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난 매 맞지만, 명랑한 년이예요!”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의 대사가 한국 간호사들의 처지와 같다면? 병원 근무 20년, 교대근무를 시작한 지 5개월째인 간호사 이순자씨는 이 대사를 들으면서 ‘교대제’라는 매를 맞으며 하루하루 버티는 자신을 떠올렸다고 했습니다.
7일 서울 영등포구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 생명홀. 보건의료노조가 의료현장의 실상을 알리는 책 ‘‘덕분에’라더니 ‘영웅’이라더니’를 발간하며 마련한 북콘서트입니다.
이순자 간호사는 “환자 13명을 전담하고 퇴근하는 날이면 녹초가 된다”며 “온 몸을 파스로 도배하고 잠이 들 때면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고 토로했습니다.
“코로나 땐 배식부터 화장실 청소도”
이전에 미국 샌프란시스코 간호사노조를 방문해 만났다는 한인 간호사들의 상황과 한국의 현실은 너무 달랐습니다. 이 간호사는 “한인 간호사들은 근무시간 중 가장 많이 하는 일이 환자와 대화하는 것이라고 했다”며 “우린 친절한 설명은커녕 환자와 눈 마주칠 시간도 없는데…”라고 했습니다.
7일 서울 영등포구 보건의료노조 생명홀에서 조합원들의 현장 수기를 담은 책 발간 기념 북콘서트가 열리고 있다. (사진=안창현 기자)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중앙감염병전담병원에서 근무한 5년차 방지은 간호사는 “코로나 사태 직후부터 감염 위험 때문에 간호업무 외 많은 일을 해야 했다”며 “보조인력도 없이 환자 배식부터 변기 소독까지 도맡으며 탈진하는 동료들을 봐왔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돌아가시는 환자 분들을 접할 때마다 다 못해준 것들에 대한 후회가 남아 죄책감을 느끼곤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자리에 참석한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등 의료보건 노동자들은 자신이 보람을 느끼고 최선을 다하고 싶은 일을 제대로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일선에서 ‘응사(응급사직)’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퇴사자가 줄을 잇는 현실은 환자를 위해서도 바뀌어야 한다는 겁니다.
이날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2021년 코로나 사태 이후로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어 노정합의를 이뤘다”며 “그로 인해 공공의료 부족과 인력문제 해결에 대한 희망이 있었지만, 정권이 교체되면서 합의 내용들이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노조, 10일 총파업 기자회견
보건의료노조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총파업에 참여할 전망입니다. 6월28일부터 총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했고,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총파업 계획과 노조 입장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노조는 △간병비 해결을 위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면 확대 △간호사 인력 기준 마련(간호사 1인당 환자 5명 관리) △의사 인력 확충과 직종별 적정인력 기준 마련 △공공의료 확충 △9·2 노정합의 이행 등의 요구사항을 정부에 제시한 바 있습니다.
나 위원장은 “노정합의 사항들이 표류될 수 있겠다는 위기의식을 가지고 있다”며 “총파업에 참여해 올해 안으로 시급한 보건의료업계의 문제들을 개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