
조종사 노조 측은 "창사 이래 최대의 영업실적에도 불구하고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한 2%의 임금인상안은 실질적 임금삭감 기업 이라는 사회적 비난을 피하기 위한 최소한의 인상일 뿐, 직원들의 헌신과 기여로 이뤄낸 기록적 영업실적에 대해서는 공유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지난해 연간 소비자물가상승률은 5%로 1998년 외환위기 물가상승률(7.5%) 이후 2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또 같은 해 대한항공은 화물 특수로 매출액 13조4127억원, 영업이익은 무려 3조원에 가까운 2조8336억원을 거뒀습니다.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 (사진=뉴시스)
 
 
코로나 기간 임금 삭감, 2020년~2021년 2년치 임금 동결 등 임직원들은 코로나 팬데믹 시기 회사와 고통 분담 차원에서 이에 일조한 것인데, 회사가 이제와서 임직원들의 희생과 고통을 외면하고 뿐만 아니라 작년 회사가 역대급 실적을 거두고도 납득하기 힘든 인상안을 제시한 것에 분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조종사 노조·일반 노조는 사측과 10% 임금 인상률에 협의했지만 여기에는 2020년과 2021년 임금 동결을 감안하면 사실상 3년치 임금 인상이 10%에 이뤄진 것입니다.
 
반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작년 대한항공과 한진칼에서 각각 23억8786만원, 27억9630만원으로 총 51억8416만원 보수를 받았습니다. 전년(34억3041만원) 대비 51.1% 증가한 수치입니다.
 
일각에서는 항공산업이 생각보다 빠른 연내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완전 정상화가 전망되는 점 등을 미뤄볼 때, 한 자릿수 인상안 제시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보는 시각이 대체적입니다.
 
실제 인청공항공사에 따르면 항공사들이 계절적 비수기로 접어드는 오는 10월부터 내년 3월까지 슬롯(항공기 이·착륙 허용횟수) 배정 횟수는 19만3163회로, 최대치를 기록했던 2018년(16만8406회)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항공업계가 사실상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완전 정상화에 도달핳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됩니다.
 
파이낸셜타임즈는 영국 항공기 엔진 제조업체 롤스로이스가 항공기 제조사 에어버스의 ‘항공기 주문 급증’을 언급하며 항공기 수요 회복이 ‘강력하게 돌아오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대한항공의 한 운항승무원은 “그동안 회사가 어려울 때 임금동결, 휴업동참 등에도 기꺼이 동의해 왔으나 직원을 바라보는 회사의 기조에 모멸감을 느낀다”며 “앞으로는 고통분담에 동참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아직 협의 초기 단계로 상생의 노사 관계 구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계류되어 있는 대한항공 여객기. (사진=뉴시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
오세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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