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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령 앞세워 입법부 무력화…도 넘은 무소불위 권력
여소야대 국회로 법 개정 어렵자…시행령 개정으로 '정책 손질하기'
입력 : 2023-08-02 오후 5:42:38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한동인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시행령 통치를 연일 노골화하고 있습니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국회 입법이 여의치 않자 시행령 개정을 통해 국정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시행령 정치는 입법부를 무력화한다는 점에서 삼권분립 훼손이라는 지적이 지배적입니다. 
 
한동훈 법무부 앞세워 시행령 개정 속도전
 
2일 정치권에 따르면 법무부는 지난달 31일 경찰의 보완수사 전담을 폐지하고 검사도 재수사할 수 있도록 하는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습니다. 이른바 '검수원복(검찰수사권 원상 복구)'의 시행령 개정으로 검사의 직접 수사개시 범위를 확대한 데 이어 경찰의 수사종결권을 축소하고 검사의 수사권을 확대하겠다는 겁니다. 이에 야권에선 검사의 수사권을 축소한 모법 취지에 반하는 '시행령 정치'라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권력기관의 시행령 제·개정 사례는 또 있습니다. 지난해 정부는 법무부 시행령 개정으로 '검수완박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법)'인 검찰청법·형사소송법을 무력화했습니다. 이어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13일 대공수사권 폐지로 인한 국가안보 공백 방지를 위해 시행령인 '안보범죄 등 대응업무규정' 제정안을 입법예고했습니다. '합동 수사기구' 등을 통해 국정원이 수사에 계속 참여하겠다는 겁니다.
 
정부는 또 전날 대통령기록물을 열람할 수 있는 대리인을 1명으로 제한하고 비밀기록물은 열람할 수 없게 하는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습니다. 당초 개정 전 시행령에선 전직 대통령과 대리인의 열람권을 동일하게 보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노무현재단은 이 개정안에 따른 열람권 제한이 노무현 전 대통령 측에만 적용된다는 점에서 특정인을 대상으로 한 '처분적 입법'이라고 반발했습니다.
 
대통령실에서 진행하고 있는 국민참여토론은 향후 시행령 개정을 위한 명분 확보용 순단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대통령실은 지난달 26일 집회·시위의 요건과 제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령 개정을 권고했습니다. 이번 권고는 '온라인 찬반 투표'와 '댓글 토론'을 거친 결과입니다. 앞서 국민제안 찬반투표를 근거로 법령 개정에 나섰던 사례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개정이 손쉬운 시행령을 통해 심야 집회, 도로 점거 등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수신료·보조금 등 줄줄이 시행령 개정…"국회 입법권 무시로 삼권분립 위기"
 
이뿐만이 아닙니다. 정부는 지난달 11일 전기요금과 통합징수하던 KBS TV수신료를 분리징수하도록 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통과시켰는데, 국민참여토론 이후 시행령을 개정한 사례입니다. 이외에도 정부는 지난 6월13일 보조금법 시행령을 바꿔 외부 검증을 받아야 하는 보조금 사업 기준을 3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췄습니다. 정부가 국정과제로 내세운 '비영리 민간단체 회계 투명성 강화'를 위해서입니다.
 
윤 대통령은 단순히 국회 입법 권한만 무력화시키는 것이 아닙니다.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된다고 해도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입법 저지에 나서고 있습니다. 입법부터 입법 저지까지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고 있는 셈입니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시행령을 통해서 교묘하게 그 법의 취지 자체를 무력화시키는 행동을 하면 입법부의 권한이 무시되는 것"이라며 "결국 삼권분립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 한 권력이 너무 절대적인 권한을 행사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도 "국회 입법권의 무력화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여야가 지속적으로 협치 노력을 해야 하는데 그게 안 되기 때문에 시행령 개정이라는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고 본다"고 진단했습니다.
 
박주용·한동인 기자 rukaoa@etomato.com
박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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