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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은행 전환? 저축은행들 "언감생심"
자본요건 충족 불구 지배구조 걸림돌
입력 : 2023-07-11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금융당국이 5대 시중은행 중심의 은행권 과점 체제를 깨기 위해 저축은행의 지방은행 전환 방안을 내놨는데요. 저축은행들에게는 '언감생심'입니다. 자금력을 갖춘 상위권 저축은행들도 지방은행 인가 조건을 맞추기 위해서는 자본 요건은 물론 지분구조까지 손질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저축은행이 지방은행으로 전환하려면 '지방은행 인가'를 받아야하는데요. 은행법에 따르면 최소자본금 요건(250억원)과 지배구조 요건(산업자본 보유 한도 15%·동일인 은행 보유 한도 15%) 두 가지 모두 충족해야 합니다.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5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지주회장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250억원 이상의 지방은행 자본금 요건을 충족하는 은행은 지난 1분기말 기준으로 36개입니다. 그중 1위로 꼽히는 SBI저축은행은 1조5615억원이고 이 뒤를 한화(3080억원)·다올(2780억원)·우리금융(1240억원)·애큐온(1173억원)저축은행 등이 있습니다.
 
문제는 지배구조 요건이 관건인데요. 현재 상호저축은행법에 따라 저축은행은 금산분리 원칙, 동일주식보유한도 등의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한편, 지방은행으로 전환하면 은행법에 따라 규제 강도가 높아지게 됩니다.
 
현행법상 일반 은행은 금산(금융 및 산업) 분리원칙에 따라 산업자본(비금융 주력자)이 4%가 넘는 지분을 보유할 수 없고, 지방은행의 보유 지분 제한은 15%입니다.
 
업계 1위 SBI저축은행의 올해 1분기 주주현황에 따르면 에스비아이비에프(22.66%), 에스비아이비씨에프(22.66%), 에스비아이에프(22.66%) 에스비아이에이에프(17.25%), 자기주식(14.77%)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에스비아이비프(주)는 에스비아이코리아홀딩스그룹의 계열사로 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을 영위하고 있는데요. 이에 따라 동일인주식보유한도 문턱은 넘더라도, 금산분리 문제가 걸리게 됩니다. OK저축은행 경우 주주현황을 살펴보면 오케이홀딩스대부(주)가 지분율 10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동일인주식보유한도 제한에 걸리게 됩니다.
 
올해 1분기 에스비아이저축은행 분기재무제표에 대한 검토보고서 중 주주현황 캡쳐 갈무리
  
저축은행 내에서도 당국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지분구조 바꾸면서 지방은행 전환에 나설 여력은 없다는 입장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지방은행으로 전환하고 시중은행, 인터넷전문은행과 경쟁하게 됐을 때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지분을 포기하는 등 지배구조를 손대면서까지 지방은행으로 전환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습니다.
 
다른 관계자는 "다양한 리스크를 감수하고 지방은행으로 전환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것이 없다"며 "현재 지방은행들 사이에서도 살아남기 어렵다는 곡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방권역 영업으로만 수익을 기대하기에는 경쟁만 치열해지고 이미 과포화 됐다는 이야기"라고 우려했습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유근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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