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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더 문’ 설경구 “실제 전문가들 깜짝 놀라더라”
“‘더 문’ 체험형 영화라 소개…전문가분들 ‘사실적’ ‘공포스럽다’ 평가”
입력 : 2023-08-07 오전 7:00:22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한때 대한민국에서 설경구란 이름 석자가 가진 의미가 남달랐던 적이 있었습니다. 존재감이 뚜렷한 배우들에게 보통 이런 표현을 많이 합니다. ‘현재 충무로에게 그 배우가 출연하는 영화와 출연하지 않는 영화로 나뉜다라고. 그런데 실제로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정말 그랬습니다. 설경구가 출연하는 영화가 있고 또 그가 출연하지 않는 영화가 있고. 극장에 상영하는 영화는 이렇게 딱 구분이 됐던 시절 말입니다. 사실 지금은 세월이 좀 흐르고 설경구도 그 세월의 흐름만큼 당시의 위치보다 조금은 뒤로 물러났습니다. 그건 어떤 배우라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설경구는 그럼에도 설경구 입니다. 여전히 그가 출연하면 말도 안되는 무엇이라도관객들은 설득을 당합니다. 그가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주변 공기의 흐름이 뒤바뀝니다. 그가 말을 하면 설경구가 아닌 영화 속 그 인물이 말을 하는 것 입니다. 그가 슬퍼하면 영화 속 그 인물이 슬퍼하는 것입니다. 그가 연기하는 게 아닙니다. 그는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그런 배우입니다. 그래서 설경구의 존재감은 여전히 앞으로도 계속해서 감독들의 로망을 채워 줄 판타지 그 자체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김용화 감독은 자신의 오랜 꿈이자 상상 그리고 그 모든 것을 현실로 만들어 줄 키워드로 설경구를 택했는지 모릅니다. 김용화 감독이 선보인 더 문에서 설경구는 달에 홀로 남은 한 남자황선우를 지구로 안전하게 귀환시키려 노력하는 전임 우주센터장 재국을 연기했습니다. 다시 정정합니다. 설경구는 재국을 연기하지 않았습니다. 잠시 동안 재국이었습니다.
 
배우 설경구. 사진=CJ ENM
 
설경구는 사실 이런 SF장르를 좋아하진 않는답니다. 하지만 김용화 감독이 한다고 하니 눈길이 갈 수 밖에 없었답니다. ‘그건 대한민국 누구라도 그렇지 않느냐며 오히려 반문했습니다. 그래서 김용화 감독과 만나서 얘기나 들어보자는 심정이었답니다. 그런데 얘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빠져 들었고 또 말도 안된다고 생각한 부분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확신으로 변해가기 시작했답니다. 그게 설경구가 더 문에게 가진 첫 인상이었습니다.
 
처음 만날 때는 시나리오도 아니라 두꺼운 트리트먼트 수준이었는데, 막 설명을 하는데 달을 만든다고?’라고 머리에 떠올랐던 그 황당한 생각이 점차 될 수도 있겠다싶었어요. 지옥도 만든 사람인데, 달이라고 못 만들까 싶었죠(웃음). VFX는 김용화 감독이 대한민국에서 최고 실력자이니 믿고 가면 되는데 세트도 정말 잘 만들어져야 할 듯했죠. 야외와 세트의 비율도 좋았어요. 그리고 사실 달보다 지구의 우주센터 세트가 더 정교했어요. 거기서 이거 되겠다싶었죠.”
 
배우 설경구. 사진=CJ ENM
 
도경수는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더 문촬영 기간 동안 설경구는 딱 두 번, 김희애는 본 촬영에선 단 한 번도 얼굴을 본 적이 없었다고 털어 놓기도 했습니다. 실제 영화에선 도경수와 설경구가 각각 달과 지구에 남아 있었기에 모니터로만 대화를 합니다. 하지만 실제 촬영에서도 그렇게 대화를 나눈 게 아니란 건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촬영의 비밀은 이랬습니다.
 
우주에 있는 경수가 먼저 촬영을 했어요. 경수 분량을 먼저 다 찍고 나서 그걸 보면서 지구의 센터 쪽 사람들이 연기를 하면서 촬영하는 방식으로 작업이 이뤄졌죠. 그래야 화면이 따로 놀지 않게 되니까요. 근데 찍을 때 좀 힘들었던 게, 워낙 극적이고 극단적인 상황이다 보니 우주 센터에 있던 저로선 뭘 해볼 게 없더라고요. 그냥 서서 탄식만 해요. 너무 무기력해서, 소리도 질러보고 했지만 너무 답답해서 진짜 죽을 맛이었어요.”
 
