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민주노총 산하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13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합니다. 간호사와 의료기사, 간호조무사, 물리치료사 등 역대 최대 규모인 4만5000여명의 조합원이 파업에 참여할 예정이라 의료현장의 혼란은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더구나 이번주는 보건의료노조뿐 아니라 민주노총 최대 산별노조인 금속노조와 사무금융노조, 건설노조 등 산별노조들이 총파업과 도심 집회를 예고하고 있어 노정갈등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10일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7일까지 127개 지부, 145개 사업장, 6만4257명의 조합원을 대상으로 총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한 결과 83.07% 투표율과 91.63%의 찬성률로 가결됐습니다. 이로써 노조는 13일 오전 7시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하기로 했습니다.
나순자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이 10일 서울 영등포구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에서 열린 ‘산별 총파업투쟁 계획과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파업권을 확보한 조합원 수는 전체 조합원 8만5000명의 75.49%로, 보건의료노조 역사상 최대 규모입니다. 이번 파업에는 병원에서 근무하는 보건의료노조 60여개 직종 모두가 동참할 예정으로, 이중 중환자실과 응급실 등 필수의료 인력 20~25%를 제외한 4만5000여명이 총파업에 참여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보건의료노조의 총파업은 19년 만입니다. 2004년 의료 민영화 저지와 주 5일제 관철을 위해 총파업을 벌였고, 당시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은 1만여명 규모였습니다.
“정부 제도개선 차일피일”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부는 의료현장의 인력 대란과 공공의료 위기를 방관하고 기존에 약속했던 제도개선 정책을 미루면서 노사교섭 타결을 위한 어떤 지원도 하지 않고 있다”며 “사용자 측도 제도 개선과 비용 지원 등 정부를 핑계로 노조의 절실한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불성실교섭으로 일관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정부와 사용자가 노조의 정당한 요구를 끝까지 외면한다면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해 의료현장 인력 대란과 공공의료 붕괴에서 환자와 국민 생명을 지키기 위한 요구를 쟁취하기 위해 범국민투쟁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노조는 올해 △비싼 간병비 해결을 위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 전면 확대 △근무조별 간호사 대 환자수 1:5로 환자 안전 보장 △적정인력 기준 마련과 업무범위 명확화 △불법의료 근절을 위한 의사인력 확충 △공공의료 확충과 코로나19 전담병원 회복기 지원 확대 △노동시간 특례업종 폐기 등의 요구사항을 내걸고 교섭을 진행해 왔습니다.
노조는 총파업 하루 전인 12일 의료기관별·지역별로 총파업 전야제를 개최하고, 파업 첫날인 13일 서울로 집결해 대규모 상경 파업을 벌인다는 방침입니다. 파업 이틀째인 14일에는 세종시 전국 거점 파업과 서울, 부산, 광주 등 3개 지역 거점 파업 등 4개 장소로 집결해 파업을 벌이기로 했습니다.
보건복지부, 총파업 상황점검반 구성
노조는 총파업 중에도 응급실과 수술실, 신생아실 등 환장 생명에 직결된 업무에는 필수인력을 투입하고 의료기관 내 발생할 수 있는 응급상황에 대비해 응급대기반을 가동한다고 했습니다. 아울러 조합원 일부가 의료기관에 비상대기하면서 환자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들과 노조 총파업의 요구사항을 알리는 홍보 활동을 병행한다는 계획입니다.
지난 6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열린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8일 보건의료 재난위기 ‘관심’ 단계를 발령하고 상황점검반을 꾸리는 등 긴급대응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파업을 앞두고 보건의료노조와의 협상은 없다는 입장이어서 파업이 장기화될 우려도 나오는 상황입니다.
나 위원장은 “정부가 파업을 앞두고 협상을 진행할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이미 공공의료 확충과 의료인력 처우 개선을 담은 9.2 노정합의와 4.25 간호인력 지원 대책들이 있다”며 “기존에 합의했던 정책과제들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과 계획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민주노총 산별노조들이 속속 총파업에 동참하면서 노동계 하투(여름철 투쟁)은 정점을 보일 것으로 전망됩니다. 12일 민주노총 최대 산별노조이자 현대차노조가 소속된 금속노조가 총파업을 예고했고, 13일에는 보건의료노조와 사무금융노조, 전교조가, 14일에는 건설노조가 총파업에 참여합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