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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대한민국 영화계, 이미 망한 겁니까
입력 : 2023-07-07 오전 12:10:22
지난 칼럼 제목이대한민국 영화계, 망해라!’였습니다. 전 대한민국 영화계가 망하길 빌며 고사를 지내는 걸까요. 그럴 리 있겠습니까. 20년이 넘게 영화 전문 기자로 밥 벌어 먹고 사는 중 입니다. 한국 영화계가 망하면 저도 큰일납니다. 그런데 요즘 돌아가는 꼴이 하도 기가 차 쓴소리 안 하고 넘어갈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저처럼 영화계가 살아야 밥 먹고 살 수 있는 업계 분들. 정신 안 차릴 겁니까. 글로벌 OTT가 시장을 잠식 중입니다. 3조원이 넘는 돈을 푼다 하더니 이미 풀리고 있는 듯합니다. 영화와 드라마가 그쪽으로만 줄을 서고 있습니다. 설마 이 상황이 호재라고 생각하는 업계 관계자는 없을 것으로 믿겠습니다. 줄기차게 말해 왔듯 영화가 글로벌 OTT에 종속될수록 대한민국 영화계는 하청 제작업체로 전락할 수 밖에 없고 결국 자생 기반을 잃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영화계 전체의 관심은 한해 예산 150억 규모의 부산국제영화제 살리기에만 쏠려 있습니다. ‘고작영화제 하나에 말입니다. 분명 상징성이 큽니다. ‘아시아 최대 영화제란 타이틀, 무시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고인물들의 정치 싸움과 그 자리를 노리는 또 다른고인물들은 지금 영화계 위기에 목소리 한 번 내지 않습니다. 1 8000억 규모의 국내 영화 시장이 무너지기 직전 인데도 밥그릇 싸움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부인하지 마십시오. 그냥 밥그릇 싸움 맞고 누가 봐도 그렇습니다.
 
며칠 전범죄도시3’ 1000만 관객을 넘었는데 무슨 영화 시장 위기냐고요? 좋습니다. 여기서부터 짚고 넘어갑니다. ‘범죄도시3’, 충분히 재미있고 좋은 영화입니다. 그런데 죽어 나자빠지는 한국 영화계를 두고 억지 명분과 폭력적 논리가 만들어 낸 1000, 아닌가요. 이것도 아니라고 부인하시겠습니까.
 
국내 유효 스크린은 대략 2800개 정도로 봅니다. 개봉 초범죄도시3’ 2400여개를 집어삼켰습니다. 참고로 전 스크린 독과점에 꽤 관대했습니다. 전 시장 논리주의자였고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수요에 따라 공급이 조절돼야 한다는 입장은 변함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논리가 적용돼야 할 그때의 그 시장이 아닙니다. 100억짜리 영화가 100만 관객도 허덕이는위기의 시장입니다. 이 시장에서 상생과 공생의 가치는 이미 잿더미가 된 지 오래입니다. ‘하나라도 더 팔아 살아보겠다는 시장 논리에 왜 딴지를 거냐고요? 그건 살겠다는 게 아닙니다. 창고 영화가 쌓여 있다는데도 범죄도시3’ 개봉 시기 극장에 걸린 중소 상업 영화 비율을 보시죠. 그래도 모르시겠습니까. 10명 앞에 100개의 빵이 있는데 1명이 99개를 먹으면 나머지 99명이 빵 1개를 나눠 먹어야 합니다. 이게 살리자는 겁니까. 다 죽자는 거 아닌가요.
 
혹시코로나19’ 이전 스크린 독과점과 그 이후 독과점의 시장 영향력이 같다 보는 업계 관계자가 있다면, 그 자리 빨리 내놓고 나오길 권합니다. 수요에 따른 공급의 영향력이 비교적 균등했던코로나19’ 이전과 화제작 한 편이 수요의 전체를 뒤덮는 지금 상황은 달라도 한참 다릅니다.
 
결과적으론 지금 이 상황, 한국영화 시장 팔에 꽂힌 링거액에 독극물을 주입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링거를 맞고 잠깐은 정신 차릴 수 있어도 곧 독극물이 전신에 퍼져 사망합니다.
 
지난 시간 전 대한민국 영화계, 망해라!’라는 제목을 붙여 칼럼을 냈습니다. 그런데 지금 알았습니다. 제 칼럼, 제목도 내용도 완전히 잘못 썼습니다. ‘대한민국 영화계, 이미 망했는가 봅니다로 써야 했네요. 혹시 그 다음 칼럼 제목은 이제 망했습니다로 가야 할까요. 그렇게 될까 두렵습니다. 이미 그렇게 됐는지도 모르겠고 말입니다.
 
김재범 대중문화부장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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