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수민 기자] 판결문의 공개 범위가 민사·행정·특허 사건의 미확정 판결문으로까지 확대됐지만 형사 사건의 경우 여전히 그 범위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열람하기까지의 과정이 복잡해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대법원 최종판결까지 평균 5년 이상이 걸리다 보니 중요 형사 사건의 경우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유리한 내용을 흘려도 '그것이 사실인냥' 국민들이 믿게 될 공산이 커진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재판 과정에서 검찰 수사가 증거력을 담보하지 못해 사실이 아닌 경우도 허다하지만, 판결문 공개가 제한되면서 검찰의 독주가 강화될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있습니다.
형사 사건 미확정 판결문은 여전히 비공개
대한민국 헌법 제109조는 '재판의 심리와 판결은 공개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길고 긴 고난의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판결문을 열람하려면 '판결서 인터넷 열람 제도'를 이용해야 합니다. 판결서 열람 서비스를 통해 건당 수수로 1000원을 결제하고 비실명 처리된 확정 판결문을 볼 수 있습니다.
민사소송법의 개정으로 민사·행정·특허 사건의 경우 2023년 1월1일 이후 선고된 판결문은 해당 서비스를 통해 인터넷 열람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형사 사건 미확정 판결문은 공개 대상이 아닙니다. 형사의 경우 2013년 이후 확정된 사건으로 제한됩니다.
임의어 검색이 가능한 민사의 경우 개별 법원별로 검색해야 합니다. 사건을 키워드로 검색했을 때 결과가 부정확한 경우도 발생합니다.
형사의 경우엔 임의어 검색조차 불가능해 원하는 판결의 사건번호를 알아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법원도서관에 열람신청을 하고 허가를 받아 방문해 정해진 시간 동안 판결문을 열람해야 합니다.
이렇게 절차가 복잡하다 보니 선고가 확정된 이후에야 판결문을 확인하게 되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하지만 한 사건의 판결이 확정되기까지는 형사의 경우 길게는 5년 이상이 걸리기도 해 판결문 공개 원칙에 역행한다는 평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법조계는 우리나라 판결문 검색·열람이 여전히 제한적이라며 판례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새로운 미래를 위한 청년변호사 모임(새변)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미확정 판결문을 공개해야 한다"며 "누구보다 법치주의 원리·원칙을 지켜야 하는 사법부가 헌법을 거스르면서까지 하급심 판결서 공개에 소극적인 것은 의무 해태"라고 밝혔습니다.
익명의 한 변호사는 "하급심 판결문이 공개된다면 판사들도 지금보다 신경 써서 판결문을 작성하고 판결 이유를 명확히 기재할 것"이라며 "사법기관 스스로의 견제와 균형을 위해서도 필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검찰도 국민의 견제 신경 쓸 수밖에 없을 것"
판결에 대한 정보가 제한된 상황에서 검찰이 흘려주는 정보에 국민이 휘둘릴 수도 있는 상황을 막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언론보도에 검찰발 기사가 상당 부분 차지하고 있는 와중에 하급심 판결문이 공개된다면 검찰 견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예를 들어 '이 경우엔 기소했는데 또는 이 사람의 경우엔 구형을 이렇게 했는데' 등 튀는 사례들이 생겨 검찰도 국민의 견제를 신경 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법원 깃발 (사진=연합뉴스)
김수민 기자 sum@etomato.com