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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류승완 감독 “‘밀수’ 내가 연출 안 하려 했다”
“‘시동’ 촬영 당시 해녀의 밀수 가담 사료 발견…‘새로운 얘기’ 흥미”
입력 : 2023-08-04 오전 7:00:22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그를 두고 충무로 액션 키드라고 부르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흔하디 흔한 대학교 연극영화과를 나온 연출 전공자? 아니었습니다. 고졸입니다. 학력으로 인한 차별, 그걸 논하자는 게 아닙니다. 그는 출발선부터 좀 달랐습니다. 그래서 그의 영화에는 뭔가 다른 날 것의 느낌이 강했습니다. 제도권에서 배운 정제된 무엇이 없었습니다. 걸러지지 않은 투박함 있을지언정 살아 펄떡거리는 무엇이 담겨 있었습니다. 충무로 영화계에선 단 번에 그를 주목했습니다. 차곡차곡 필모그래피를 쌓아 왔습니다. 초기에서 중기로 이어지는 연출작들은 문자 그대로 자기 하고 싶은 모든 걸담아 낸 듯 기존 문법과는 좀 다른 작품들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도 소위 을 먹기 시작합니다. 제도권에서 활동해 나가야 할 그도 적절한 타협을 하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자신만의 색은 결코 잃지 않았습니다. 규모를 키우는 대작 스타일로 넘어가지 시작합니다. 혹자는 그의 아내인 유명 프로듀서가 능력자이기에 그가 돋보이는 것이라고 합니다.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립니다. 그래서 두 사람은 그런 시선에서 자유롭고자 그 이름도 빛나는 제작사 외유내강을 세웠나 봅니다. ‘즉 외부는 유()가 담당하고, ‘즉 내부는 강이 담당하는. 충무로 최강 부부 영화인 류승완 감독과 그의 아내 강혜정 프로듀서입니다. ‘충무로 액션 키드로 불리던 류승완 감독은 이제 충무로 최고 스타 감독 중 한 명입니다. 그가 연출하면 곧 그 영화는 장르가 되고 스타일이 됩니다. 그래서 이번 여름 영화 4’ 가운데 최고 기대작으로 꼽히던 밀수도 가장 뜨거운 관심을 집중 받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류승완 감독. 사진=NEW
 
밀수는 사실 류승완 감독이 연출까지 맡으려고 했던 작품은 아니었답니다. 하지만 주인공이 우선 해녀들이고 해녀들은 여성들이며 그 여성들이 주축이 돼 남성들에게 크게 한 방 먹이는 얘기를 구상하게 되자 신선한 느낌이 강하게 다가오면서 연출자로서의 강한 욕구가 발동했답니다. 자신의 중기 연출작 피도 눈물도 없이가 생각도 났답니다. 이런 스타일이라면 오랜만에 다시 한 번 연출을 맡아도 될 것 같다는 확신이 들어서 시작을 하게 됐었답니다.
 
말씀 드린 대로 내가 하려고 개발한 시나리오는 아니었어요. 근데 초기 각본이 나오고 봤는데 이거 새로운 얘기인데싶었죠. 욕심이 나서 시작했어요. 사실 첫 시작은 저희 회사 부사장이 시동촬영을 위해 군산에 내려갔는데 그 지역 박물관에서 1970년대 해녀들이 밀수에 가담 했단 사료를 발견한 것부터 에요. 그리고 그 전에 제가 한 잡지에 올라온 1970년대 여성 밀수단 얘기를 본 적도 있어요. 그래서 흥미를 느끼고 회사에서 개발을 해 본 거죠. 의외로 탄탄한 초고가 나와서 해보자싶었죠.”
 
영화 '밀수' 스틸. 사진=NEW
 
첫 시작 자체가 해녀를 소재로 하고 있고, 그래서 여성이 주인공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더욱이 시나리오를 개발하면서 여성 투톱으로 흘러가게 됐답니다. 시대가 많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충무로에서 거대 자본이 투입되는 상업영화의 주인공으로 여성 두 명을 내세우는 건 위험 부담이 클 수 밖에 없습니다. 무엇보다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블록버스터가 맞붙는 여름 성수기 시장 겨냥 작품으로선 더욱 그랬습니다.
 
부담이 없을 수가 없었죠(웃음). 부담은 새 영화를 할 때마다 있어요. 근데 밀수는 부담보단 흥분이 더 컸던 거 같아요. 아니 배우를 보세요. 김혜수하고 염정아에요. 감독 중에 이 두 사람을 함께 쓰면서 작품을 만들어라. 그럼 흥분 안할 감독이 있을까 싶어요. 근데 저런 거대한 봉우리 두 개가 딱 버티고 있는데 우리 영화에는 커다란 산맥도 있어요. 조인성이 나오고 박정민이 나오고 고민시가 나오고 또 김종수가 나와요. 신구 배우의 조화와 함께 남녀 성비 비율까지 환상이잖아요. 하하하. 이 정도면 여성 투톱이라고 하기엔 너무 화려했죠. 그냥 사건에 휘말리는 사람들의 얘기다. 그렇게 생각하고 접근했어요.”

