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BNK경남은행에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 횡령 사고 이후 지난해 PF 취급 과정에서 횡령사고가 다수 발생했던 저축은행도 금융당국의 집중 점검 대상에 올랐습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부동산 PF 횡령 사건으로 홍역을 치른 저축은행 업계는 PF 관련 재점검에 나섰습니다. 작년 저축은행 업계에서 크고 작은 횡령 사건이 이어지면서 금감원은 올해 초 PF 대출 자금흐름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한 바 있는데요. BNK경남은행의 횡령 사건을 계기로 다시 한번 집중 조사 대상에 포함됐습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2023년 7월까지 저축은행 횡령 사고 건수는 총 11건, 금액은 169억 2200만원에 달합니다. 이중 지난해 금감원에 적발·신고된 저축은행 횡령사건은 총 4건으로 78억8300만원에 달하는데요. 금융사별로는 △모아저축은행 58억9300만원 △한국투자저축은행 15억4100만원 △페퍼저축은행 2억9100만원 △오케이저축은행 1억5800만원 등입니다.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대출 관련 횡령 사고를 보면 BNK경남은행 사건과 판박이인데요. 모아저축은행에서는 부동산 PF 담당 직원이 자금인출요청서를 위조하며, 한국투자저축은행은 부동산 PF 담당 직원이 8억여원의 대출원리금을 빼돌리다 적발됐습니다.
PF시장이 위축되는 가운데 계속되는 PF 횡령 사고로 시장 분위기가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올해 3월 말 기준 2.01%를 기록하며 지난해 12월 말 대비 0.89%p 올라 심각성을 보여줬는데요. 그중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연체율은 4.07%로 지난해 12월 말에 비해 각 2.02%p 증가했습니다.
저축은행 부동산PF 잔액 역시 지난해 말 기준 10조6000억원으로 5년 전에 비해 103.8%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만 업계는 지난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부동산 PF와 관련해 신용공여 총액 대비 20% 내에서 PF대출을 취급하는 등 금융당국의 엄격한 제재가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올해 초 저축은행중앙회와 함께 TF를 꾸리고 PF 대출 내부통제 개선방안을 마련해 저축은행 업계에 적용했습니다.
해당 방안은 PF대출 사고 예방 차원에서 영업·심사·자금송금·사후관리 등 업무의 담당 부서나 담당자 직무를 명확히 분리토록 하고, 특히 PF대출 영업담당자는 공사 진척도(기성고)에 따른 대출승인과 자금송금 등 여러 업무를 담당할 수 없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또 PF대출금 송금 시 수취인 이름을 변경하지 못하도록 전산을 개선하고 PF대출금이 사전에 등록된 계좌로만 입금되도록 제한합니다.
부동산 PF 부실 문제가 금융권의 '뇌관'으로 떠오르자 금융당국은 총력 대응에 나섰지만, 최근 '철근 누락 아파트' 등 건설업계 악재와 횡령 사고로 PF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결국 이러한 횡령 사건이 발생하면 가장 우려되는 것은 고객들의 신뢰도 하락"이라며 "전 업권 전수조사에 나서면 수면 아래 있는 횡령 사건이 드러날 수 있기 때문에 부실이 추가로 드러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