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정말 착하게 생긴 그 외모, 그것 때문에 사실 좀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당사자인 배우 장동윤, 부인하지도 않고 또 고개를 끄덕 이지도 않습니다. 그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그래서 더 이 영화가 끌렸는지 모른다’고 웃기만 합니다. 그가 처음 얼굴을 알린 계기는 놀랍게도 연예 프로그램이나 드라마 또는 영화 등이 아닙니다. 뉴스의 사건사고 보도에서 였습니다. 당연히 그가 주인공인데, 우리가 예상한 그런 주인공은 아니었습니다. 사건과 사고를 일으킨 당사자는 맞는데, 그 사건과 사고를 일으킨 범인을 검거한 당사자였습니다. 그리고 그는 순식간에 온라인과 SNS의 대스타가 됐습니다. 그의 훈훈한 외모와 범인 검거 표창 관련 뉴스가 뜨면서 그렇게 됐습니다. 그리고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 뉴스를 본 당시 소속사가 그를 영입했습니다. 그렇게 막연하게 연예인, 그리고 배우를 꿈꾸던 대학생 장동윤이 배우 장동윤으로 거듭나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이제 꽤 많은 필모그래피를 보유한 배우가 됐습니다. 5일 개봉하는 ‘악마들’에서 그는 앞으로도 이어질 배우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됩니다. 장동윤, 순둥순둥의 대명사처럼 보이는 그가 희대의 사이코패스 연쇄 살인마로 등장합니다. 역대 그 어떤 작품보다 최고 최대의 이미지 반전입니다.
배우 장동윤. 사진=TCO(주)더콘텐츠온
당연하지만 남자 배우들에게 ‘악역은 파랑새와 같다’는 말이 있습니다. ‘하고 싶어도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하기 싫어도 거절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는. 누군가에게는 악역이 필생의 로망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악역이 끊어 낼 수 없는 쇠사슬처럼 끌려 온단 얘기입니다. 그런데 그 대상자가 장동윤입니다. 배우계 최고의 순둥 이미지로 소문난 그입니다. 보고만 있어도 순둥함이 뚝뚝 떨어질 듯합니다. 그런 그에게 희대의 악역이 들어왔습니다. 거절할 이유를 도저히 찾을 수 없었다고 웃습니다.
“’악마들’이 영화 ‘늑대사냥’를 만든 제작사와 투자사의 작품이었어요. 저한테는 워낙 순한 이미지의 캐릭터들만 들어왔었고, 악역을 해보고 싶어도 제안도 잘 안 주시고 들어오지도 않았어요. 근데 이거 온 거에요. 너무 좋아서 ‘진짜에요’라고 했죠. 내용까지 제 취향을 저격하더라고요. 파격적일 수록 배우에겐 자산이 되고 영역을 확장하는 계기도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저한테는 너무 의미 있는 작업일 듯 했죠.”
그가 연기한 극중 인물 ‘차진혁’은 연쇄 살인마. 살인을 놀이처럼 즐기는 악마입니다. 첫 등장부터 온 몸에 페인팅을 한 채 시신을 훼손하는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여러 작품에서 사이코패스 그리고 연쇄 살인마에 대한 레퍼런스를 구할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장동윤은 이 작품을 직접 쓴 감독님을 통해 여러 힌트를 잡아 냈답니다. 이 작품을 쓴 감독님의 세계를 이해해야 ‘차진혁’을 온전히 그럴 수 있을 것 같았답니다.
배우 장동윤. 사진=TCO(주)더콘텐츠온
“감독님이 직접 쓰셨으니 캐릭터에 대한 콘셉트나 생각은 굉장히 확실하셨어요. 진혁이가 차가운 살인마인지, 광기에 휩싸인 뜨거운 살인마인지. 그것부터 잡아 나갔죠. 그때 감독님이 주신 힌트가 ‘의외성’이었어요. 절대 그럴 것 같지 않은 인물이 그랬을 때 보는 사람이 느껴지는 감정의 흔들림. 그게 핵심이어야 한다고. 저도 감독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를 했었죠. 그걸 기본 베이스로 진혁을 잡아 나갔던 것 같아요.”
