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정부가
아시아나항공(020560)의 비상구 출입문 개방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으로 비상구 출입문 인근 좌석에 소방·경찰·군인 등 특정 직업군을 앉히기로 했습니다. 국내항공사들은 안전 교육을 받은 특정 직업군에게 좌석을 우선 배정하는 것에 환영한다면서도, 우선 배정이 안 될 경우 공석으로 운항해야 하는 비상구 레버 바로 옆 좌석에 대해서는 경쟁력 저하를 우려했습니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민의 힘과 정부는 지난 13일 아시아나항공의 비상구 출입문 개방 사고와 관련해 ‘항공기 비상문 안전 강화 대책’ 논의를 위한 당정협의회를 개최했습니다.
이에 따라 오는 31일부터 에어버스의 A321, A320 보잉사의 B767을 운용하고 있는 국적항공사들은, 해당 기종의 비상구 출입문 인접좌석 한 자리에 소방·경찰·군인, 항공사 승무원·직원에게 우선 판매해야 하고 이를 사전에 고지해야 합니다.
그동안 국내항공사들은 비상구열 좌석 사전 판매에서 만 15세 미만이거나 동반자의 도움 없이 승무원의 지시를 수행하기 어려운 승객 등에 한 가지라도 부합하면 좌석을 판매하지 않았습니다. 사전 판매에서 나이와 신체 조건 등을 제시하기는 했지만 직업군을 특정짓지는 않았습니다. 해당 기종을 운영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은 사전에 우선 배정 고지를 위해 내부적으로 시스템 점검에 들어갔습니다.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주기장에 아시아나 항공기가 세워져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번 사고 기종인 A321을 비롯한 A320, B767은 저고도에서 개방이 가능한 비상문이 달렸고, 비상문 바로 앞 승무원 좌석이 없는 기재입니다.
구체적으로 이달 31일부터 영향권에 든 항공사들은 온라인에서 비상구 출입문 앞좌석 등 인접좌석을 판매할 때, 소방·경찰·군인, 항공사 승무원·직원에게 우선 판매하는 좌석임을 고지해야 합니다. 온라인에서 판매한 이후에는 발권카운터에서 신분을 확인하고 최종 발권해야 합니다. 현장 판매 시에는 항공기 출발 1시간 30분 전까지 소방·경찰·군인, 항공사 승무원·직원에게 우선 판매하고, 해당 시간 경과 후에는 일반 승객에게도 판매할 수 있습니다.
국내항공사들은 이번 대책에 대해 “특정 직업군에게 좌석을 우선 배정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않겠지만, 항공사입장에선 안전 인지 수준이 높은 이들에게 좌석 판매하는 것이 안심이 되는 건 사실”이라고 말합니다.
다만, 이번 사고처럼 비상구 레버 바로 옆자리에 제복공무원들이 앉지 못할 경우 공석으로 운항한다는 것은 경쟁력 저하 요인이 될 수 있어 우려했습니다. 정부는 아시아나항공 사건처럼 비상문 레버가 좌석에 거의 붙어있는 좌석은 특정 직업군에게 판매가 되지 않더라도 공석으로 운영한다는 방침입니다.
익명을 요청한 국내항공사 한 관계자는 “특정 직업군이 A321 등 항공편에 탑승한다는 보장이 없다”면서 “극성수기의 경우 만석으로 운항하는 타사와 비교할 때, 한 자리라도 비워가는 것은 경쟁력이 떨어지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일각에서는 A321 등 운용 항공사에게만 이번 대책이 적용되는 것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보는 시각도 일부 존재합니다. B787 등은 이륙 후 비상구 레버가 자동잠금 되지만 착륙을 시작한, 항공기 바퀴가 땅에 닿으면 잠금이 자동해제됩니다. 이때 항공기가 활주로에 완전히 정지하는 데까지 걸리는 짧은 찰나에도 비상구 출입문이 열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국토부는 아시아나항공 비상구 출입문이 열리는데 2초밖에 걸리지 않는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지난 5월 26일 제주공항을 출발해 대구공항으로 향하던 아시아나 항공기 모습. (사진=뉴시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