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정부가 14일 재벌 총수와 정치인들을 포함한 2176명에 대한 ‘광복절 특별사면’을 발표한 데 대해 시민단체들은 반발하고 있습니다.
국민이 대통령에 위임한 사면권을 집권세력의 정치적 이익과 재벌들의 면죄부로 전락시키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이들은 사면권이 남용되면서 사법체계 근간이 흔들리고 있는 만큼 이를 제한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장동엽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선임간사는 이날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윤석열 정부 들어 세 번째 특사로 이번에도 국민 통합과 경제 활성화를 내세우는데,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더구나 윤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자신들이 검사로 수사하고 기소한 국정농단과 경제 범죄자들에 대해 사면 복권과 가석방을 남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광복절 특사 대상자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 대통령 특사는 자기부정”
특히 정부가 경제 살리기 명분을 내세우는 것에 대해 “자유의 가치를 강조하는 정부에서 자유시장 질서를 훼손하고 중대 경제범죄를 저지른 경제인들을 풀어줘서 그런 효과를 얻을 수 있겠냐”며 “검찰의 서슬 퍼런 특수부 수사를 통해 자신들이 형사처벌을 내리고 스스로 이를 무력화하는 자기부정”이라고 봤습니다.
그러면서 “대통령 자신과 집권세력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중대 범죄자로 판단해 기소하고 유죄를 받는 이들까지도 사면대상으로 삼는 것은 사면권의 남용”이라며 “경제인들이 법을 지켜야 할 동기가 없다. 정부는 경제 논리를 내세우지만 정치적인 성격의 사면일 뿐”이라고 했습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특사 명단을 발표하면서 “서민 경제가 어려운 점을 고려해 경제 살리기에 중점을 뒀다”며 “국가 경제 전반의 활력을 회복해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정치·사회적 갈등을 해소해 국가적 화합을 이룰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참여연대를 비롯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금융정의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앞서 공동성명서를 내고 “재벌 총수들이 법의 심판을 받게 된지 불과 2~3년만에 특별사면하는 것이 윤 대통령이 강조하는 법치와 공정인가”라며 “이번 사면은 특사 제도에도 맞지 않고 법치주의와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의 원칙을 무너뜨리는 행태”라고 비판했습니다.
이들은 제왕적 권력 행사의 상징이 된 사면권 제한을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장 선임간사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사면권도 법치주의 내에서 인정되는 것”이라며 “윤 대통령의 특사는 정파적 이익을 위해 사면권을 남용하고 민주적 헌정 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특사의 범위와 대상을 한정하면서 사면심사위원 구성의 다양화하고 투명성을 강화하는 사면법 개정이 절실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