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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더 문’ 김용화 감독 “기술? 내게 진짜는 연기 뿐”
“과거 한 천문학자의 특강 방송 본 뒤 ‘더 문’에 대한 상상 시작”
입력 : 2023-08-05 오전 9:31:32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분명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가 다른 지점에 있는 듯했습니다. 데뷔작 이후 차기작으로 선택한 작품이 당시 충무로에서 무조건 망한다는 작품이었습니다. 일본 만화가 원작인 이 영화는 여주인공이 전신 성형을 하고 미녀가 돼 벌어지는 얘기를 그렸습니다. 당시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안 받아 본 국내 여배우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너무 부담이 큰 내용이었습니다. 모두가 거절했습니다. 연출자로서도 너무 감당해야 할 부분이 컸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영화, 대성공을 거뒀습니다. 그리고 이 감독의 차기작은 스포츠 영화였습니다. 국내 상업 영화에서 스포츠 영화는 재앙으로 불리던 시절입니다. 성공 가능성이 제로에 가까운 작품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이 영화가 그릴 스포츠가 일반인들에겐 생소하다 못해 너무도 낯선 스키점프였습니다. 그래서 결과는 어땠을까요. 초대박을 터트렸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은 뜬금 없는 동물 영화였습니다. 거대한 고릴라가 등장하는 영화입니다. 당연히 CG로 만들어져야 합니다. 근데 국내 관객들, 눈이 좀 높습니까. 이 감독, 기절초풍할 일을 벌입니다. 이 영화를 만들기 위해 국내에서 초대형 VFX회사를 세워 버렸습니다. 그리고 결과는, 진짜 같은 고릴라를 만들어 영화를 완성 시켰습니다. 흥행에선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결과물 자체만은 놀라웠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해당 회사를 기반으로 지옥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를 만들겠답니다. 무려 두 편의 연작입니다. 모두가 다 아는 대로 결과는 쌍천만. 그리고 이 감독, 이제 시선을 우주로 돌립니다. 달에 홀로 남은 한 남자의 얘기를 만들겠답니다. 그런데 그걸 또 만들어 버렸습니다. 이 감독, 김용화 입니다. 그가 만들어 낸 더 문이 또 다른 세계를 열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김용화 감독. 사진=CJ ENM
 
달에 홀로 남겨진 남자 그리고 그 남자를 구출하려는 지구의 또 다른 남자와 여자의 얘기. 비슷한 포맷의 웹툰이 생각나고 또 비슷한 설정의 할리우드 영화들이 있습니다. 김용화 감독이 이 얘기를 구상하게 된 건 사실 꽤 오래전이었습니다. 언급되고 생각이 나는 여러 작품들이 세상에 빛을 보기 이전이었습니다. 그는 그때의 기억과 느낌을 갖고 이번 더 문을 만들어 나가기 위한 다짐을 했답니다.
 
오래 전 천문연(한국천문연구원) 박사님의 EBS 특강 방송을 우연히 봤어요. 그때 박사님이 천문연 근처 산에 올라가 우주를 보며 얘기를 한다고 했던 게 기억에 남더라고요. 별을 보면서 얘기를 한다는 말에 뭔가 숭고해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거기서부터 사실 더 문이 출발한 것 같아요. 우리가 보는 가장 가까운 별이자 지구와 가장 많은 관계로 이어진 별 그리고 우리가 죽을 때까지 한 쪽 면만 볼 수 있는 별. 뭔가 공포와 스릴이 공존하는 듯한 별. 그런 판타지가 결합하면서 얘기가 구축이 됐죠.”
 
일단 더 문은 상업 영화로서 서사에 대한 궁금증도 많았지만 기술적으로 현재까지 등장한 국내 상업 영화 가운데 가장 끝에 위치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그런 점은 이 영화 하나로 현재 국내 시네마 기술력에 대한 향방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그런 영화를 만든 사람이 김용화 감독입니다. 그는 국내에서 VFX분야 연출자로선 최고이면서 최강인 실력자입니다. 그가 더 문을 만들기 위해 세운 몇 가지 가이드 라인은 이랬습니다.
 