장동윤이 연기한 차진혁은 극중 오대환이 연기한 형사 ‘최재환’과 어떤 사건으로 인해 몸이 바뀌게 됩니다. 장동윤은 ‘연쇄 살인마’ 그리고 그 연쇄 살인마를 검거하기 위해 혈안이 된 형사, 두 사람을 오가면서 연기를 합니다. 겉은 그대로인데 속만 고스란히 빼 갈아 끼운 듯한 연기. 보고 있어도 신기할 정도입니다. 이런 연기에 대해 당연히 신경을 쓴 부분이 많았을 겁니다. 그는 상대역인 오대환과 함께 이 부분에 대해 심도 있는 얘기를 나눴답니다.
“대환 선배님도 그러셨고, 저도 마찬가지였던 게. 저희가 사실상 1인 2역을 담당하잖아요. 전 진혁을 연기하다가 재환을 연기하게 되고. 선배님은 재환을 연기하다가 진혁을 연기하고. 설정상으로는 분명히 뒤바뀐 상황인데, 보는 관객 입장에선 잘못하면 서로가 서로를 그냥 따라하는 연기가 나올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저희가 의식적으로 신체가 바뀐 부분부터는 그냥 설정이고 뭐고 다 빼버리고 ‘내 스타일대로 가자’였어요. 그래서 반대로 진혁일 때는 의식적으로 좀 힘을 줬었죠.”
배우 장동윤. 사진=TCO(주)더콘텐츠온
보는 관객 입장에선 어떨지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실제처럼 연기를 해야 하는 배우 입장에선 분명 후유증이 걱정될 정도의 끔찍한 일이기도 합니다. 장동윤은 ‘진혁’이란 연쇄 살인마를 연기하면서 비록 연기이고 또 가짜를 연기하는 것이지만 사체를 훼손하고 인간 자체를 도구라고 생각하는 등의 끔찍함을 유지해야 하는 감정을 드러내야 했습니다. 상상 만으로는 이런 감정을 구체화 시키는 데 당연히 한계가 있었을 겁니다.
“당연하지만 그저 상상을 할 수 밖에 없었죠. 진혁에겐 살인 자체가 하나의 취미 생활이었을 것 같았어요. 그걸 제가 대입하고 끌어 내 볼 수 있었던 게 한때 제가 오토바이를 정말 좋아했었어요. 그걸 타면 너무 자유로워지는 절 느꼈거든요. 당연히 지금은 안타는데. 그게 이걸 수도 있겠구나 싶더라고요. 끔찍한 살인이지만 진혁에겐 그저 쾌감을 주는 취미였던 거죠. 죄의식? 당연히 취미인데 그걸 왜 느끼겠어요. 그게 진혁의 감정을 만들어 간 밑바탕 같았죠.”
워낙 순둥한 이미지의 장동윤이라 지금까지 악역에 대한 로망도 있었고 반대로 그를 악역에 캐스팅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일 정도로 업계 관계자들에겐 느껴졌을 겁니다. 하지만 실제로 만나본 장동윤은 굉장히 단단한 느낌의 피지컬을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예상 밖으로 그의 외모와 말하는 모습에서 충분히 마초적인 이미지가 뿜어져 나왔습니다. 그는 이런 표현과 설명에 너무 좋아하면서 ‘그런 면을 많이 좀 써달라’고 웃었습니다.
배우 장동윤. 사진=TCO(주)더콘텐츠온
“이게 자랑인지 아닌지 모르겠는데(웃음). 저 학창시절부터 맞고 다닌 적 없어요. 하하하. 근데 제 외모만 보고 사실 시비를 건 분들도 꽤 많았어요. 남자로서 ‘절 약하게 보는 것’에 사실 좀 스트레스가 있었는데, 이번 영화를 통해 그런 부분을 좀 해소한 느낌도 커요. 그리고 ‘악마들’에서 너무 끔찍한 장면이 많은 데 전 트라우마를 느낄 겨를도 없었어요. 하하하. 이런 배역을 또 언제 만나보겠냐는 심정으로 집중하느라(웃음). 앞으로 결은 달라도 더 센 역도 해보고 싶어요. 꼭이요.”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