류승완 감독이 가장 신경을 쓰고 또 심혈을 기울인 부분은 당연히 수중 촬영이었습니다. 일단 밀수는 바다에서 벌어지는 얘기를 그립니다. 그리고 출연진 대부분이 바다에서 생활하는 사람들로 설정돼 있습니다. 주요 배역은 해녀입니다. 물은 필연적입니다. 그리고 출연진들은 당연히 수영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주요 배우 중 대부분이 수영을 잘 못했습니다. 특히 김혜수는 물 공포증까지 있었습니다. 염정아 역시 수영을 전혀 못했습니다. 난리가 난 셈입니다.
 
류승완 감독. 사진=NEW
 
일단 배우들 반 이상이 수영을 못했어요. 당연히 훈련을 했죠. 처음에는 정말 눈 앞이 깜깜했죠. 실제 해녀팀에서 수영을 제대로 하는 사람은 김재화 뿐이었요. 배우들 수영 못하는 것도 있었지만 수중 촬영도 이게 보통일이 아니더라고요. 물결이 치면 카메라 앵글이 다 틀어져요(웃음). 또 여기저기서 스태프들이 숨쉬는 산소 방울도 너무 많이 올라오고. 진짜 촬영하면서 내가 이걸 왜 한다고 했지라고 후회를 얼마나 했는지. 하하하.”
 
김혜수는 이번 밀수의 수중 액션을 전 세계 최초라고 자부했습니다. 조인성은 밀수의 액션에 대해 이젠 류승완이 하다하다 물 속으로 들어가냐라며 놀라워했습니다. 류승완은 감독에게 액션은 숨을 쉬는 것처럼 익숙한 느낌입니다. 하지만 그는 당연히 감독이라면 새로운 것에 대한 욕구가 강하기 때문에 전혀 시도해 보지 못했던 것을 해보고 싶었답니다. 그게 이번 영화에선 수중 액션이었습니다.
 
영화 '밀수' 스틸. 사진=NEW
 
물 속에선 중력의 작용을 덜 받지만 물의 저항을 받기 때문에 남성과 여성의 힘 차이가 줄어들 것이라 봤죠. 남자와 여자의 대결이 가능한 거에요. 해보니깐 되더라고요. 무술 감독님과 수중 싱크로나이즈 팀을 이끈 김희진 코치님의 공이 너무 커요. 특히 춘자와 진숙이 크로스하면서 올려주고 내려가는 수중 장면, 그건 사실 대본에는 하이파이브였어요. 근데 그걸 싱크로나이즈팀이 그렇게 멋지게 변형 시켜 주셨어요. 너무 감사하고 짜릿했죠.”
 
류승완 감독은 밀수를 기획하고 연출을 맡기로 결정한 뒤 춘자와 진숙 역에 각각 김혜수와 염정아를 0순위로 떠올렸답니다. 다른 후보가 없이 무조건 두 배우로 해야겠다고 했답니다. 일단 두 배우와 단 한 번도 작업을 해 본적이 없었기 때문. 그리고 두 배우가 한 작품에서 나온 적도 없었답니다. 그걸 확인하자 류 감독은 그럼 내가 첫 번째가 돼야 겠다는 생각으로 얼른 두 배우에게 출연 제안을 했고 흔쾌히 오케이 사인을 받았답니다.
 
류승완 감독. 사진=NEW
 
그냥 지금 생각해도 본능적으로 두 분이 떠올랐어요. 혜수 선배가 뜨거움을 담당하면 정아 선배가 쿨한 느낌을 가져가는. 그 밸런스가 너무 좋았어요. 그리고 말 할 게 있는데, 두 분은 그렇게 촬영이 끝나도 집을 안가요(웃음). 정아 선배는 다른 배우들 촬영 끝날 때까지 끝까지 그렇게 기다려요. 혜수 선배는 왜 그렇게 우는지 몰라. 하하하. 스태프들이 정리하는 걸 보면서 다들 너무 열심히 한다라고 울어요. 그래서 다 저렇게 해요그러면 우리팀은 다르다면서 또 울어. 하하하. 또 뭔 날만 되면 그렇게 선물을 줘요. 오늘 신고 온 신발이 시사회 때 신은 신발인데 이게 혜수 선배가 추석 때 모든 스태프들에게 돌린 거에요. 제가 그래서 시사회 때 신겠다라고 약속하고 그 약속 지켰어요. 하하하.”
 
류승완 감독이 밀수홍보 일정이 마무리되는 대로 그의 또 다른 기대작 베테랑2’ 마무리 작업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그에게 영화는 숨쉬는 것과 같은 작업입니다. 조인성은 오죽하면 류승완 감독에 대해 숨쉬는 것 빼고는 1365일 하루 24시간 영화만 생각하는 사람이다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그는 이번 밀수현장의 행복함을 전하며 이런 작품을 또 만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습니다.
 
류승완 감독. 사진=NEW
 
매번 작품을 촬영하면 그날그날 촬영이 끝나고 숙소에 가서 후회로 밤을 지새워요. 그래서 감독들이 거의 대부분 수면장애가 있어요. 그래서 끝나면 정말 후련해요. 근데 밀수는 안 끝났으면 좋겠다 싶더라고요. 이런 작품 처음이었어요. 함께 한 모든 배우들 그리고 모든 스태프들이 한 마음이 돼서 다들 웃고 즐기면서 작업했어요. 즐거운 마음으로 즐겁게 일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이런 작품 또 만날 수 있을까 싶어요.”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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