김용화 감독. 사진=CJ ENM
 
아마 화질적인 면에선 현재까지 등장한 그 어떤 상업 영화보다 뒤쳐지지 않는다고 자신합니다. 일단 모든 작업을 4K로 작업했어요. 이건 할리우드에서도 쉽지 않은 작업이에요. 그리고 촬영 6개월 전부터 다양한 소스들을 비주얼화시키는 작업도 병행했죠. 모든 VFX4K화질을 유지했고. 촬영 자체도 아리 알렉사 65 카메라 2대를 포함해 7대로 촬영했어요. 아리 알렉사 65의 경우 이미지 센서가 아이맥스 카메라와 큰 차이가 없어요. 그래서 저희 영화가 아이맥스 상영을 할 때도 큰 무리가 없을 듯했죠. 사운드 역시 국내 최고이자 세계적인 실력자인 라이브톤 최태영 대표가 도맡아 줬어요. 이 정도의 기준으로 만든 더 문을 데이터화 시키면 국내에서 VFX가 가장 많이 투여 됐다 자부하는 신과 함께’’ 한 편 분량의 4배 정도 크기라고 보시면 돼요.”
 
이 정도로 극한의 기술력을 집중하고 투여시키는 결정을 한 것, ‘더 문의 궁극적인 목표인 사진처럼 현실감을 극대화 시키는 시각화를 목표로 처음부터 했기 때문이랍니다. 이건 다시 말해 촬영 자체의 기술력도 그렇지만 해당 기술력을 뒷받침 시킬 세트와 그외의 여러 제반 사항도 이어져야 했습니다. 빛이 존재할 수 없는 우주 공간 그리고 그 우주 공간을 채우는 다양한 소품들. ‘더 문은 우주만 실제로 가지 않았을 뿐 실제 우주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참고로 저희 영화에 등장한 월면차는 실제 그대로 달에 가더라도 운행을 할 수 있다고 검증된 수준이에요. 전기차인데 한 번 충전으로 부산까지 갈 수 있을 정도에요. 우주선이나 다른 우주복 등도 NASA 홈페이지에 올라온 오픈 소스를 바탕으로 최대한 현실감 있게 제작했죠. 그나마 영화적 표현이나 화면에 잡히는 질감 때문에 우주복의 제질 정도를 좀 바꿨어요. 그 외에는 진짜 그냥 우주에 가도 큰 무리는 없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했어요(웃음).”
 
김용화 감독. 사진=CJ ENM
 
김용화 감독은 더 문에 투여된 여러 기술을 설명하며 즐거운 표정이었습니다. 그만큼 더 문에 대한 애정은 남다를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높은 기술력이 더 문의 평가를 다르게 바라보는 시선이 될 수도 있을 듯합니다. ‘더 문이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가 된 뒤 기술이 서사를 집어 삼켰다는 평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런 부분에 김용화 감독은 분명 인정해야 할 부분은 인정하고 넘어간다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전 이 영화를 연출한 감독이기에 그 시선으로 말씀 드리면 VFX에 집중을 하기 보단 전체 서사와 배우들의 연기를 위한 양념 정도로 봐주시면 어떨까 싶어요. 사실 이런 기술도 있다라고 자랑을 하거나 그걸 티를 내려고 하면 관객들도 금방 아시잖아요. 그리고 결과물도 엉망이 되고. ‘미스터 고에서의 경험도 분명 저한테는 알게 모르게 있어요. 그때의 경험과 어떤 배움이 더 문에 분명 강하게 높아 있다고 봅니다. 기술도 기술이지만 배우들의 연기를 더 바라봐 주시면 진짜 진국인 영화에요(웃음).”
 
워낙 기술적인 작품들을 연이어 쏟아내는 김용화 감독. 사실 그는 데뷔작 오 브라더스부터 미녀는 괴로워그리고 국가대표까지. 인간미 넘치는 스타일의 영화를 연출하는 데 강점이 있는 감독입니다. 그는 오 브라더스데뷔 이전 스릴러작품을 준비하다가 무산된 뒤 휴먼 코미디로 데뷔를 하게 됐다고 웃었습니다. 예측하지 못했던 흐름이 지금 여기까지 자신을 끌고 왔다고 합니다.
 
김용화 감독. 사진=CJ ENM
 
지금도 사실 함께 하는 스태프들에게 우리도 소품 같은 영화도 좀 하자고 끊임없이 주문해요. 실제로 저도 그런 작업, 좋아해요. 정말 하고 싶어요. 근데 이 정도 나이가 되고 경력이 되니 제 의지대로만 할 수 있는 것은 너무 무책임하다는 것도 좀 있어요. 저만 좋고 저만 하고 싶다고 뭔가 불투명한 작업에 힘을 쏟을 수는 없을 것 같더라고요. 일단은 더 문홍보가 끝나면 준비를 하는 신과 함께’ 3편과 4편에 집중을 해야 할 것 같아요. ‘미녀는 괴로워같은 코미디? 진심으로 하고 싶어요. 조만간 기회가 반드시 있을 것 같습니다. 꼭 기대해 주세요.”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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