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저축은행이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이 카드론으로 몰리고 있는데요. 올 들어 주춤했던 카드론 금리가 다시 들썩이고 있고 카드사들이 연체율 관리를 이유로 고신용자 위주 영업을 전개하면서 저신용자들이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24일 여신금융협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 6월 7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하나·우리·롯데) 중 우리카드가 신용점수가 900점을 초과한 고신용자 구간에서 가장 낮은 금리 11.11%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우리카드의 카드론 평균 금리는 13.77%로 7개 카드사 중 낮은 편에 속하는데요. 다만 다른 카드사와 달리 우리카드는 유일하게 601점 미만 차주인 저신용자에게 대출 제공하지 않고 있습니다. 고신용자 대출금리가 업계 최저인 반면 저신용자 대출을 취급하지 않으면서 평균 금리가 낮은 것처럼 보인다는 뜻입니다. 신용점수 601~700점대 구간을 보면 우리카드의 카드론 금리는 17.25%에 달합니다.
서민들의 급전 창구로 꼽히는 카드론 이용액이 급증하고 있지만 카드사는 고신용자 위주의 영업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여신협회에 따르면 7개 전업 카드사의 6월 말 기준 카드론 잔액은 34조8326억원으로 지난해 말(33조6404억원), 3월 말(34조1130억원)에 이어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대비로는 3.5%(1조1922억원) 증가한 규모인데요. 카드론 평균금리의 경우 14%대 고금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의 압박과 채권시장 안정 영향으로 카드론 금리가 소폭 내려갔다고는 하지만, 대출금리 하락은 고신용 차주에 한정된 셈입니다. 카드사들 입장에서도 카드론 이용자 가운데 다중채무자 등이 많은 만큼 리스크 관리를 위해 고신용자 위주 영업에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지난 1분기 연체율은 신한카드(1.37%), 삼성카드(1.10%), KB국민카드(1.19%), 롯데카드(1.49%), 우리카드(1.35%), 하나카드(1.14%) 등 대부분 1%를 넘겼습니다.
다만 서민들의 급전 창구인 카드론 문턱까지 높아질 경우 중저신용자들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지난달 말부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금융권을 중심으로 상생금융 현장방문을 하고 있는데요. 지난달 말 금감원장의 방문에 맞춰 우리카드는 카드업계 1호로 22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책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카드사들이 고신용자를 중심으로 대출을 운용하고 저신용자를 홀대할 경우 상생금융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습니다.
서울 시내 한 전봇대에 카드 대출 관련 광고물이 부착돼 있습니다.(사진=뉴시스)
카드사의 조달비용 부담이 늘어나면서 카드론 금리도 상방 압력을 받고 있습니다. 카드론 금리는 여신전문금융채 금리의 영향을 받는데요. 수신 기능이 없는 카드사 등 여신전문회사는 여전채 발행을 통해 통상 전체 자금의 70%를 조달합니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AA+ 등급 여전채 3년물 금리는 4.306%입니다. 여전채 3년물 금리는 올해 1월 초 5%대에서 3월 3.8%대까지 내려갔지만 5월 들어 다시 4%대로 올라선 후 4%대를 유지 중입니다.
여전채 금리 상승 배경으로는 최근 새마을금고가 예금 인출에 대응하기 위해 보유 채권을 대량으로 매도한 것이 지목됩니다. 카드사들은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동참 요구에 카드론 금리 인하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지만 채권 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만큼 카드론 금리 역시 앞으로 더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여전채 금리가 오르면 조달비용 상승으로 카드론 금리가 오를 것"이라며 "기준금리 관련 통화정책 변화가 있을 가능성도 있어 그에 기반한 기대 심리가 채권 시장의 금리를 끌어올릴 가능성도 상존한다"고 말했습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