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금융당국이 가맹점 수수료에 대한 적격비용 재산정 주기를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데요. 카드사 노동조합은 수수료 인하로 귀결되는 재산정 제도 자체를 폐기해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현재 연 매출 30억원까지도 중소가맹점으로 분류하고 우대수수료를 제공하는데, 매출 기준 우대 범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중재안도 거론됩니다.
19일 금융권 따르면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카노협)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적격비용 재산정제도 폐기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최근 카드업계의 수익 악화와 간편결제 수수료 부과 등 업계에 부담이 가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가맹점 수수료까지 인하되면 생존까지 위협을 받는다는 겁니다.
적격비용은 신용카드의 자금조달비용과 위험관리비용, VAN(카드결제중개업자) 수수료 등을 포함한 결제 원가를 말합니다. 금융위원회는 2012년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에 따라 3년마다 적격비용 재산정 작업을 하는데요.
앞서 수수료 조정이 이뤄진 2021년 말 금융위는 영세·중소 카드 가맹점의 신용카드 우대수수료율을 기존 0.8∼1.6%에서 0.5∼1.5%로 추가 인하했습니다. 2007년에는 4.5%대에 달했던 일반 가맹점에 대한 신용카드 수수료율이 지난해 14차례에 걸쳐 1.5%까지 인하된 겁니다.
지난 17일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열린 카드수수료 이슈 등 카드업계 현안 관련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 기자간담회에서 노조지부장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유근윤 기자)
금융당국도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는데요. 현행 3년인 카드 수수료 적격비용 재산정 주기를 5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다만 노조 측은 적격비용 재산정 주기를 5년으로 연장하는 것만으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정종우 카드노조 의장은 "현재 부가가치세 세액공제를 감안하면 전체 가맹점의 약 92%가 실제 수수료율이 없거나 오히려 환급받고 있다"며 "영세업자의 실질적인 어려움은 잇른 금리 인상, 배달 앱 수수료, 임대료, 프랜차이즈 가맹 수수료 등이라 카드 수수료는 더 이상 낮춰도 체감효과가 미미하다"고 말했습니다.
한 노조 관계자는 "이미 카드 수수료율이 0%대로 낮아졌는데 여기서 더 어떻게 수수료율을 내리라는 말이냐"며 "재산정 주기를 연장하는 것도 '적격비용 재산정은 곧 수수료율 인하'라는 인식이 퍼져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지난해 전체 카드(신용·체크) 이용액이 전년보다 12% 늘어났는데도 카드 수수료는 오히려 4% 줄었습니다.
가맹점 우대수수료 범위를 조정해야한다는 중재안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오기형 민주당 의원은 "카드업황이 좋지 않고, 수수료 인하로 고통받고 있는 것은 알고 있다. 그래도 가맹점에 수수료를 더 내라고 요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수수료 재산정시 매출액과 수수료율 우대 기준 등을 어떻게 조정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연 매출 30억원에 달하는 가맹점까지 중소가맹점으로 구분해 1.1~1.5%(신용), 0.85~1.25%(체크)의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습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우대 수수료율 적용 범위가 광범위하다. 금융위에서 중소 영세 가맹점 대상으로 특정 수수료를 적용한 것인데 지난해 적격비용 재산정 과정 통해 가맹점 95% 이상 확대됐다"며 "합리적인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