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크게 작게 작게 메일
페이스북 트윗터
(인터뷰)‘귀공자’ 강태주, 그에게 일어난 기적 같은 일
“연기 포기 결정 후 본 마지막 오디션 ‘귀공자’, 합격 연락 ‘눈물’”
입력 : 2023-07-05 오전 7:00:37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아무도 알아보는 이 없는, 말 그대로 무명이었습니다. 그렇게 좋아했고 그래서 꼭 하고 싶었던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해도 진심이 닿지 않는 듯 했습니다. 좋아하는 것만 하고 살 수는 없다는 걸 확인 받아야 하는 것 같았습니다. 아쉬웠습니다. 눈물이 났습니다. 정말 진심을 다했는데 그 진심이 외면 받은 것 같아서 서러웠습니다. 그런데 그 눈물의 진심이 통했습니다. 정말 다 포기하려고 했습니다. 그런 그때 꿈에서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 일어났습니다. 박훈정 감독의 신작 오디션에 주인공으로 캐스팅 됐습니다. 무려 19801의 경쟁률이었습니다. 그는 죽을 각오로 임했다고 했습니다. 이 기회가 아니면 정말 그만 두려고 했었답니다. 그런데 그 독기 어린 진심이 박훈정 감독의 눈에 들어왔습니다. 박훈정 감독이 준비하던 신작의 주인공은 그런 인물이어야 했습니다. 박훈정 감독도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그의 당시 눈빛이 내가 시나리오를 쓰면서 생각했던 눈빛, 그대로였다고 말했습니다. 박훈정 감독이 그렇게 그를 캐스팅해 완성시킨 영화, 그 영화 속 이 배우. 너무 낯선 얼굴. 극중 코피노(필리핀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 사이에 태어난 혼혈)로 출연한 이 배우. 실제 코피노라고 해도 이질감이 전혀 없는 그의 얼굴. 배우 강태주가 그렇게 세상에 자신의 이름으로 첫 발을 내딛는 순간입니다.
 
배우 강태주. 사진=스튜디오앤뉴
 
 
영화 귀공자개봉 전 뉴스토마토와 만난 강태주. 일단 영화 속 마르코의 모습과는 너무도 딴판이었습니다. ‘귀공자속 마르코는 코피노란 설정 답게 검게 그을린 피부, 그리고 뒷골목 내기 도박 복싱 선수란 설정 답게 조련 되지 않은 거친 야성미가 물씬 느껴지는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만난 강태주는 말끔하다 못해 예쁜 느낌이 들 정도로 뽀얗고 하얀 피부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성격도 수줍음을 타다 못해 감정이 북받칠 경우 눈물을 쏟기 일쑤였습니다.
 
제가 일부러 저녁에만 아르바이트를 했었어요. 오전에는 그래도 오디션을 봐야 하니. 당시에 계속 오디션에 떨어지고 또 최종에서 떨어지고. 그런 경험을 계속 하다 보니 난 선택 받을 수 없는 배우인가 보다란 생각에 자괴감이 들 정도였죠. 그냥 포기하고 다른 길을 찾아야 하나 보다 싶었어요. 주변에서 그만 두는 동료 배우들의 모습도 많이 봤어요. 저도 슬슬 제2의 인생을 찾아야겠다 싶었죠. 그때 귀공자오디션 최종에 합격 소식을 전해 듣고 소리 지르고 난리도 아니었어요(웃음).”
 
배우 강태주. 사진=스튜디오앤뉴
 
 
4차까지 진행된 오디션이었습니다. 강태주는 일단 합격 소식을 전해 들은 뒤 하고 있던 아르바이트부터 양해를 구하고 그만뒀답니다. 배역을 만들고 준비를 해야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긴장감을 버리지 않기 위해서 였답니다. 촬영이 실제로 들어간 뒤에도 그 긴장감은 계속 끌고 갔습니다. 배역에 필요한 지점이 아닙니다. 신인으로서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와 버림을 받았는지 짐작되는 얘기에 입맛이 쓸 정도였습니다.
 
감독님이 제 간절한 눈빛에 캐스팅을 해주신 것 같더라고요. 진짜 이를 악물고 준비를 했어요. 정말 촬영이 끝날 때까진 제 개인 시간 자체를 다 버렸어요. 전 크랭크인 전까지도 오디션의 과정이라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크랭크인이 되고 나서도 긴장감을 늦추지 않았어요. ‘내가 못하면 언제라도 바뀔 수 있다란 생각을 버리지 않았거든요. 지금에서야 하는 말이지만, 촬영 중간이 지날 때쯤 에서야 이젠 안심해도 되지 않을까싶어서 마음을 놨던 것 같아요(웃음).”
 
배우 강태주. 사진=스튜디오앤뉴
 
 
마음을 놓기 전 강태주가 이를 악물고 마르코가 되기 위해 했던 과정. 말만 들어도 듣는 사람의 이가 악 다물어질 정도로 타이트하고 숨막힐 정도였습니다. 평소에도 운동을 좋아했지만 이 정도로 힘들게 운동을 하면서 복싱 선수의 몸을 만들어 본 건 당연히 처음입니다. 전문 복싱 선수의 몸으로 보여야 하니 다이어트는 필수였습니다. 탄수화물을 끊어 버리고 극단적인 식단 조절을 했습니다. ‘코피노였으니 영어도 준비해야 했습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즉 전부를 다 바꿔야 했습니다.
 
