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유럽 국가들이 은행의 이자 순익에 대해 횡재세(초과이익 과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국내 은행들도 긴장하는 분위기입니다. 횡재세는 대내외 급격한 환경 변화로 큰 이익을 거둔 기업에 거두는 세금으로 초과 이익을 환수하는 것인데요. 올해 상반기 역대급 실적을 거둔 은행권은 횡재세 논의가 불거지지 않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이날 이탈리아가 은행에 횡재세를 부과한다는 소식을 언급하며 국내 은행에도 횡재세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횡재세 부과의 배경이 된 고금리 상황에서 은행 초과이윤의 발생, 예대마진 극대화 전략 등이 우리나라와 유사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앞서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 7일(현지시간) 은행들의 순이자 수익에 대해 40%의 횡재세를 부과할 방침을 발표했습니다. 2022년 이익이 전년도 실적을 일정 수준 이상 초과하는 등 조건이 충족되는 경우 횡재세가 부과됩니다. 이탈리아 정부는 횡재세로 거둬들인 자금으로 생애최초 주택자금 등을 지원할 계획입니다.
헝가리와 스페인에 이어 이탈리아까지 은행에 횡재세를 부과하면서 국내 은행들도 긴장하는 분위기입니다. 현재 국회에도 은행 횡재세 관련 법안이 발의돼 있는데요.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4월 은행이 금리 인상기에 낸 이자 수익에 일종의 횡재세를 걷는 서민금융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기준금리가 연 1%p 이상 상승하는 금리 상승기에 은행의 이자 순수익이 직전 5년의 평균 120%를 초과하면 초과금의 10%를 서민금융진흥원에 출연하도록 하는 내용입니다. 이 밖에도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정유업체와 은행을 대상으로 하는 법인세법 개정안을, 양경숙 민주당 의원 역시 비슷한 내용의 초과소득세법을 발의한 바 있습니다.
고금리 상황에서 은행들의 막대한 초과이윤은 올해 상반기에도 역대급을 갱신했던 작년 수준을 넘어섰습니다. 4대 금융지주의 상반기 당기순익은 9조1828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4% 가량 늘었습니다. 금융권이 최근 상생금융에 적극적으로 나선 상황에서 은행권에서는 횡재세를 내는 데 부정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상반기 이복현 금감원장의 '상생금융' 행보에 맞춰 시중은행들은 수천억 단위의 대출 금리 인하 및 서민 상생 패키지를 내놓은 바 있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횡재세 도입 이후 이탈리아 은행 주가가 폭락했는데 국내 은행은 외국인 자본 유출이 더 심해질 수 있다"며 "상생금융 방안 마련 등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횡재세 논의가 재점화하더라도 현실화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국회입법조사처도 횡재세 관련 초과이익 기준이 모호하다고 지적한 바 있는데요. 통상적으로 영업이익의 2~3배 이상이라면 초과이익으로 볼 수 있지만 과거 동기 대비 일부 증가한 것을 두고 횡재세 부과대상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겁니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5만원권 지폐를 정리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