배우 설경구. 사진=CJ ENM
 
설경구는 최근 국내 항공 우주산업 전문가들과 함께 한 더 문시사회에서 쏟아진 감상평에 신이 아는 듯 들뜬 표정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당시 현장에서 쏟아진 더 문감상평은 너무 현실적이라서 오히려 너무 무섭고 또 공포감이 밀려 온다는 것이었답니다. 항공우주산업 전문가들에게 더 문속 상황은 언제나 매일 꾸는 꿈 같은 지점이면서도 반대로 절대 일어나면 안되는 악몽 같은 느낌일 것이라고 설경구는 당시 반응들을 전해 주었습니다.
 
저는 더 문이 가성비가 아주 좋은 체험형 영화라고 소개해 드리고 싶어요. 그런 제 반응이 너무 현실적으로 나와서 오히려 저도 좀 무서웠는데, 대전에 있는 항우연 분들과 시사회를 했는데 나오는 반응이 다들 다큐 같다였어요. 이게 무슨 말이냐, 너무 실제 같아서 오히려 공포스럽다는 얘기가 많았어요. 달과 우주만 연구하시는 분들인데 그 분들 입에서 실제 같다는 말이 나오니 솔직히 되게 기분 묘했고 짜릿했죠.”
 
배우 설경구. 사진=CJ ENM
 
설경구는 더 문의 완성도와 주변 칭찬에 대해 오롯이 후배 도경수의 공이라고 돌려 세웠습니다. 자신은 지구의 센터에서 여러 직원들과 호흡을 주고 받으며 연기를 펼칩니다. 하지만 도경수는 오롯이 혼자 우주, 즉 달에 남은 우주선 안에서 혼자 연기를 합니다. 무엇보다 지구의 센터 쪽 배우들은 먼저 촬영된 도경수의 모습을 보고 연기를 했지만 반대로 도경수는 먼저 촬영을 했기에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혼자 연기를 했습니다.
 
“’더 문이 사실적인 VFX의 힘이 큰 영화라고 하지만 도경수의 연기가 그 모든 걸 살렸다고 생각해요. 경수는 우주에서도 혼자인데 현장에서도 혼자였어요. 저랑 만난 게 정확하게 딱 세 번이에요. 영화 속 만남으로는 두 번이고, 현장에서 스치듯 그냥 한 번 봤어요. 현장에서도 잠시 느낀 거고 요즘 홍보 기간에 만나면서 보고 느끼는 거지만, 경수의 맑은 눈 뒤에 뭔가 숨겨져 있는 것 같아요. 그걸 더 문에서 보시면 아마 기가 막히실 겁니다(웃음).”
 
배우 설경구. 사진=CJ ENM
 
설경구는 영화 속에서 다양한 직업군을 연기해 왔습니다. 이번에는 유인 우주선을 쏴 올린 우주센터의 전임 센터장입니다. 전문 용어가 술술 쏟아집니다. 모니터를 보고 다양한 제스처부터 몸에 익은 듯한 디테일 들을 살려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실제 직업군을 만나 취재를 해야 합니다. 하지만 설경구가 절대 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그는 배역을 맡을 때마다 그 배역의 실제 직업군(또는 실제 인물)을 절대 만나지 않습니다.
 
옛날 공공의 적때도 강력계 형사 만나보라는 제안이 있었죠. ‘용서는 없다때는 부검에 참관하는 제안도 받았고. 근데 제가 다 거부했어요. ‘역도산때는 레슬러와 인사만 했어요. ‘소원때는 실제 부모님들을 촬영 다 끝나고 뵈었고. ‘생일때도 마찬가지고. 저 스스로가 선입견을 가질까 봐 그래요. 연기는 제 감정을 쓰는 거잖아요. 근데 그 실제 모델을 만나면 제가 어떤 선이 생겨 버려요. 그리고 이번엔 그런 제안도 없었고(웃음). 그냥 감독님에게 자주 물어보기만 했어요(웃음).”
 
배우 설경구. 사진=CJ ENM
 
설경구는 김용화 감독과 사실 꽤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왔습니다. 하지만 김용화 감독과의 작업은 더 문이 처음이었습니다. 설경구는 그러고 보니 시간이 벌써 그렇게 됐다고 웃었습니다. 아마도 김용화 감독의 데뷔작 오 브라더스가 첫 만남이었던 것 같답니다. 물론 그 영화에는 설경구가 등장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워낙 오래된 작품이라 이 정도는 말해도 될 것 같다며 공개를 했습니다.
 
기억에 오 브라더스시나리오를 받았던 것 같아요. 근데 스케줄이 안 맞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못했죠. 그래서 다음에 맞는 거 있으면 같이 하자. 그런 게 벌써 20년 정도 흐른 것 같네요. ‘더 문으로 만났으니 다행이죠(웃음). 요즘 날도 너무 덥고 극장에 볼 영화도 많은 데 시간들 되시면 나들이 겸 극장에서 우주 체험 한 번 해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합니다. 다들 도경수가 나오는 더 문보러 오세요. 거기에 저도 곁다리로 나옵니다(웃음).”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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