정말 단기간에 몸을 다 바꿔야 했어요. 일단 마르코가 복싱 선수였으니 복싱을 배워야 했고, 복싱 선수의 몸이 되야 했죠. 감독님에게 매일매일 숙제 검사를 받는 심정으로 준비를 했어요. 사실 진짜 힘든 건 먹는 걸 조절하는 거였는데, 제가 먹는 걸 너무 좋아해서 그게 진짜 힘들었죠. 체중은 5kg 정도 감량했는데 반대로 근육량이라던지 몸의 타이트함을 만들어야 해서 쉽지 않더라고요. 전국체전 준비하는 친구들과 매일 같이 운동을 했어요. 근데 진짜 문제는 복싱 촬영이 제일 마지막에 있었어요. 그래서 그 몸을 촬영 기간 내내 유지했어야 했죠(웃음). , 영어는 그냥 독학이었습니다. 하하하. ”
 
배우 강태주. 사진=스튜디오앤뉴
 
 
영화 속에서 시종일관 귀공자로 불리는 인물(김선호)에게 쫓기고 또 쫓기는 마르코입니다. 엄청난 체력을 요구하는 액션 그리고 달리고 또 달리는 체력이 필요했습니다. 잘못하는 큰 사고로 이어질 만한 장면이 너무 많았습니다. 강태주는 연기를 포기하려고 마음 먹었던 직전에 이 작품을 만났습니다. 의욕이 누구보다 앞설 수 있었습니다. 그건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강태주가 현장에서 자신이 반드시 지켜야 할 두 가지를 세워놨었습니다.
 
이 현장은 저만 잘하면 아무 문제가 없을 듯했어요. 그래서 제 목표가 딱 두 가지였어요. 하나는 절대 울지 않기였어요. 현장에서 감독님 또는 선배님들에게 혼이 나거나 나 때문에 촬영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울지 말자. 그게 첫 번째 목표였어요. 그리고 두 번째는 절대 다치지 말자. 배우는 몸 관리도 중요하잖아요. 사고가 나서 다치게 되면 저 때문에 촬영 일정이 늦어질 수도 있고. 반대로 너무 몸을 사리면 또 촬영이 제대로 안될 수도 있고. 그냥 죽을 각오로 덤비니 더 잘 되기도 했어요. 진짜 모든 장면에 진심으로 최선을 다했어요.”
 
배우 강태주. 사진=스튜디오앤뉴
 
 
사실 강태주는 연기에 대해 관심을 두고 올인을 한 게 얼마 되지 않았답니다. 원래는 패션 쪽에 관심을 뒀고, 나중에는 광고 마케팅에 관심이 생겨서 관련 회사 취직도 생각해 봤었답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우연한 기회에 모델 제안을 받았고, 그때부터 연기에 대한 관심이 생겨 이 자리까지 오게 됐답니다. 연기가 너무 좋았고, 연기에 올인을 하면서 길을 찾았는데 잘 풀리지 않아 너무 힘이 들었다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그때를 생각하니 주책 맞게 눈물이 나네요. 제가 너무 힘들었다 기 보단 그때 기억이 나면서 지금을 생각하니 너무 감사해서요. 연기를 배운지 4~5년쯤 됐을 때였어요. 그때쯤 진심이 생긴 듯해요. 사실 연기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줄 알았어요. 얼굴 좀 생기면 해도 되는 줄 알았죠. 근데 해 보니까 정말 아무나 하는 게 아니더라고요. 그런 걸 해내고 칭찬을 받았을 때의 성취감이 너무 짜릿했어요. 그걸 잊지 못해서 계속 두드려 봤죠. 그러다 보니 오늘이 오네요.”
 
배우 강태주. 사진=스튜디오앤뉴
 
 
강태주는 좀 더 해봐도 되지 않을까 싶어요라면서 눈물을 훔치고 빙긋 웃음을 머금었습니다. 신인 배우 보는 안목에서 국내 최고의 발굴력을 보유한 박훈정 감독에게 원픽으로 선택을 받은 강태주이니 그의 바람대로 조금 더 해봐도 큰 무리는 없을 듯합니다. 이제 그는 자신만의 옷, 다시 말해 배우 강태주로서의 진짜 모습을 찾아나가는 과정의 시작을 알려야 합니다. ‘귀공자는 첫 발을 내딛는 것이 아닌 강태주란 배우의 존재감을 알리는 시작입니다.
 
감독님이 큰 형님 같으시면서도 아주 냉철하세요. 그런데 칭찬을 받았을 때의 기억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지금 제가 귀공자를 만난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어요. 신인으로서 해볼 수 없는 모든 게 이 한 작품에 다 담겨 있잖아요. 더욱이 김강우 김선호 고아라 등 쟁쟁한 선배님들과 함께 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가 언제 얻겠어요. 이 작품 하나로 강태주는 다시 태어난 거 같아요. 너무 큰 자신감을 얻었어요. 이제 진짜 저를 찾아봐야죠. 배우 강태주를 기대해 주세요.”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김재범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


- 경제전문 멀티미디어 뉴스통신 뉴스토마토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