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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집시법 개정…'시행령 정치' 위험수위 넘었다
대통령실, 집회·시위 제재 강화 권고…3주간 온라인 토론 투표서 71% '찬성'
입력 : 2023-07-26 오후 3:40:31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대통령실이 26일 집회·시위의 요건과 제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부에 관련 법령 개정을 권고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 입법이 여의찮은 상황에서 이번에도 대통령령(시행령)을 통해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시행령 개정은 의회의 견제를 무력화한다는 점에서 윤 대통령의 '시행령 정치'를 통한 입법부 무시 행태가 위험 수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집시법 시행령 개정 '명분 쌓기'…또다시 '노조 옥죄기'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에서 "대통령실 국민제안심사위원회는 지난 12일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바탕으로 국무조정실과 경찰청에 '국민불편 해소를 위한 집회·시위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권고는 '온라인 찬반 투표'와 '댓글 토론'을 거친 결과입니다. 강 수석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집회·시위 요건·제재 강화' 관련 제안에 대해 지난달 13일부터 이달 3일까지 3주간 국민참여토론을 진행한 결과 총투표수 18만2704표 중 71%에 해당하는 12만9416표가 강화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따라 대통령실은 정부에 출·퇴근 시간 대중교통 이용방해와 주요 도로 점거, 확성기 등으로 인한 소음, 심야·새벽 집회 주거지·학교 인근 집회에 따른 피해 등을 방지할 수 있도록 법령을 개정하고 후속 조치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습니다. 또 불법 집회·시위 처벌 강화도 주문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강 수석은 "법령 개정과 이행 방안 마련 과정에서 벌칙 규정의 미비점을 보완하는 등 단속의 실효성을 확보할 방안도 검토하도록 했다"고 밝혔습니다.
 
정부는 지난 5월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광화문 세종대로 등 도심에서 진행한 심야 집회를 계기로 집시법 개정을 본격화했습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4일 '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관한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면서 "정치 파업과 불법 시위를 벌이는 사람들의 협박에 절대 굴복하지 않고 단호히 대응하겠다"며 강경 의사를 밝힌 바 있습니다.
 
정부에선 집시법 관련 법률 개정이나 시행령 개정을 추진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앞서 국민제안 찬반투표를 근거로 'TV수신료 분리징수'를 관철한 사례와 마찬가지로, 윤 대통령은 이번에도 개정이 손쉬운 시행령을 통해 심야 집회, 도로 점거 등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26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집회·시위 제도 개선 관련 국민참여토론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협치 외면하고 '우회로' 택한 대통령실…"시행령 역대급 남발"
 
윤 대통령은 집권 2년 차에 접어들면서 시행령 개정을 통한 정책 드라이브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지난달 13일 보조금법 시행령을 바꿔 외부 검증을 받아야 하는 보조금 사업 기준을 3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췄습니다. 정부가 국정과제로 내세운 '비영리 민간단체 회계 투명성 강화'를 위해서입니다. 또 지난 11일엔 전기요금과 통합징수하던 KBS TV수신료를 분리징수하도록 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통과시켰습니다.
 
정부 부처의 시행령 제·개정 사례도 있습니다. 지난해 정부는 법무부 시행령 개정으로 '검수완박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법)'인 검찰청법·형사소송법을 무력화했습니다. 이어 국가정보원은 지난 13일 대공수사권 폐지로 인한 국가안보 공백 방지를 위해 시행령인 '안보범죄 등 대응업무규정' 제정안을 입법예고했습니다. '합동 수사기구' 등을 통해 국정원이 수사에 계속 참여하겠다는 겁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결국은 기본적으로 법 개정이 어렵기 때문에 시행령 정치를 하는 것"이라며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여야가 협치를 하면 되는데 윤 대통령 스스로 협치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장기간에 걸친 여야 대치 국면 속에서 시행령 정치를 역대급으로 남발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실제 이명박정부 이후 역대 정부의 추진·공포한 대통령령을 보면, 윤석열정부가 809건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 문재인정부 660건, 박근혜정부 653건, 이명박정부 609건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명박·박근혜·문재인정부 당시 출범 후 1년 동안 시행령 건수가 모두 600건대에 머물렀지만 윤석열정부만 800건대를 기록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박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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